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서해에 왔습니다. 즉흥적으로, 바다와 노을과 적당한 소음을 따라 홀린 듯 서울에서 편도로 한 시간 반 차를 몰아 달려온 이 곳은 탄도항입니다. 해가 노랗게 발화하며 수평선에 걸릴 때까지의 고요에 잠시 주파수를 맞추고, 고집스레 붙잡은 연약한 젊음과 수없이 밀려오는 늙은 시간들을 생각해 봅니다.
스물아홉. 초읽기 같은 숫자가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지만, 어찌 됐든 또 이렇게 스물아홉에 할당된 하루를 살아냅니다. 이제 조금 익숙해지려나 싶을 때 불쑥 앞자리가 바뀔 것 같은 멋쩍은 예감마저 듭니다. 영영 이십 대 만의 풋풋함에 머무르고만 싶지만,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거스를 수 없는 섭리대로 서른 줄의 우리는 지치지도 않고 찾아오겠죠.
처음은 늘 서투른 법입니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행복했든, 또는 절망스러웠든, 해가 진 후 새벽을 지나 동이 트면 또 어떻게든 새로운 하루와 함께 이불을 걷어 일어나는 것처럼, 서투르게나마 우리의 서른도 일단 눈을 뜨고 이불을 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그다음 무엇이 서른의 우리를 찾아올지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연마하고 제련하듯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 어쩌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지요.
그렇게 우리는 또 담대하게 서른을 맞이할 거예요. 우연히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난 소중한 스물아홉 동갑내기 친구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스물아홉이라는 낯선 나이를 마주할 젊은 청춘들에게, 공감의 응원과 무한한 포옹을 보내며.
2021.06.05
탄도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