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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Aug 02. 2018

“특수부,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하는 사냥개”

정권 바뀌면 전임 대통평 수사...권력도 검찰권 악용

특수부는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하는 사냥개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인이 바뀌면 전 주인까지 주저하지 않고 무는 역할을 수행하는 탓이다. 정권이 바뀌면 특수부는 새 권력 편에서 전 정권에 대해 어김없이 사정수사를 떠맡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집권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주변 인물에 대한 비리 수사를 벌이다 끝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내몰았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자 특검팀을 주도했던 윤석열·한동훈 등 현 서울중앙지검 수뇌부가 배턴을 이어받아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횡령·뇌물 수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정치보복인지 비리척결인지 섣불리 결론내기 까다롭지만 공교롭게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사정 수사가 이어진 건 사실이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에서 함정에 빠져 공중에 매달린 주인공 로버트 네빌 박사(윌 스미스 분)를 눈앞에 두고 으르렁거리며 둘 사이를 가로 지르는 해가 지기 기다리는 좀비 개에 특수부를 비유한다면 지나칠까.


권력도 특수부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정적을 처리하는데 검찰의 권능을 쓰고 싶은 욕망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그동안 권력은 검찰을 장악한 뒤 그 칼날을 적을 향해 겨누게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1~4부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 마음대로 선임하지 못했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점찍은 인사를 부장으로 뽑아야 했다. 특히 특수부 간부 인사는 청와대 등 최상위 권력기관이 각별히 신경썼다. 권력은 자기들이 바라는 수사를 기획하고 실행할 칼잡이로서 역할을 해낼 인사를 특수부장에 앉히고 싶어했다. 형식상으로는 지검장이 차·부장검사와 평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지만 그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한 이는 없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달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인사권 독점

윤석열 지검장은 차·부장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독점하고 있다. 평검사는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검사장 소속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검찰 인사권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고스란히 맡기고 있다. 문무일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인사를 윤석열 지검장에게 일임하다시피 한다. 윤석열 지검장이 미리 구상한 인사안을 문무일 총장에게 보고하고 문 총장은 다시 법무부, 청와대와 협의한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지검장이 작성한 인사가 바뀌는 일이 거의 없다. 이에 윤석열 지검장은 검찰 창설이래 검사장에게 부여한 인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한 유일한 서울중앙지검장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 윤석열 지검장의 인사권 독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직 특수부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이 특수부를 비롯해 차·부장검사 인사권을 독점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윤석열 지검장에게 지나치게 인사권이 쏠리고 있다. 서로 다른 위치나 출신이 섞여서 견제와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이 검찰 전통이었다. 그 전통이 한 번에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이 특수수사로 박수 받은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벤츠를 얻어 타는 ‘스폰서 검사’가 나오고 정권 입맛대로 수사를 덮는 ‘정치 검사’가 판을 치기 전까지 검찰 특별수사부는 국민 ‘사이다’였다. 돌아보면 검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에 대한 비리 의혹을 파헤친 1997년, 국민은 검찰을 향해 박수쳤다. 국민 지지는 박수에 그치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심재륜 전 중수부장에게는 보약이 배달됐고, 10만원권 수표가 익명으로 선물되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시원하게 구속한 데 대한 국민들의 보답이었고, 응원이었다.

     

이후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변했다. 국민 시선의 초점은 ‘정치 검사’로 맞춰졌고, 검찰 특수부의 활약은 ‘본다’는 행위의 초점 밖으로 밀려났다. 권력형 비리 사건을 주로 수사하는 ‘특별한’ 수사부서 특수부는 자연히 권력의 통제와 외압, 견제를 온몸으로 받았고 초점은 ‘위기론’으로 일축됐다. 수사대상이나 수사결과를 놓고 ‘권력 입맛에 맞춘 정치편향적 수사’라는 비판이 일차적으로 불거졌고, 수사력이 떨어졌다는 논란과 수사방식이 너무 거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 사이 현대·기아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와 같은 성과는 잊혀졌다.     


