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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진 Aug 21. 2021

헬스케어 관점에서 코스트코

미국 헬스케어의 서비스/UX

미국의 코스트코(Costco)는 한국의 코스트코와 조금 다르다. 매장 분위기, 제품 배치, 대용량 상품, 푸드코트 등 전반적인 생김새는 상당히 비슷하다. 그러나 미국 매장에는 한국에도 있는 청력 검사와 보청기 매장 외에 시력검사와 안경, 약국과 의약품들이 추가된다. 쇼핑과 헬스케어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구조에서 헬스케어 역시 쇼핑임을 경험하게 된다. 코스트코가 헬스케어를 대하는 방식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모든 것이 쇼핑


모든 서비스와 상품이 한 층에 펼쳐져 있는 미국  코스트코 안의 구조는 대개 비슷하다. 계산대 바로 밖에는 안경점(Optical)이 있다. 안경점 옆에는 시력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검안의(Optometrist, 안과의사가 아니라 시력 측정 및 눈 관련 진단과 처방을 하는 미국의 별도 의료 전문직)의 검사실이 있다. 계산대에 이르기 전 한편에는 일반의약품(OTC) 및 영양제의 판매 공간과 약국(Pharmacy), 보청기 센터(Hearing Center)가 있다. 약을 포함한 생필품이 보다 매장 안쪽에 배치되는 것은 쇼핑객들이 다른 모든 것을 지나치면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한 코스트코의 전략으로 평가된다. (참고. Hooked: How Costco turns customers into fanatics (CNBC make it, 2019/5/23))


코스트코에서 약을 사고 예방접종을 하고 안경을 맞추고 보청기를 사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가성비 때문이다. 코로나 유행 중에도 여전히 붐비는 코스트코에서 사람들은 안경을 맞추고 코스트코 약국에서 처방약을 사고 코스트코 약사에게 예방접종을 받고 커클랜드 시그니처(Kirkland Signature)라는 코스트코 자체 브랜드의 약과 영양제를 산다. 카트 가득 장을 보고 약을 챙겨 코스트코를 나설 때 모든 것은 코스트코 쇼핑으로 기억된다.


사진.  코스트코 내 계산대 밖에 위치한 안경점 및 시력검사를 위한 검안의 오피스. 시력검사는 코스트코 회원이 아니어도 이용 가능하나 안경점은 회원만 구입 가능하다. (워싱턴주 이사콰점, 2021년 8월)

사진. 계산대에 이르기 전에 있는 약국과 의약품 구역. 약국에는 약사와 약사 보조(Pharmacy Technician)가 상주해 처방전에 따라 처방약을 판매하고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미리 처방약 구입과 예방접종을 신청한 후 쇼핑을 하며 기다리다 돌아와 약을 받거나 주사를 맞는다. 반려동물의 처방약도 구입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점, 2019년 2월)

사진. 2019년 가을,  워싱턴주 커클랜드점 매장 내에 설치된 독감 예방접종  부스. 직원이 부스 한 편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했다. 접종은 예방접종 자격증을 가진 약사가 담당한다. 건강보험을 가진 사람들의 독감 예방접종 비용은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기에 어디에서 접종하든 무료이나,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코스트코가 최저가이다.


2. 선별된 제품의 대용량 판매


코스트코는 각 카테고리에서 베스트 상품들인 3,700~3,800개의 상품을 판매한다. 월마트의 초대형 매장(Walmart Supercenter) 한 곳이 142,000개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이다. 코스트코는 선별된 제품을 대용량으로 판매하면서 가격을 낮춘다. J.P. Morgan이 2017년 10월에 비교한 가격 조사에 따르면, 코스트코 가격은 홀푸드보다 58% 저렴하다. (참고. Hooked: How Costco turns customers into fanatics (CNBC make it, 2019/5/23))


코스트코는 미국에서 코로나의 유행으로 사람들이 집에 생필품을 비축하면서 매출이 증가해왔다. 2021년 5월에 보고된 코스트코의 실적은 전년 대비 21%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코스트코가 판매하는 대용량 제품에는 일반의약품과 영양제도 포함된다. 코로나를 통해 생필품과 필수 의료용품을 미리 확보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 사람들에게 선별된 상품을 대용량 포장에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코스트코 멤버십은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코스트코 회원 수는 2020년 1억 50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멤버십 갱신율도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참고. Costco Stock Trades In Buy Zone; Is It A Buy Right Now? Here's What Earnings, Charts Say (Investor's Business Daily, 2021/6/25))


