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대상 스스로 정하는 인지수사 부서
미국 만화출판사 DC코믹스의 대표작 배트맨에서 배트맨은 고담시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범죄 현장에 귀신처럼 나타나 범죄자를 제압한다. 배트맨은 범죄가 발생하는 현장을 어떻게 알아낼까? 배트맨의 알터 에고(Alter ego) 브루스 웨인은 고담시 전역에 최첨단 감청 장치를 설치하고 뒷골목 등 우범지역과 통신 내용을 24시간 감시한다. 범죄가 발생하면 관련 범죄 현장 정보가 배트맨의 박쥐 가면 안에 부착된 송수신기기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도시 곳곳에 첨단 감청장치를 설치하기는 비용이 어마어마해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엄두를 내지 못할 듯하다. 브루스 웨인은 고담시 최고 부자다. 그러니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없었을 게다. 경찰과 검찰 등 국내 사법기관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마련하지 못할 거다. 국회의원들이 한꺼번에 정신이 나가지 않는 한 어림도 없는 일이다. 설사 국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경찰이나 검찰이 감청 내지 도청 장비를 영장 없이 임의대로 설치할 수 없다. 국내 실정법상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적합한 사유 없이 감청하는 건 불법이다.
그러니 배트맨이 한국에서 활동하면 범죄자 취급을 받을 게다. 국내 통신비밀보호법은 당사자 동의 없이 전자기기, 기계장치 등을 사용해 통신의 음향, 문언, 부호, 영상을 청취하는 감청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사법기관도 통신비밀보호법 5조에 규정된 중범죄를 계획·실행하거나 실행한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 체포 또는 증거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특정 수사대상을 감청할 수 있다. 수사가 상당히 진행돼야 피의자를 특정하고 범죄 사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터라 그 전에 감청영장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럼 경찰이나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 범죄 정보나 단서를 어떻게 수집할까? 법죄정보과(범정과)가 검찰과 경찰의 귀 역할을 맡는다. 검찰에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범죄 정보를 수집한다. 이른바 ‘찌라시’라고 불리는 증권가 사설정보지나 SNS에서 떠도는 정보를 확인하고 관련자 진술과 제보, 증빙 자료를 보고서 형태로 생산한다. 경찰은 경찰청을 비롯해 경찰서마다 정보관(information officer)이 활동한다. 경찰은 또 ‘전문정보관’ 제도를 도입할 정도로 정보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정보관 제도는 2015년 도입됐다. 승진시 다른 곳으로 전출하지 않고 3년간 정보관 업무를 지속하도록 하는 제도다. 경찰청은 본청과 지방경찰청의 정보관을 대상을 실시했다. 베테랑 정보관들을 승진 등 사유로 다른 곳에 보낼 경우 새로운 정보관이 다시 인맥을 쌓고 의미 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
일반 형사 사건에선 고소·고발이 범죄 수사의 단서를 제공한다. 고소인이 경찰과 검찰 등 사법기관에게 피고소인이 저지른 범죄나 이익 침해 행위를 수사하라고 서류로 요청하는 것이 고소다. 고소인은 특정 범죄로 피해를 입거나 이익을 침해 받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동업자가 회사 공금을 횡령해 회사와 주주로서 권익을 훼손했으면 동업자를 피고소인으로 삼아 사법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고발인은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이 범죄 사실을 사법기관에 알려 해당 범죄의 수사를 요청한다.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 사건은 목격자가 신고해 범죄 발생 정보를 획득하고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다.
