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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mkoon Jul 31. 2024

두 아이가 나에게 온 것은...

매일 처음 육아 일기 07/29/2024

뭣도 모르던 어린 나는, 농담처럼 이야기하고는 했다. 나중에 나는 쌍둥이를 낳을 거야.

쌍둥이는 뭔가 특별해 보이고 쌍둥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한번 더 그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부러웠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부모님에게 동생을 낳아달라고, 쌍둥이면 좋겠다고 떼를 쓰며 요청했다. 동생이 생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미래에 나의 아이들이 쌍둥이면 좋겠다고.

하지만 나 역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자연적으로 쌍둥이를 임신하는 확률을 보아도 그렇고, 나의 집안 내력에 외가와 친가를 다 합쳐도 쌍둥이는 없었기 때문에... 희박한 이 희망을 그냥 희망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런 내가 쌍둥이를 임신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머리가 굵어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성인이 된 후부터는 아이를 낳는 것이 회의적으로 점점 변하고 있었다. 각박한 사회, 치열한 경쟁, 점점 사라지는 이웃 간의 교류…. 그리고 홀로 해외에 산다는 것, 나의 커리어 단절…

모든 상황이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로 흘러갔고, 심지어 나의 부모님도 '요즘 아이 낳아 뭐 하겠어... 너만 힘들지' 라며 나의 생각을 옹호해 주셨기에 결혼 후 아이는 자연스럽게 생기면 낳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말자는 노력 기피형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쌍. 둥. 이. 가 오. 셨. 다.

기쁨과 감사보다는 당황이 먼저였다. 그 과정도 순탄지 않았기에 전혀 기대가 없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를 풀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쌍. 둥. 이????

당황함이 가시기도 전에 임신 2주 차부터 입덧이 시작되었다. 이 험난했던 37주의 여정도 어느 날 따로 풀기로 하겠다.

아이에 대한 기도의 내용은 대부분 '하나님께서 계획하시는 그 길에 저에게 아이가 있다면 보내주세요.'였다. 그것을 답으로 알고 제가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줄을 알고 나아가겠습니다. 그런데 쌍둥이라니...

나에게 아이가, 쌍둥이가 어떻게 왔을까? 여전히 나는 그 명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의학의

힘을 빌리건, 나이가 많건 적건을 떠나, 아이가 한 가정에 오는 일은 절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영역임이 확실하기에, 정말 오랫동안 간절히 아이를 기다리는 가정에는 왜 아이가 없는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육아 4년 차의 오늘까지 알아낸 부분을 정리해 본다면,

1.나를 살게 하기 위해 나에게 두 아이가 와 주었다.

2.나에게 지금 보다 더 멋진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려고 나에게 두 아이가 와 주었다.

3.두 아이가 나에게 새 생명을 나에게 불어넣어 주기 위해 나이게 와 주었다.

4.나를 깨고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이라서 그것도 둘을 보내주실 만큼 내 껍질이 단단해서 두 아이가 동시에 나에게 와 주었다.


결국 아이들은 나를 이 세상에 사람으로 살게 하기 위해 나를 위해 와주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임신을 준비하면서 나는 무수히 많은 꿈들을 꾸었다.

주위에서도 태몽이라면서 알려준 많은 꿈들... 이렇게나 꿈이 많았던 이유가 쌍둥이여서 그런 것 같다.

각각의 아이를 위한 꿈들이 모이니 정말 많았다. 대충 기억나는 것들은 강아지, 보석, 비둘기, 알밤, 고구마, 대추등등 적고 보니 왜 구황작물... 가축인가요? ㅎㅎ  그때 입덧이 너무 심해서 다 기록해두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아이의 임신이 막 확정되었지만 아직 위험단계인 2주 차에 형님댁 첫째 아이 슬이가 강아지 꿈을 꾸었단다. 하얀 강아지와 얼룩강아지였다고 했고, 그리고는 남자랑 여자 한 명씩이라고 말해줬다는데... 그 후 16주가 돼서야 나는 성별을 알았다. 정말 남아, 여아였다.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 있다더니 그런 것인가 한다.

큰 기대 없이 임신을 시도하던 때 남편의 고모님께서 밤나무에서 난 첫 알밤 한쌍을 보내주셨다.

새로 심은 밤나무에 하나의 밤송이가 달렸는데 그 안에서 알밤 두 개가 나왔단다. 그리고는 한국에 나간 지인을 통해 미국으로 보내주셨고 나는 감사하게 알밤을 까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소오~~ 금... 인 알밤 두 알.

임신 준비를 하면서 꿈을 꾸었다. 한참 임신에 대한 기도를 할 때였다.

꿈속에 예수님이 나오셨고, 나에게 노란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어주시고는 그 뒤로 광활하게 펼쳐진 빨갛게 무르익은 토마토 밭을 보여주시면서 내가 다 준비하였으니 너는 염려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셨다.

정말 신기한 것은 아이를 2020년 코로나에 낳았는데 모든 공장과 가게가 문을 닫을 시국이라 분유와 기저귀등 아이물품을 구하기가 어려운 시기였다. 하지만 우리 집은 끊어질 듯 말듯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길이 열려 아이들이 사용할 물품이 채워졌다. 어린이집을 보낼 때도 외벌이 남편의 형편에 맞지 않은 상황에서도 부족한 듯 풍족하게 항상 길이 생겼고 도움을 받았다.

두려움은 항상 있었지만, 그래도 주신다고 하셨으니 라며 꿈을 믿음으로 잡고 버틴 시기였다.

아이는 나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지 않지만 위대한 힘의 보호하심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나 혼자 잘난 맛에 살던 내가 무너졌다. 그리고 나는 함께 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하루하루 배우고 있다.

아이들의 매일이 처음이듯, 나 역시 매일이 처음인데 엄마의 역할은 아직 4년 차라 초보딱지가 이제 잘 자리 잡은 정도의 레벨이다. 아이들은 매일이 레벨업인데, 엄마는 이제 "엄마"가 조금 익숙한 단계라서 매일 우당탕쿵탕이다. 어제와 사뭇 다른 생각의 자람과 표현이 엄마는 당혹스러울 때가 가끔 있다.

한없이 아기일 것만 같던 아이들은 이제 만 4세가 되어 제법 어린이 같은 표현을 하고, 생각도 그만큼 자랐다. 나만 한자리에 있을 순 없으니 나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속도를 따라서 나도 성장해야 하는데... 맞다.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나의 아이들이 나에게 와 주었다. 아마 둥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냥 적당한 성공에 심취한 채로 그냥 그 정도에서 멈춘 애매한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를 계속 숨 쉬게 해주는 우리 둥이들에게 오늘도 고맙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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