2006년 재계 서열 2위인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구속됐다. 검찰은 정 회장이 비자금 1300억여원 조성(횡령)하고 회사 측에 4000억여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로 구속 기소했다. 정 회장은 이후 집행유예 및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검찰은 특수수사가 재계 2위 그룹의 오너라도 비자금을 만들면 구속한다는 선례를 남겼고, 정 회장은 충북 음성군 꽃동내 천사의 집에서 사회봉사를 했다. 1300억원 비자금 조성 댓가가 사회봉사였다는 점을 차치하고 국민들은 정몽구 회장이 사회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검찰을 칭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이끄는 한동훈 제3차장검사

칭찬은 오래가지 않았다. 거악과 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더 자주 권력에 무릎 꿇었던 탓이다. 실제로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하고 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 특수수사의 중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정치권에 의해 폐지되면서 권력이 ‘검찰권’을 누르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도 검사들은 특수부를 선망했다. 검찰 특수부는 정치적 의도와 청탁이 칡뿌리처럼 얽히는 중심인 데다 정권 실세와 재벌은 변호사 시장에서 특수부 출신 변호사를 먼저 찾았다. 검찰 특수부는 국민 시각에 관계없이 검사라면 가야할 곳이었다. 국민 시각에서 검찰 특수부가 말하는 ‘거악척결(巨惡剔抉)’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로 변질됐다.     


시대의 흐름도 검찰 특수부를 작아지게 했다. 더 이상 1300억여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하는 일이 없어졌고, 검찰 특수부가 잡아낼 거악의 크기 자체가 줄었다. 검찰 특수부가 잡아내야 할 거악의 크기가 줄자 성공을 꿈꾸는 검사는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됐다. 1976년 ‘어둠의 쇼군’이라 불렸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일본 헌정 사상 처음 체포해 ‘열도의 영웅’에 올랐던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도 거악의 크기가 작아지자 권력에 붙었다. 2010년 일본 국민들은 도쿄지검 특수부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거악의 규모가 줄어 국회 중의원이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는 부정을 저질렀는지 여부를 수사할 수밖에 없게 된 도쿄지검 특수부는 정권 최고 실세였던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이 정치자금을 허위기재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010년 11월 일본은 검찰 특수부 폐지를 논의했다.     

윤석열 지검장과 한동훈 차장검사

우리나라도 윤석열 서울지검장이 이끄는 특수부의 등장 이전, 일본과 같은 궤도를 지나왔다. 2014년 중수부는 이미 폐지됐고, 검찰은 전국 5개 지검(서울중앙·대전·대구·부산·광주지검)을 제외한 전국 지검·지청의 특수부를 폐지하는 특별수사 개편안을 국회에 냈다. 검찰이 특수부를 통해 수사권을 남용하고 정권의 하명(下命) 수사를 수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결정이었다. 다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만큼은 이 검찰개혁 논의에서 빠져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9년 간 적폐 수사에 나서면서 전에 없는 국민지지를 받고 있는 덕이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휘하 특수부는 검찰개혁 논의의 후광을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로 이른바 인지수사인 검찰 자체 생산 수사를 도맡았고, 서울중앙지검을 뺀 특수부 축소 개편 논의로 활동영역 확대를 눈앞에 뒀다. 검찰개혁이 정치인과 대기업 등 권력형 비리 수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전례 없는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검찰총장의 지시로 움직이는 중수부가 ‘정치 검찰’이란 비판에 직면해 2013년 4월 폐지된 후 인지수사를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도맡아 ‘적폐 청산’을 지속하고 있는 덕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등 고위공직자와 같은 정·재계 거물들이 연루된 사건을 빠른 속도로 처리하고 있다.