형사사건은 고소·고발을 단서로 수사에 착수하는 일이 많다. 사법기관이 가장 먼저 그리고 손쉽게 범죄 정보와 수사 단서를 얻는 수단이 고소인 내지 고발인 조사다. 고소·고발 내용에 기초해 범죄 정보와 증거를 수집하는 게 수사다. 경찰은 수사를 마치면 기소 내지 불기소 의견을 첨부해 검찰로 이첩한다. 검찰은 이첩사건의 자료를 검토하거나 추가 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기소하기로 확정하면 검찰은 피고소인이나 피고발인을 소환해 추가 수사를 벌이거나 경찰에 보강 수사를 지시할 수 있다.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옙스키가 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에서 표도르 카라마조프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자 검사는 용의자로 큰 아들 드미트리 카라마조프를 지목하고 경찰서장 등과 함께 참고인 조사와 피의자 심문을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카라마조프 3형제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와 피살자의 사생아 스메르쟈코프를 심문한다. 심문과 조사 끝에 검사는 드미트리 카라마조프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판사 앞에서 재판을 연다. 전형적인 형사부의 강력사건 처리 절차다. 재판 끝에 범인은 스메르쟈코프로 밝혀진 걸 보면 러시아에서도 예나 지금이나 억울하게 범인으로 지목되는 일이 흔한 듯하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부당거래’에서는 경찰 광역수사대 에이스 형사 최철기(황정민 분) 경사는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허위로 세우고 기소 의견을 담아 검찰에 이첩한다. 검사 주양(류승범 분)은 해당 사건을 추가 수사해 경찰이 ‘배우(가짜 범인)’를 피고인으로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영화 설정상 스토리 전개가 다소 무리가 있지만 경찰이 수사한 뒤 기소 여부 의견 담아 넘기고 검찰이 사건을 마무리한다는 면에서 전형적인 형사 사건 사례다.
특수, 강력 등 인지수사 부서는 형사부와 업무 특성이나 수사 방식 면에서 다르다. 인지수사 부서는 자체적으로 범죄 정보를 수집해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 수사와 상관없이 관련자를 소환 조사하거나 구속하고 압수수색, 피의자 심문 등 범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한다. 특히 특수부는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국가기관이 수사를 요청해 수사에 착수하기도 한다.
특수부 약칭 특별수사부, 중대 사건만 취급
특수부는 수사 대상도 다르다. 특수부는 ‘특별수사부’의 약칭이다. ‘특별’이라는 어휘에 함축하듯이 특수부는 일반 고소·고발 사건보다 중대한 특별 사건을 맡는다. 정치인, 재벌 총수 등 수사 대상이 권력층이며 공공이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사실관계가 복잡해 수사에 상당한 수사 전문인력과 시간이 투입하는 사건을 특수부가 관할한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범석 검사(곽도원 분)가 조직폭력배 최형배(하정우 분)와 비리 세관원 출신 사기꾼 최익현(최민식 분)을 수사 대상으로 삼아 범죄 정보와 증거를 수집한다. 고소·고발도 없고 경찰 수사를 거치지 않고 검사가 용의자를 잡아 들여 직접 심문한다.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에서도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가 여당 대통령후보 장필우(이경영 분), 언론인 이강희(백윤식 분), 재벌 총수 오회장(김홍파 분) 간 불법 정치자금 거래를 파헤친다. 우장훈 검사 역은 영화 속 검사 캐릭터 중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와 가장 비슷하다.
검사 대다수는 형사부 발령을 꺼려한다. 형사부 검사는 1인당 200~500개 사건을 배당받아 하루종일 서류에 치인다. 그러다 보니 담당 사건 서류가 1톤 트럭 몇대 분량이니 하며 푸념반 자랑반 삼아 동료에게 털어놓는다. 검사라고 하지만 서류 검토하고 피의자나 참고인 소환하고 다시 서류 정리하는 등 사기업 회사원이나 정부부처 공무원과 별 차이가 없다. 사법고시 치기로 마음먹거나 로스쿨에 다닐 때 가진 거악을 없애고 공공질서를 수호하겠다는 거창한 포부는 하루 종일 넘기는 서류에 파묻혀 윤색되곤 한다.
