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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보다홍차 Sep 08. 2021

살아있는 자를 위한 레퀴엠, '언내추럴', 2018

이시하라 사토미, 이우라 아라타 외

*모든 리뷰는 의도하지 않은 스포일러가 담겨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왓챠 1년권을 끊고 첫 작품으로 선택한 '언내추럴'.

훌륭한 OST를 통해서 이미 내적친밀감이 있었는데 퇴사한 김에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정주행해보았다.






1. 작품을 고른 이유 

(1) 사토미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에서도 굉장히 신선한 연기와 특유의 교훈으로 인상적이었던 드라마. 워낙 사토미가 예뻐서 보는 재미도 있고, 교열걸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연기를 입고 나타나서 몰입을 더해주었다. 그저 예쁜, 국민 연예인이 아닌 '배우'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2) 로맨스가 없는 독특한 장르물 (특히 요즘 법의학에 관심 많아짐.)

(3) 한 회당 60분으로 짧은 러닝타임에 전체 10화로 구성된 간결함.

(4) 드라마 ost 'Lemon' (+친구의 영업..)



2. 내용

'언내추럴'은 영어 그대로 unnatural death, 즉 부자연스러운 죽음에 대해서 연구하는 법의학자들의 내용이다. 부자연스러운 사인으로 사망에 이른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 뒤에 있는 진실을 풀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법의학 수사 드라마이며, 부자연사 규명 연구소(UDI, Unnatural Death Investigation)라는 가상의 공간을 중심으로 사건이 펼쳐진다.미스미 미코토는 7D 직업이라며 불평하지만 법의학자로서의 최선을 다하며 사인을 밝히기 위해 사건현장도 두 발 벗고 뛰어가는 등 대단한 열정과 추진력을 보여준다.



3. 인상적인 포인트


(1) 사명감

미스미의 사명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주는 대사


1화가 굉장히 강렬했다. 사실 법의학이라는 단어만 보면 멋있지만, 매일 같이 몇 십구의 시체들을 부검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미 미코토(이시하라 사토미)는 자신의 일에 대해 열정과 사명감을 가진다.



(2) 여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소신있는 태도


피해자 여성의 옷차림을 지적하자 그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하는 미스미


드라마에서 여성 법의학자인 미스미를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인 대상 취급을 한다거나, 여성은 히스테리 부리는 것 밖에 하지 못하냐며 비아냥 대거나, 실력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등의 굉장히 불편한 내용이 등장한다. 3화에서는 동료 법의학자인 '나카도'가 도와줌으로써 정면승부는 하지 못했지만 사실 정면승부할 필요가 없었던 그들의 낡은 사고방식에 일침을 준다. (나카도가 3화부터 인기가 많아진 이유..?)




조금 섬뜩하면서도 공감됐던 대사


진정한 평등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만드는 회차. 나카도의 마지막 대사는 띵언이다..





(3) 긍정적으로 털어버리는 미스미의 파워 긍정력


UDI의 인턴으로 일하는 로쿠로 쿠베는 시신들을 매일같이 마주하는 상황에서 웃고 장난치는 미스미 선배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함께 지낼수록 오히려 그것이 무감정한 것이 아닌, 미스미만이 갖고있는 힘이라고 받아들인다.





 범인을 함께 추격하던 중, 범인의 꾀에 넘어가 같이 위기에 처한 장면.  트럭에 갇힌 채로 물에 빠진 두사람은 죽기 일보직전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미스미는 '내일' 을 이야기 한다.


삶의 태도에 대해 느낌표를 던져주는 대사.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겪고 살아난 미스미는 죽음에 대해 초연한 듯하다.  이런 드라마 속 캐릭터의 에너지가 현실의 삶에도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나도 드라마를 볼 때면 그 인물과 동일시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데, 그를 통해서 좀더 삶에 대한 지혜를 얻게 되기도 한다. 한발짝 떨어져 보면 희극. 내 삶도 여전히 희극이다.




(4) 전반적인 사회 문제를 꼬집어주는 풍자성


병원측 실수를 환자에게 뒤집어 씌운 문제, 여성문제, 학교폭력문제, 가출청소년 문제, 경찰들의 수사 축소, 과로문제 등 무거운 주제들이 많지만 오히려 수사물로 접근하여 흥미롭게 문제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5) 제일 인상적이었던 마지막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연쇄살인마를 향하여, 미스미는 일침을 남긴다.

당신은 여전히 어머니에게 학대당하던 그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남아있다고. 그런 당신을 동정한다고. 

그러자 열에 받친 연쇄살인마가 '누구도 해내지 못한 희대의 연쇄살인을 내가 했다'며 모든 죄를 실토한다.


범죄자 앞에 "희대의" 라느니 "무시무시한" 이라느니.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건 지양해야할 것이다. 그들이 뭘 잘했다고, 그런 대단한 호칭은 필요 없다. 그냥 정말 불쌍한, 남을 죽이지 않고서는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런 부분까지 완벽했던,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4. 짧은 평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본적이 있던가? 마지막 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벅찬 현실이다. UDI는 날마다 새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지만, 그들 역시 죽음에 애도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눈앞의 시체들을 처리해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죽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위로해주는 자들이다. 살아있을 때 어떻게 살아왔는가만이 나의 정체성으로 규명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이후에도 나는 어떤 사인으로 죽었는가가 또하나의 꼬리표가 된다. UDI는 마지막 이름표를 붙여주는 곳인 셈이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서 고맙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애인과 헤어질만큼 팍팍한 7D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미스미가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삶와 죽음의 경계가 아주 얇기 때문이다. 망자는 죽음을 통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도 죽음의 무거움을 던져준다. 또한 남은 자들이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레퀴엠. 



+일본 드라마는 참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가 많다! 사회의 여러가지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은.




5. 구성


수사물이다보니 매 회차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옴니버스 형태로 간결한 느낌이 든다. (코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중간에는 살짝 지루할 뻔했으나 (범죄방식은 달라도 결국 스토리 전개가 비슷한 패턴이어서?)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인공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사연도 다루면서 끝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노력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모든 떡밥을 회수하며 마무리 된다. 떡밥 회수에 충실하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명쾌하고 시원한 드라마. 매 에피소드 역시도 반전에 반전을 넣어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6. 나오며.


마지막으로, 메인 테마곡인 'LEMON'을 들으며 어딘가 또 시작될 사건 속으로 들어가보자.

(유튜브 조회수 6억회..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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