검찰 내에선 ‘윤석열 사단’이 추락하는 검찰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6년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00억원대 부당 수임료를 받은 의혹이 제기됐고 정 전 대표 사건을 수임한 홍만표 변호사가 검찰 등에 로비하는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면서 검찰은 범죄 집단처럼 비춰졌다. 변호사들과 검찰이 한통속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은 홍 변호사에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정운호 상습도박’ 수사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간부 등에게 청탁해주겠다는 명목으로 2015년 8월 3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2017년 11월 9일 홍변호사에 대해 징역 2년과 추징금 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치검찰이라는 비판 탓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눈에 띄게 위축된 적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9년여간 보수 정권을 이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1년 간격으로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하면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정치적 독립을 이뤄낸 큰 검찰이 아니라 권력 앞에 나약한 작은 검찰”이라고 비판하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특히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인기는 대단하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윤석열의 특수부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정치적 고려 없이) 나오는 대로 간다”는 윤석열의 평소 신념이 이른바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 9년 동안에 발생한 적폐에 대한 수사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윤석열 지검장은 권력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국민이 검찰 특수부를 향한 지지를 거둔 정치 검사로서 특징이 없다고 평가 받는다. 또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한 적폐 청산 카운터 파트너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윤석열 지검장을 지지하는 대부분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라는 이유에서 더 없이 정치적이라는 지적은 지지의 목소리에 묻혔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수부는 지난해 8월 말 국정원의 수사 의뢰로 본격적인 적폐 수사를 시작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친박’ 실세로 꼽힌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남재준·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도 줄줄이 구속해 법정에 세웠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과 보수단체 지원 의혹까지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과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도 모두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박근혜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에 지급된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를 뇌물로 판단해 기소했고, 특활비 중 일부가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를 막기 위한 로비 자금으로 쓰인 정황도 밝혀냈다. 검찰은 검사장 출신인 김진모 당시 민정2비서관이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정원에서 5000만원을 받아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지난 2월 5일 그를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적폐 수사 초점을 이명박 대통령으로 옮겼고,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법인자금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공소장에는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사건 ‘주범’으로 적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국정원 정치공작 종착지가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이 전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지적을 괄시하지 않았다.     


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2007년말 17대 대선 때부터 제기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는 논란을 정권이 두 번 바뀌고 나서야 법정에 세우는 공을 세웠다. 다스는 1987년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 이상은씨가 설립, 자동차 시트 프레임을 만들어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다. 다스는 설립 당시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 회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10년 넘게 다스에서 근무한 한 직원은 “직원들은 이 전 대통령 지분이 얼마인지 이런 건 잘 모르지만 이 전 대통령 회사라고 생각하고 회사를 다녔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번번이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피해갔다.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시절인 2009년 급성장해 당시 4000억원대 매출에서 최근에는 2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회사 지분은 이상은씨가 절반가량 보유하고 있을 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진 않다.     


첫 번째 검찰 수사에선 김경준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특별검사가 도입됐다. 검찰을 못 믿겠으니 독립된 특검이 수사를 하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스 설립과 증자 때 납입된 자본금, 이익 배당 등에 이명박 전 대통령 개입 정황이 없고, 계좌추적이 가능한 5년치 자금 흐름과 임의제출 받은 회계장부 9년치를 조사해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여한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수부(첨단범죄수사1부 포함)는 삼성이 미국 다스 소송비를 대납한 의혹 등을 밝혀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 안에 있다는 의혹을 수면 위에 올렸다.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결론이 나겠지만 삼성이 다스 소송비 68억원가량을 대납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다스 회삿돈 350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새롭게 적용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다스 재무담당 전무에게 분식회계를 지시해 횡령한 다스 소유 법인자금은 339억758만원에 달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1987년 다스 설립 이후 1990년대 초반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영업이익을 감추고, 분식회계로 법인자금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횡령)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다스 법인자금 횡령은 가짜 거래를 명목으로 한 가공 매입금을 다스 명의 법인계좌인 외환은행 120-22-00105-0 등에 반제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된 금액은 현금, 자기앞수표, 약속어음으로 인출됐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돈이 필요하니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돈을 마련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했던 처남 고 김재정씨는 다스 원재료 매입거래 관련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었고,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허위 지출 발생전표를 작성해 허위로 회계 처리했다. 허위 지출이 선결제 후 입금하는 반제처리로 다스 명의 법인계좌에 들어오면 이 전 대통령 비자금이 됐다.