형사부는 사건을 힘들게 마무리해도 빛이 나지 않는다. 고소·고발 사건 대다수가 개인간 이해다툼에서 비롯되다 보니 피고인이 절도, 단순 폭행, 사기 등 잡범이거나 우발적 범죄자에 불과하다. 엉덩이에 진물이 나게 앉아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우수하게 졸업해 검사 배지까지 달았는데 하루 종일 서류에 파묻혀 잡범이나 상대하려니 답답할 만한다. 형사부 검사들은 또 승진이나 보직 면에서 특수, 강력, 공안 등 인지수사 부서보다 불리하다. 형사사건 전문 검사는 ‘검사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에 오르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형사부 검사들은 사기가 높지 않다.
형사부 반대편에 있는 부서가 특수부다. 이에 특수부가 인기다. 특수부 검사들은 거악을 처벌하고 사회를 바꾸고 언론에도 나오고 시쳇말로 ‘폼난다’. 특수부 위세는 막강하다. 특수부는 언급했듯이 인지수사에 기반을 둔 권력형 범죄를 다룬다. 공판부·형사부가 경찰에서 송치 받은 사건을 처리하는 동안 인지부서인 특수부는 검찰 내부에서 기획한, 혹은 첩보에 따른 사건을 수사한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이목이 쏠리는 수사를 주로 특수수사 부서인 특수부에서 전담한다. 피의자나 용의자는 언론에 이름 석자가 오르내리는 유명인이다. 국회의원, 재벌총수, 고위 공직자 등 우리 사회에서 방구 좀 뀐다는 유명인을 소환해 심문한다. 사건 하나 해결하면 언론이 주목하고 국민들로부터 찬사도 받는다. 이에 특수부 소속 검사는 개인이 실적을 올리거나 두각을 드러내기에도 유리하다. 특수부는 검찰 수뇌부 진입 필수코스로 꼽히고, 대부분 검사가 선망하는 부서 1순위에 오르는 이유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승우가 연기한 우장훈 검사는 이른바 ‘잘 나가는’ 검사의 대표 코스인 대검 중수부에 가기 위해 큰 사건에 집착했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 내 대형 특수수사를 도맡은 이른바 특수부의 중심이었다. 영화 속 우장훈 검사의 중수부 집착 이유는 현실이 증명한다.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이 개정된 대한민국 제6공화국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전체 22명 중 7명이 대검 중수부장을 지냈다. “족보가 없어서 차별하느냐”고 따졌던 우 검사는 중수부를 욕심낼 만 했다. 서류에 파묻혀도 1~2개 굵직한 사건 파일들이다.
최운식 전 검사장(현 대륙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은 “검사 대다수가 특수부 근무를 원한다. 2가지 이유다. 공명심이 있거나 출세하고 싶은 부류는 특수부에서 이목을 끄는 큰 사건을 맡아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어 한다. 또 다른 부류는 일 자체를 즐긴다. 이들은 특수부 검사에게 허락되는 수사의 권한과 시간을 쏟아 부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특수부는 공명심을 채워줄 수 있는 곳이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을 주로 수사한다. 특수부에서 일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검사에겐 영광이다. ‘거악을 편히 잠들게 하지 않겠다.’ 도쿄지검 특수부 모토다. 거악 척결은 검사라면 한 번씩 꾸는 꿈이다”라고 말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은 변호사 개업해도 유리하다. 특수부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 시장에서 인기를 끈다. 특수부 수사 대상 중에 재벌총수 일가나 대기업이 많다. 사건 당시 안면을 튼 건지 같은 종류 사건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험을 높이 산 건지 대기업은 특수부 출신 검사를 찾는다. 전관예우도 무시할 수 없다. 재벌총수 일가가 연루된 사건은 역시 특수부가 맡는 경우가 많은 터라 아무래도 특수부 선배 검사가 변호를 맡으면 현직 특수부 검사가 피의자를 함부로 대하거나 사건을 독하게 처리하지 못할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게 사실이다.