사진.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아세타미노펜(Acetaminophen) 500mg 500개들이 2병 묶음 상품. 2021년 8월 구매 당시 유통기한은 2023년 3월이었다. 아세타미노펜 500mg 1,000알은 일반 가정에서 20개월 동안 소진하기 어려운 양이다. 집에 유통기한 안에 절대 다 먹을 수 없는 아세타미노펜이 있다면 두통이 있을 때 약을 복용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조그만 상자에 몇 개 든 타이레놀이었다면 약을 아끼고자 두통을 참았을지도 모를 시점에, 그냥 두면 결국 버리게 될 아세타미노펜이라면 참지 않고 먹게 된다.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 유행 중 쉽게 병원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집에 있는 넉넉한 양의 아세타미노펜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불안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진. 시애틀 기반의 유기농 슈퍼마켓인 PCC Community Market의 영양제 진열대. 다양한 종류와 브랜드의 상품이 섞여 있어 혼란스럽다.

사진. 위의 일반 마트 진열대와 비교되는 코스트코 내 영양제 진열대. 종류별 대표 브랜드와 그에 해당하는 코스트코 자체 브랜드 상품이 쌍으로 진열되어 선택 가능한 옵션이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3. 자체 브랜드


코스트코는 브랜드 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용량으로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는 자체 브랜드 커클랜드 시그니처(Kirkland Signature)를 가지고 있다. 커클랜드 시그니처는 1995년에 처음 소개되었다. 코스트코는 보통 대형 브랜드 제품을 수년간 판매한 후에 커클랜드 시그니처라는 이름으로 대형 브랜드 제품보다 적어도 20% 저렴한 상품을 출시한다. 커클랜드 시그니처 브랜드는 2018년에 거의 400억 달러(한화 약 4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커클랜드 시그니처 브랜드를 적용해 새로운 상품을 계속 소개하며 출시한 제품이 유명 브랜드에 비해 가성비로 승부하지 못하거나 회원들의 반응이 미온적이면 판매를 중단한다. (참고. How Kirkland Signature powers Costco's success (CNN, 2019/1/10))


코스트코에서 일반의약품(OTC)이나 영양제를 살 때도 대표 브랜드의 제품과 커클랜드 시그니처 제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보청기 역시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타 브랜드 보청기 한쪽을 사는 가격에 코스트코 제품의 양쪽 보청기를 구입할 수 있다. 코스트코는 커클랜드 시그니처 브랜드로 1회용 콘택트렌즈와 보청기 배터리도 타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코스트코는 회원들에게 헬스케어 상품 전반에 걸친 소비에서 가성비를 고려한 대안이 된다, 그것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진. 칼슘 영양제를 사러 코스트코에 갔다. #1 칼슘 브랜드라고 광고하는 바이엘(Bayer) 사의 시트라칼(Citracal)에 눈이 갔으나 차마 집어 들지 못했다. 시트라칼은 280알에 $15.79, 그 옆에 놓인 Kirkland Signature 칼슘은 500알에 $2.50 할인을 적용해 $7.49였다. 커클랜드 시그니처 상품들은 경쟁 상품과 함께 진열되어 무시하기 힘든 가성비를 보여준다.

사진. 알레르기 비강 분무액으로, 의사가 추천하는 #1 알레르기 브랜드라고 광고하는 GSK의 플로네이즈(Flonase) 옆에 커클랜드 시그니처 브랜드의 앨러플로(Aller-Flo)가 진열되어 있다. 플로네이즈 옆에 놓인 앨러플로는 같은 성분의 플로네이즈와 자신을 비교해보라고 대놓고 말한다. 별도 쿠폰이 제공되지 않는 기간에 플로네이즈 18.2mL 3병 묶음 상품(총 54.6mL)은 $49.99, 앨러플로 15.8mL 5병 묶음 상품(총 79mL)은 $22.99이다.

코스트코에서 커클랜드 시그니처 가 붙은 휴지, 물티슈, 세제와 식품 등을 구입하다 보면, 꼭 최고의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괜찮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이 구입할 수 있으면 그게 더 좋은 거 아니냐는 논리에 익숙해진다. 이미 커클랜드 시그니처가 다른 제품들 대비 훌륭한 가격에 꽤 괜찮은 상품이라는 걸 경험했기에, 커클랜드 시그니처를 단 일반의약품과 영양제에도 같은 수준의 기대를 하게 된다. 혹시 잘못된 선택이라 해도 언제나 흔쾌히 반품을 받아주는 코스트코니 너무 망설일 필요도 없다. 더욱이, 이미 코스트코를 한 바퀴 돌며 카트에 이것저것 대용량 상품을 그득그득 담고 마지막으로 영양제와 일반의약품 코너에 들른 사람이라면, 원래 저렴한 가격에 오늘 딱 할인까지 제공하는 커클랜드 시그니처의 약과 영양제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4. 단순 명확


사람들이 코스트코에 오는 이유는 쇼핑이다. 코스트코는 쇼핑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떤 제품을 얼마에 파는지 단순하고 명확하게 보여준다.