검찰은 김재정씨가 1993년 1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동철상공으로부터 총 40억6615억원 상당 철판을 매입한 것처럼 보이는 다스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그가 같은 기간 신백건설산업과 미강철강으로부터 각각 50억8660만원, 42억7794만원 상당 철강을 매입한 것처럼 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고, 상호불명 원재료 판매업체 명의로도 같은 일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재무담당 전무는 2001년 1월부터 2006년 3월 현대자동차 비자금 조성 의혹에 따른 검찰 수사로 현대차 1차 협력사였던 다스로 수사 확대를 우려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큰 꿈이 있으니, 올해부터는 위험한 일 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하기까지 5년여간 가공의 외상매입금에 대한 반제처리 자금 명목 비자금 인출을 지속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 형의 것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영 조언을 했을 뿐”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을 요구한 적이 없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삼성이 다스 소송비를 제공했다고 해서 다스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법정 공방을 떠나 이 전 대통령은 구속 기소됐다. 구속 역시 하나의 처벌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이 자체로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새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 국민이 비판하는 거악이 됐다. 덕분에 국민들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정의의 사도로 보고, 검찰 특수부를 향한 새로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은 특수부를 앞세워 ‘적폐청산 중점 검찰청’이란 별칭을 얻었다. 문재인 정부서 대두한 적폐청산 임무를 완성한 덕이다. 사법연수원 기수를 건너뛰어 ‘깜짝’ 발탁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거악을 척결했다는 국민 지지를 얻은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루킹 사건에 윤석열 검사장이 나서달라’는 청원이 올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특수부를 통해 이른바 ‘신(新) 특수통 전성시대’를 연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전엔 중수부가 있었다. 194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응하여 각종 범죄에 대한 수사와 공소, 형벌의 집행과 피해자 지원업무 등을 처리하기 위하여 서울지검으로 개청한 서울중앙지검은 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사건을 다수 처리했지만, 1973년 박정희 정권이 대검 특별수사부에 검찰총장 지시 사건들을 전담하도록 하면서 지위 하락을 겪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은 대검 특별수사부를 중앙수사부로 개명, 대형 사건을 맡겼다. 중수부 힘은 막강했다. 중수부 부장은 지방검찰청 검사장급이 자리했으며 각 과 과장은 고등검찰청 검사급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이 2004년 4월 들어 지방검찰청 중 유일하게 고등검찰청 검사장급으로 설정됐던 것과 대조된다. 중수부장은 검찰연구관으로 활동하는 대검 소속 검사들을 지휘했고, 언제든지 일선 검사들을 파견 받았다. ‘정치적 조직’으로 비판받고 2013년 4월 폐지되기 전까지 중수부는 표적수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수부 폐지로 서울중앙지검에 특수4부가 새로 설치되며 서울중앙지검의 위상은 높아졌다. 2014년 1월 1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신설 이전 28부 1국 16과였던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32부 1국 16과가 됐다. 총 218명이었던 검사 수도 256명으로 늘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핵심요직으로 떠오르면서 2017년 5월 19일 검사장급 임명이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등검찰청 검사장급에서 지검장급으로 환원됐지만, 특수부를 갖춘 검찰 내 최대조직이란 점에는 변함이 없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친 박영수 특별검사팀 주역으로 구성됐다. 박영수 특검팀은 2016년 11월 30일 수사 착수 이후 약 3개월 동안 총 13명을 구속하고 30명을 기소하는 등 역대 특검 중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데, 최고의 특검팀 소속 검사들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혐의 규명 및 대기업 정경유착 수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그대로 넘어온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쳤던 특검팀 유전자(DNA)가 고스란히 이어졌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특검팀에서 함께 한, 실력 있는 검사 대부분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모았다. 박영수 특검 1차 파견검사였던 윤석열 지검장 외 부장검사급 4명, 부부장검사급 2명, 평검사 4명 등 9명 중 5명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3차장 및 부장, 부부장에 임명됐다.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휘하 신자용, 양석조, 김창진 등 특수1·3·4부장이 대표적이다.     