김영삼 대통령 집권기간 특수부 상종가
특수부 검사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15~20년 전에는 기획(인사, 총무, 행사기획 등)이나 공안부서가 인기 있었다. 기획과 공안은 이른바 안전한 길이다. 혼맥, 학맥 등 인맥이 있어야 갈 수 있다. 이와 달리 특수부는 위험한 곳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실적을 내야 한다. 김경수 전 고검장은 “(특수부 검사가)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수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찍힌다. 그러면 검찰에서 성장은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인기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특수수사는 속도가 생명이다보니 서두른다. 이 탓에 실수하기도 한다. 실수는 특수부 검사에게 치명적이다. 한 특수부 검사가 전화는 동료 검사 실수담이다. A 검사는 정치권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폐쇄회로TV(CCTV)에 봉투를 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CCTV 화면을 근거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수부 검사로서 설렜다. 대낮에 뻔뻔하게 봉투를 돌리는 부정부패를 징치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여 봉투를 모두 회수했다.
수사는 성공하지 못했다. 봉투 속에 청첩장이 들어 있었다. 압수수색을 당한 당사자들은 정치탄압이라며 검찰에 거세게 항의했다. 검찰 수뇌부는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고 진땀을 흘리며 해명해야 했다. 그 뒤로 압수수색 영장을 내준 영장전담판사는 A 검사가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나 구속영장은 꼼꼼히 본다. A 검사는 청구하는 영장마다 잘 발부되지 않았다. 사건 관련 검사는 “차라리 정치적 의도가 있었으면 덜 창피했을 것”이라며 “후배 검사들에게 특수수사의 위험성을 설명할 때 예를 드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어느 조직이든 손에 피를 묻히는 역은 고생만 하고 보상을 못 받는 일이 잦다. 한 특수부 검사가 겪은 경험담이다. B검사는 졸부를 수사했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공공재를 이용해 쉽게 돈 버는 행태가 수상해 내사했다. 이 졸부는 정치권과 인연을 맺고 불법으로 초과이윤을 얻고 있었다.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몸통에 이르게 되자 하늘같은 선배 변호사들이 수임장을 냈다. 한 변호사는 검사장과 절친이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최근 옷을 벗은 검사 선배였다. B검사는 연수원 동기 중 가장 친했던 변호사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다. “구속영장 쳐야하냐?” 구속영장을 작성해 결제를 받을 채비를 마친 상태엿다. “응” 짧게 말하고 끊을 생각이었는데 변호사 말이 기가 막혔다.
“영장 치면 너 날릴 것 같다. 손에 피 묻히지 말지.”
“친구끼리라도 일 관련해서 협박하는 건 참기 힘들다.”
“그게 아니고 다른 변호사들이랑 회의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럼 이왕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나가는 거면 XX지검으로 보내달라고 해.”
