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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 석 Apr 01. 2024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벚꽃이 내리는 골목에서 바라본 것들

벚꽃을 보고 스마트폰을 꺼낸다. 스마트폰을 여는 순간 우리는 이상세계로 끌려간다.


SNS를 보면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당장의 현실은 마약이 집어삼킨 땅떵어리에 출산율 0.6%, 19년간 OECD 자살율 1위라는 기록적인 스코어를 마주하고 있지만 SNS에서 보이는 모두의 삶은 현실에 대해 콧방귀라도 뀌듯 행복 그 자체로 보인다.


나도 언젠가 삶의 목적은 행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맹목적으로 좇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행복에 다가갈수록 행복은 나와 멀어지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그렇게 행복은 마치 전설의 포켓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그 이후로 그런 포켓몬 같은걸 만날 때마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SNS에 가뒀다. 즐거운건 단지 그 순간 뿐이었다. SNS는 마치 포켓몬 도감처럼 실제하지 않는 그들의 사진들로 가득 찼고, 나아가 그 도감은 마치 ‘나’를 대변하는 ‘무엇‘으로 변해, 내 ‘진짜 행복’을 대신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나와 다른 모든 이들도 각자 ‘무엇’이 그들을 대변하고 있었고, 똑같은 우리가 모이자 자연스레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나와 다른 모든 이들과 벌이는 이 ’행복전쟁‘이 무의미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겨야 할 상대가 다른 모든 이들이 아닌 내면의 결핍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총구를 올렸다. 시간이 더 흐르고 행복은 좇는다고 닿을 수 있는 것도 매일 곁에 두고 바라보며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시간이 더욱더 흐르고 행복은 그렇게 찰나의 순간으로도 남길 수 없는 행복은 그저 내가 묵묵히 걸어야 할 길을 걷다보면 잠깐 내 앞에 나타나 미소짓고 사라지는 그런 것임을 깨달았다. 마침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지만 PTSD가 심각한 그 행복전쟁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SNS에는 행복한 모습만 보인다고. 그러니 그런 모습을 자주 올리는 사람 일수록 현실이 불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뭐 불행한 사람이든 행복한 사람이던 자기 SNS에 자기 일상을 올린다는데 이것은 감이요 저것은 배다 라며 잣대를 들이미는게 마당찮지만,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던 기록을 갱신한 이 대혐오의 시대에서 매일 자기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내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가 무엇인지, 현실은 정말 SNS만큼 안녕한지 궁금하다. 그들은 정말 행복한 것인가. 아니면 그들도 전쟁을 치루는 중인가.


모든 것을 차치하고, 우리가 만들어낸 이 문화는 웃으면 만만하게 보고 찡그리면 따돌리니, 감정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동방예의지국의 가르침 때문에 ‘행복해 보인다’ 라는 말을 듣지 못하고 자란 우리 세대가 적어도 행복하고 싶다고 세상에 소리 없이 외치는 방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 안 해도 좋고 애 안 낳아도 좋다. 사회가 맞춰놓은 높은 기준선에 들지 않아도 좋고, 남들 보다 조금 부족해도 좋다. 그러니 이제 그만 이상세계에서 벗어나 오늘 걸었던 길을 내일도 묵묵히 걷자. 우리는 오늘 분명히 수고했고 멋지게 하루를 이뤄냈다. 그러니 내일은 행복이 눈앞에서 미소지을 것이다.


벚꽃이 흩날리니 봄이 왔고

봄이 온 자리에 희망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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