박영수 특별검사와 윤석열 당시 특검 수사팀장

박영수 특검팀에 평검사로 파견됐던 이복현 검사는 송경호 특수2부장 아래서 부부장을 맡았다. 이복현 검사는 윤석열 지검장과 국가정보원 정치·대선 개입 수사를 함께 수사, 윤 지검장이 직접 ‘함께 하자’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검에 2차 파견검사로 합류한 평검사 10명 중 2명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발탁됐다.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이끄는 특수1·2·3·4부 검사 32명 중 22%가 특검팀 출신이다.     


이들은 거칠 것 없는 수사를 벌였다. 적폐 청산이란 현 정권 목적의식에도 부합했다. 검찰 특수수사에 필요한 수사기법은 총동원됐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탄핵된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 전직 대통령과 그를 배신한 충신들을 집요하게 수사했다. 이른바 ‘죽은 권력’의 멱살을 잡고 끊임없이 흔들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검찰 조직 자체가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대상에 오르자 국정원 불법 정치공작 의혹 수사에서 검사가 동료 검사를 수사하는 진풍경을 벌인 바 있다. 당시 구속 위기에 몰렸던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사용한 첫 번째 멱살쥐기는 압수수색이었다. 검찰 특수수사에서 압수수색의 중요성은 크다. 대기업 수사를 했던 전직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회장실 압수수색을 했는데 금고에 (분식회계 자료를 모아놓은) 핸드북 형태의 보고서가 있었다”며 “거기서 수사가 사실상 완성됐다”이라고 말한 적 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1월 영포빌딩을 압수수색, 다스의 미국 소송 진행 상황과 청와대 차원의 대응 방안, 삼성전자의 소송비 대납 사실 등이 담긴 ‘VIP 보고사항‘, MB정부 사정기관 보고 문건 등을 확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결정적 근거로 활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영포빌딩을 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을 세탁해 보관하다 사적비용으로 사용하는 저수지’라고 규정했다. 영포빌딩에서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을 비롯한 각종 차명 재산 등 불법자금이 관리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포빌딩은 1991년 11월 이 전 대통령 명의였다가 2009년 청계재단으로 소유 이전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영포빌딩 1층 개인 사무실인 동아시아연구원을 오가며 처남 고(故) 김재정씨, 이영배 금강(다스 협력업체) 대표,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을 통해 불법자금을 관리했다. 고 김재정씨는 영포빌딩 지하 2층에 태영개발 사무실을 마련, 부하직원들을 상시 근무하게 하면서 전 대통령의 각종 재산을 관리하는 재산관리인 역할을 수행했다.     


검찰은 검사장 출신인 김진모 당시 민정2비서관이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정원에서 5000만원을 받아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파헤칠 때도 압수수색을 이용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김진모 검사장이 검찰을 떠난 뒤 새로 차린 변호사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은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건의 점유를 취득하여 유지하는 처분인 압수와 사람의 신체, 물건, 주거 기타의 장소에서 압수할 물건이나 사람을 발견하기 위해 이를 찾는 처분인 수색을 말하는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검사장까지 올랐던 선배 검사의 자존심까지 가져다 수사에 활용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검찰을 떠난 한 검사장은 “윤석열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매달린 적폐 수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명확한 표적이 제시된 사냥이었다”면서 “국민에게 버림받은 집단을 향한 대대적인 수사였고, 수사 자료를 확보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던 만큼 결과와 달리 절차나 방식에서 탁월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압수수색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활용한 수사 무기는 진술확보였다. 특수수사는 거물을 다루다 보니 수사기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계좌추적, 회계분석, 통화내역 등 증거 수집도 중요하지만, 특수부 검사들에게 사건의 시작과 끝은 결국 ‘진술’이다. 중수부 파견으로 특수수사 잔뼈가 굵은 한 전직 검사장은 “뇌물 사건은 ‘돈을 줬다’는 진술 없이는 안 된다. 진술이 기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특수통 출신의 변호사 C씨도 “통신내역 조회, 계좌추적을 아무리 많이 해도 결국 사람한테 ‘이게 뭐냐’고 물어야 한다”고 했다.     


