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이 되었다.
내 안에는 밤바다가 무수하다.
홀로 앉은 모래사장까지도 검은 파도가 밀려오는 듯하다. 잠겨 빠진다.
사람도 새도 풀벌레도 모두 잠든 심연 속 파도 소리만이 고막을 울린다. 침묵하는 바다와 시끄러운 상념만이 달빛 아래 처연하게.
육신을 누르는 무거운 영혼을 생각한다. 옛사랑의 잔해들과 영글지 못한 어린 마음들을 더듬는다.
웅크린 채 내 작은 발가락을 움직여 본다. 발가락은 가벼운데 두 다리가 무거운 까닭은 무엇인가.
파도를 헤집고 한 발짝씩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끝까지 잠겨도 내 다리는 노를 저어 어둠 너머 저 수평선에 닿을 것이다.
머리 위 작게 일렁이는 윤슬만이 내 거기 있었노라 말해줄 것이다.
문득 몸에 한기가 돈다. 고독이 엄습한다.
일어나 모래를 털고 바다를 등진다.
이불속 아늑함과 따뜻한 음식을 생각한다.
바다에 빠지지도 않았고,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지도 못했다.
차가운 파도가 발목을 휘감아 어루만지는 듯하다.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두고 온 밤바다가 무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