B검사는 신경 쓰지 않고 졸부를 구속기소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검으로 옮겼다. B검사는 “특수 검사는 업을 많이 짓는다. 전쟁이 났을 땐 싸움 잘하는 용병이 필요하지만 전쟁 후에는 상처투성이인 용병에게 꽃보직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부 검사가 되는 것은 기회이지만 동시에 위기라고 털어놓았다. 특수부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특수부 검사가)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수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찍힌다. 그러면 검찰에서 성장은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한때 인기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특수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는 김영삼 대통령 재임기간(1993~1998년)이다. 김영삼 대통령 집권 기간에 특수부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김영삼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 비리 사건 등 최고 권력층을 수하면서 특수부는 위상을 높였다. 심재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현 법무법인 원 고문)은 1997~1998년 김현철 비리 사건 수사를 지휘하면서 특수부 전성시대를 열었다. 김현철 비리 사건은 특별 수사의 본령이었다. 당시 검찰이 김현철씨를 기소하자 심재륜 부장에게 보약이나 10만원 수표를 보내는 이도 있었다. 김경수 전 고검장은 “당시 중수부에 파견 근무했다. 용병이었다. 용병은 장기로 치면 졸이다. 검찰에는 비주류를 불러다 졸이나 용병으로 쓴다. 용병이고 졸이다 보니 비주류로 특수 수사에 낀 이들은 후퇴할 수 없다. 마지막 기회일 수 있어 최선을 다한다. 어려운 수사의 돌파구를 내는 이도 비주류였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4명·평검사 28명
검찰은 특수부가 주력하는 권력형 비리사건이나 대형 경제사범 수사 등에 잔뼈가 굵은 검사를 특수통으로 분류한다. 검찰 특수부 출신인 특수통 검찰총장 계보는 지금도 여전하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 담당하는 검찰 공안부가 한때 국가보안법과 집시법으로 검찰 내 엘리트 집단으로 불린 적도 있지만, 군사정권의 종결로 힘의 축은 특수부로 이동했다. 39대 검찰총장을 지낸 채동욱 전 검찰총장 이후 현재 검찰총장을 맡고 있는 문무일 42대 검찰총장까지 4명 검찰총장 모두가 특수통이다.
특수, 공안을 제하고도 강력, 금융조세, 기획, 외사 등으로 검사가 행하는 수사 분야를 나눌 순 있지만, ‘통’은 특수나 공안에 붙는다. 그만큼 특수부가 뚜렷한 수사 특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특히 특수부를 거친 검사는 특수부 이후 어딜 가더라도 특수부 출신으로 뭉친다. 검찰 내에선 대검 중수부 출신 검사 부친이 상을 당하면 대검 중수부 출신 검사 모두가 장례식장에 남아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 있다. 대검 중수부로 대표됐던 특수부는 두각을 나타내는 소수 검사만 갈 수 있고, 이들은 지방 근무 대신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덕이다.
특수통은 주로 대검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출신을 일컫는다. 영화 내부자들 속 우장훈 검사 소속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선 곳 역시 특수통 계보 속 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현재를 살고 있다면 그는 더 이상 대검 중수부로 올라가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중수부는 표적수사, 정치적 조직 논란으로 2014년 4월 완전히 폐지됐고, 굵직한 특수수사는 모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담당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직행 논란이 일지도 모른다.
중수부 폐지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역할을 강화했다. 과거 검찰 ‘빅4’는 법무부 감찰국장, 대검 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특수수사를 전담한 중수부장은 부장임에도 검사장급이 자리했다. 중수부가 담당했던 특수수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휘하 특수부로 옮겨졌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힘이 강해졌다는 의미인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장은 ‘빅4’ 분류 위로 올라섰다는 뜻이다. 중수부장의 일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대부분 맡고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아래 있다.
과거 대검 중수부 부장은 지방검찰청 검사장급이 자리했으며 각 과 과장은 고등검찰청 검사급으로 채워졌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이 2004년 4월 들어 지방검찰청 중 유일하게 고등검찰청 검사장급으로 설정됐던 것과 대조된다. 중수부장은 검찰연구관으로 활동하는 대검 소속 검사들을 지휘했고, 언제든지 일선 검사들을 파견 받아 검찰총장이 지시하는 수사에 직접 나섰다. 1973년 박정희 정권이 대검 특별수사부에 검찰총장 지시 사건들을 전담하도록 했고, 전두환 정권은 대검 특별수사부를 중앙수사부로 개명, 대형 사건을 맡긴 게 대검 중수부의 시작이다.
앞서 중수부는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 아래 살아있는 정권을 향해 특수수사의 칼날을 겨눴다. 중수부는 전국 일선 검사들을 파견 받아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을 구속하는 등 수사 성과를 냈다. 검찰은 권력에 위협이 됐고, 정권의 인사권은 중수부를 하명수사의 도구로 삼기도 했다. 중수부 기소 사건이 일반 사건보다 26.7배나 높은 무죄율을 기록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중수부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과 권력층 연관 대형비리를 수사했고,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정치 검사’, ‘표적 수사’로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었던 중수부 폐지를 선거 공략으로 내고 2014년 4월 중수부를 폐지했다.
