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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웅 Aug 06. 2018

비극으로 끝난 특수통과 공안통 대결

연이은 자살..."검사라고 영장 안치면 봐주기 논란 우려"

국정원 댓글 수사에서 검찰과 국가정보원 간 벌어진 갈등은 검찰 내 공안통과 특수통의 대결로 비화됐다. 이 대결은 강압 수사 논란과 검사의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이후 4년이 흘러 파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윤석열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적폐 수사에서 다시 국정원 댓글 사건를 맡게 된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013년 10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

공안 사건이지만 윤석열의 서울중앙지검엔 공안통은 없었다. 특수부는 물론 공안통의 자리인 2차장 자리까지 특수통들이 차지했다. 공안 수사를 책임지는 2차장 자리에 특수통 박찬호가 앉은 것이다. 국정원 수사 방해 의혹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검찰 내부에선 특수통이 공안통에 대한 복수로 비춰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함께 떠올랐다.


국정원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를 특수통들이 의도해 시작한 것은 아니다. 2014년 4월 원세훈 전 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이 지난해 민간인 팀장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관리하며 불법 선거를 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국정원 차원의 대책 회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검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구속된 전 심리전담 팀장으로부터 수사 방해 관련 구체적 진술을 듣게 됐다고 한다.


심리전담 팀장이 진술을 하게된 것은 본인은 말단에서 시키는대로 일만 했는데도 구속이 됐는데 모든 일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된 것을 보고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게다가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2017년 11월 국정원 메인 서버에서 2013년 국정원 감찰실 주도로 만든 ‘댓글 수사 대책’이 담긴 내부 보고서를 확보해 검찰에 이첩했다.


국정원 수사방해 수사 결과를 정리해보면, 국정원은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서 ‘현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현안 TF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들고 심리전단 요원들이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지침을 주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TF에는 국정원 파견 검사들이 포함돼 있었다. 파견 검사뿐 아니라 국정원 소속 변호사도 TF에 참여했다. 모두 법률가이고 전문가들이었다. 수사팀의 수사 강도가 쎄질 수 밖에 없었다. 책임자 뿐 아니라 지시를 받아 수행한 검사와 변호사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됐다.


비극의 시작은 TF소속 정모 변호사의 자살로 시작됐다. 정 변호사는 2017년 10월 30일 숨진채 발견됐다. 정 변호사는 TF에서 법률보좌관실 파견 검사로 근무하던 이제영 부장검사와 일했다. 정 변호사는 이와 관련 검찰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 이후 그가 만난 지인들과의 대화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국민일보는 2017년 11월 3일 ‘[단독] 자살 국정원 변호사, 檢 조사 3일 뒤 “다 뒤집어쓸 분위기” 死色’보도에서 정 변호사가 “너무 힘듭니다. 제가 지금 책임지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아요. 제가 다 뒤집어써야 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어요”라고 동료에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법률가들이 어떻게 수사를 방해할 수 있냐는 비난의 여론과 함께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마냐사냥식 여론 몰이는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7년 11월 6일 밤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변창훈 검사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 6일 오후 3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30여분 앞두고서다. 변 검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를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변 검사는 상부 지시에 따라 움직였지만 윤석열의 특수부는 검사가 수사를 방해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변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봐주기 수사 논란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더 강하게 나간 것 같다.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해 변호를 맡은 한 변호사의 말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6일 밤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변원에 마련된 변 검사의 빈소를 보문했다. 하지만 윤석열 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 수사팀 관계자들은 빈소를 찾을 수 없었다. 동료검사와 국정원 변호사의 죽음으로 수사는 위기를 맞았다.


수사팀은 멈추지 않았다. 수사팀은 당시 국정원에서 감찰실장으로 근무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파견검사였던 이제영 전 의정부 지검 부장검사 등에도 11월 2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결국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2017년 11월 26일 댓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등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서 전 차장 등 국정원 간부 4명과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 등 파견검사 2명 등 모두 6명이 구속기소됐다.


수사팀은 파견 검사들이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단장 등에 대한 수사 대응 보고서도 작성 후 검찰 수사에 앞서 말맞추기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수사가 확대되고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정권의 명운과 국정원의 존폐가 걸려 있으니 적극 대응하라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재준 전 국정원장 등 당시 국정원 수뇌부들은 “국정원 요원 다수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어서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TF를 꾸려 대응했을 뿐 실체를 은폐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 과정에서 압수수색 전 국정원과 수사팀 간 압수수색 대상과 범위에 대한 조율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수사방해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한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심 재판부는 검찰과 국정원의 압수수색 사전 조율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에서도 사전 조율 의혹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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