매장 내에는 멤버십(MEMBERSHIP), 타이어 센터(TIRE SALES) 뿐만 아니라 약국(PHARMACY), 안경점(OPTICAL), 시력 검사(EYE EXAMS) 또는 검안의(OPTOMETRIST) 등의 구역도 코스트코 로고와 같은 빨간색 바탕에 거대한 하얀색 글씨로 표시된다.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환경에서 놀라우리만치 크고 강렬한 간판이다.


사진. 매장 내에서 빨간색 바탕에 하얀색 글씨로 표시되는 거대한 구역 간판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점, 2019년 2월)

코스트코는 푸드코트의 메뉴 별 가격 표시 같이 검안의의 검사 비용을 흰 바탕에 빨간색 글씨로 확실하게 보여준다. 참고로, 미국은 시력 검사와 시력 보정용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처방을 진단과 처방의 영역에 둔다. 그래서 미국에서 안경을 주문하려면 시력 검사 후 발급받고 2년 간 유효한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건강 보험(Health insurance)은 백내장과 같이 눈과 관련된 질환은 커버하나, 눈의 검진, 시력 검사, 보정용 안경 및 콘택트렌즈에 대한 부분은 별도의 시력 보험(Vision insurance)이 관여한다. 치과 보험(Dental insurance)도 건강 보험과 별개로 따로 가입해야 한다. 2020년, 미국에서 성인 중 건강 보험이 없는 비율은 12.5%였던데 비해, 시력 보험이 없는 성인의 비율은 49.7%였다. 코스트코는 시력 보험의 커버 없이 자비로 시력 검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향해 검사의 가격을 한눈에 보여준다. 결국 가격이 선택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코스트코는 조금도 미묘하거나 우아하지 않다. 직관적이고 확실하게 보여주고 선택을 기다린다.(참고. Health Coverage Affordability Crisis 2020 Biennial Survey (Commonwealth Fund, 2020/8/19), How Many U.S. Adults Have Vision Insurance or Managed Vision Care? (Review of Optometric Business, 2020/7/29)) 


사진. 워싱턴주 이사콰점 내 계산대 밖에 위치한 검안의 오피스 간판. 안과 보험 없이 자비로 부담하는 콘택트렌즈 검사 가격은 $125, 안경 검사 가격은 $95라고 군더더기 없이 명확히 보여준다. (2021년 8월)

사진. 2020년 8월 말 워싱턴주 레드몬드(Redmond) 매장 내 독감 예방접종 부스. 건강보험이 없어 자비로 접종할 경우의 가격 $19.99를 확실히 보여준다.


5. 포장과 진열대를 통한 설명과 설득


코스트코는 창고형 매장이다. 입구부터 카트를 끌고 과일과 우유와 고기와 휴지를 담은 사람이 약국 앞에 이르러 약과 영양제를 골라 담는다. 사람마다 건강 정보에 대한 이해 능력을 뜻하는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가 다르지만, 약과 영양제를 쇼핑하는 소비자는 브랜드, 성분, 용량, 가격을 보고 무엇을 살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약과 의료용품의 포장과 진열대는 설명과 설득에 보다 적극적이다. 무슨 제품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 어느 상품과 비교해보고 결정해야 하는지 친절히 알려준다. 신선 식품과 냉동 식품을 카트에 담고 계산대 바로 전 구역에서 마지막으로 쇼핑을 서두르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마음에 맞춰 설명하고 설득한다.


사진. 감기 시즌을 앞두고 등장한 미국 국민 감기약 데이퀼(DayQuil)과 나이퀼(NyQuil)의 진열대. 감기와 독감에 대비하도록 당부한다(BE PREPARED FOR COLD AND FLU!).

사진. 역류성 식도염(heartburn) 등에 쓰이는 제네릭 약인 오메프라졸(Omeprazole). 커클랜드 시그니처의 오메프라졸 진열대는 복잡하지 않게 두 가지를 말한다. 역류성 식도염을 낫게 해 준다, 의사들이 추천하는 첫 번째 브랜드( #1 Doctor Recommended Brand)인 프릴로섹 오티씨(Prilosec OTC)와 비교해보라.

사진. "미국인 3명 중 1명이 고혈압입니다. 당신도 그중 하나인 가요? 여기 프리미엄 혈압계가 있습니다. (1 in 3 Americans has high blood pressure. Are you one of them? Premium Blood Pressure Monitor)"

(이 글은 미국 간호사 15년 경력의 전문 간호사(Nurse Practitioner)인 Sarah An 님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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