권력이 있는 피의자일수록 진술 받기 어렵다. 대통령 측근들은 임기가 지난 대통령에게 실망했거나 기대만큼 댓가를 받지 못했을 경우에나 입을 연다. 재벌 관련 수사에선 내부자보단 퇴직자 입에서 의미 있는 진술이 나온다. 특수부 검사들은 기다릴 수 없다. 특수수사의 생명은 시간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수사기법이 ‘협박’이다. 검사들은 협박이 아니라 자금 흐름 확인이라고 말하지만 당하는 피의자들에겐 협박으로 받아들여진다. 


전·현직 특수부 검사들 증언을 정리하면, 수사 초기 계좌 추적를 광범위하게 벌이고 통신 내역를 조회하면 피의자가 내연녀를 만난다고 사실을 알아낸다. 피의자 조사에서 돈의 흐름과 통신 횟수 등에 대해 묻다보면 본인이 내연녀라고 시인하고 ‘제발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라’며 술술 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기업인의 횡령 혐의를 수사할 때 기업 대표에게 “아내랑은 하루에 한번 통화하면서 이 여성이랑은 하루에 10번 이상 통화했는데, 어떤 관계냐”, “아내한테 주는 생활비만큼 이 여성에게 매달 지급되던데 어떤 관계냐”는 식으로 물어보는 거다. 사건과 관계없는 사실을 왜 물어보냐고 용감하게 항의할 수도 있지만 합법적으로 이뤄진 계좌추적, 통신내역 조회에서 나왔고 회사 돈으로 지급했으니 사건과 관련이 없지 않다고 말하면 저항하기 쉽지 않다.


내연녀가 없어도 자녀에 대한 범죄 사실이 나오면 부모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백하기도 한다. 검찰 조사를 받은 한 기업인은 “검찰은 자금 흐름 확인 차 물어본다고 하지만 자녀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잘못한 게 없어도 자녀에게 피해가 갈까봐 수사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진행한 적폐 수사의 구속 기소 범위가 지나쳤고, 진술을 얻기 위한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지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통 출신 전직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의 핵심 참모가 아들의 비위 사실을 잡아 확인에 나서자, 그 참모가 혐의를 인정했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며 “사실이라면 진술의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최순실 수사에서 최씨 변호인단으로부터 ‘강압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최씨 측은 피의자 조사에서 신자용 부장이 “삼족을 멸하겠다”는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진술 확보를 위해 최씨에게 폭행보다 더 상처를 주는 폭언을 연발해 정신적 피해를 가했다는 것이다. 최씨의 변론을 맡고 있는 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 대표 변호사는 최씨 항소심에서 신자용을 강압수사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는 특검팀 이야기만 들으면 몸을 움츠리고 떠는 등 정신적 외상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신자용은 지난해 12월 23일 최순실을 불러다 변호사도 배제한 채 자정이 넘도록 강압적인 수사를 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인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박영수 특검에서 했던 것과 동일하게 인권짐해적인 수사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검찰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발견한 추가 혐의가 10개라고 해도 혐의 핵심과 관련한 부분을 크게 지적하고, 직접 관련이 없는 피의자는 구속하지 않는 게 검찰 내 관례였다”면서 “윤석열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가릴 것 없이 모두 적용했고 범죄 행위임을 알고도 그 행위를 하진 않은 관련자까지 구속 기소하는 등 다소 지나치게 수사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검찰을 떠난 또 다른 검사장은 “검찰 특수부가 인지수사를 한다고 해도 본격적인 수사에는 국민 여론, 언론의 평가, 정권 시류가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진행한 이번 적폐 수사는 특히 검찰의 선택권이 작용하지 않았다”면서 “특수부가 요리사라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요리할 도마 위 재료는 정권이 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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