중수부 폐지로 서울중앙지검에 특수4부가 새로 설치되며 서울중앙지검의 위상은 높아졌다. 2014년 1월 1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신설 이전 28부 1국 16과였던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32부 1국 16과가 됐다. 총 218명이었던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 수도 256명으로 늘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핵심요직으로 떠오르면서 2017년 5월 19일 검사장급 임명이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등검찰청 검사장급에서 지검장급으로 환원됐지만, 서울중앙지검은 특수부를 갖춘 검찰 내 최대조직이란 점에는 변함이 없다.
검찰 내 최대조직이 된 서울중앙지검, 그 중에서 3차장 산하 특수부로 이동을 꿈꾸는 대부분 검사는 형사부나 공판부에 소속돼 있다고 보면 맞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의 이동은 그만큼 어렵다. 잘 나가는 검사의 꼭짓점이 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가기 위해선 확실한 ‘뒷배’를 가지고 검사생활을 시작해 3년 이전에 출중한 능력을 보이거나 혹은 잘 나가는 검사와 근무한 후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보직으로 추천받는 방법 밖에 없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의 절반은 1차장 산하에 배치돼 있다. 대다수 검사들은 3차장 산하를 원한다. 자체적으로 수집한 첩보나 제보에 기초해 수사를 진행하는 특수1·2·3·4부를 3차장이 이끌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는 국내 전체 검사 수의 20%가 되지 않는다. 이중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소속 검사는 다시 서울중앙지검 내 검사 중 20%다. 다시 말해 검찰 내 전체 검사의 1%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소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부장검사 4명과 평검사 28명을 거느리고 있다. 첨단범죄수사 1부도 사안에 따라 특수부 수사에 참여한다. 첨수1부는 특수 2부와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를 주도했다. 이에 첨수1부를 넓은 의미의 특수부에 포함시켜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첨수1부에는 부장 1명과 평검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산하에 특별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는 총 37명(특수 1~4부 32명 + 첨수1부 5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검사나 수사관 인원 면에서 도쿄지검 특수부에 미치지 못한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25년 경력 이상 부장검사가 총괄하고 20년차 이상 부부장 검사 3명이 3개 반을 지휘한다. 3개 반에는 평검사 50여명과 평검사를 보좌하는 수사관 300여명 인력이 일한다.
윤석열 지검장 산하 특수부는 지난 1년여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를 수사했다. 특수 1~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까지 전직 대통령 수사에 매달린 것이다. 특수1부에는 신자용 부장검사 외 검사 7명이 일한다. 일선 검찰청 특수부 인원보다 2배가량 많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인원이 늘어났다. 특수1부는 청와대가 사무실 캐비닛에서 발견해 특검에 보낸 박근혜 대통령 재심시절 작성된 민정수석실 자료와 정무수석실·국정상황실·안보실 문건을 넘겨받아 수사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기소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특수1부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학사 특혜 사건을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세월호 공문서 조작 사건도 특수1부에 배정했다. 특수1부는 대검찰청 반부패부로부터 세월호 사건을 넘겨받아 2014년 3월28일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도 줄곧 청와대 침실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신 특수1부는 감사원이 수사의뢰한 면세점 특혜 의혹은 2부로 넘겼다. 특수2부는 박근혜 정부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비리 의혹 사건을 맡았다. 면세점 비리 사건을 마무리하자마자 이명박 전 대통령 횡령·탈세·뇌물 수수 사건에 투입됐다. 자동차 시트업체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 등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데 회계 등 기업 관련 전문 지식이 필요한 터라 첨수1부도 수사에 참여했다.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지원 의혹,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다. 특수4부는 국정 농단 사건 특별공판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