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아이와 현장체험학습 다니기
올해 현장체험학습은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들떠서 날짜만 세고 있는 데, 몇몇 학생은 내키지 않는 눈치다. 학창 시절 나도 그랬다. 내향형이고, 자존심이 강한 나는 소풍날 함께 다닐 친구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더 컸다. 나처럼 혼자 다닐 만한 아이를 찾아서 하루동안 내가 친구가 돼주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반 아이 중 지용이랑 현장체험학습을 같이 다니기로 했다. 지용이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1 때 주변 사람들과 충돌이 잦았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가 별로 없다. 2학년에 들어와서도 몇몇 아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다툼이 있었다. 보호자가 현장체험학습을 따라가도 되냐고 연락해 와서, 나와 함께 다니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보호자가 놀라면서 아이와 이야기해 보겠다고 하고 통화를 마쳤는데, 다음날 지용이에게 물어보니 괜찮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는 함께 지낸 시간의 양에 비례한다. 지용이랑 학교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수업을 매개로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그를 더 잘 알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현장체험학습 날 아침에 일찍 만나 지하철로 이동했다. 지용이는 지하철을 타고 인천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목적지인 대공원역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도 자꾸 일어나서 어디쯤 왔는지 알아보겠다고 한다. 안심시키기 위해 내가 잘 살펴보겠다고 했더니 앉는다. 그래도 불안한지 밖이 잘 보이는 내 자리와 바꾸자고 한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ADHD 아이는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힘든데, 이것은 뇌의 실행 기능의 문제이다. 누구나 주의력집중 문제를 겪지만 그들에게는 그것이 생활에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을 보는 과정을 살펴보자. 텔레비전을 켜고 보고 싶은 채널을 검색하고 찾으면 일정 시간 동안 시청한다. ADHD를 가진 사람의 경우 4~5개의 채널을 동시에 방영되고 있는 상태이고, 그것을 스스로 조정할 수 없는 것으로 의지부족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ADHD가 치료되어야 하는 것이냐는 다른 문제로, 나는 병리학적 관점 대신에 신경다양성의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의 하나로 보고 그 특성을 이해하고자 한다.
라라 호노스웹은 <ADHD 아동의 재능(The gift of ADHD)>이라는 책에서 ADHD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5가지 재능을 소개한다. 창의성, 사람에 대한 직관력, 정서적 민감성,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교감, 높은 에너지 수준이 그것이다. 이 특별한 재능이 학교 제도 속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사회에서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놀이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기 있는 놀이기구를 먼저 타려고 뛰어 들어가 줄을 선다. 지용이에게 어떤 놀이기구를 타고 싶은가 물었더니 대답을 얼버무린다. 그는 또래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놀이기구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그런지 알았는데, 다른 이유가 있었다.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했다. 중학생이 좋아할 만한 인기 있는 기구를 타자고 제안할 때마다 기다려야 하지 않냐고 되묻는다.
목적 없이 돌아다니 던 중 아무도 줄을 서지 않는 장소를 찾았는데, 그곳이 바로 ‘앨리스원더하우스'였다. 처음에는 관심없어 했는데, 내가 먼저 들어가니 따라왔다. 그런데 의외로 그 안에는 지용이가 즐길 거리가 많았다. 나오자마자 또 들어갔다. 2번에 그치지 않고 5번을 연속으로 왔다 갔다 했다. ADHD는 모든 일에 항상 집중하는 것은 힘들지만, 몇 가지는 큰 집중력을 발휘하고 실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스하키에 관심을 갖는 ADHD 학생은 그것을 월등히 잘 해낸다. 지능에도 문제가 없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활동도 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들의 주의를 끄는 ‘흥미'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관심 요소가 생산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관심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보다 창의성을 가지고 깊이 있게 파고든다.
우리는 보통 수업에 집중하게 한 다음 보상으로 놀 수 있게 하는데, ADHD 아이에게는 반대로 하는 것이 좋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게 한 다음에 수업을 듣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즉 학교에서는 '구조화된 지식 이해', '주의집중', '체계화된 행동 패턴' 등이 필요한 데 이러한 행동은 스스로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실행해 본 후 흥미와 관심을 가져야 유도할 수 있다. 지용이와 학교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그를 따라가 보니 이러한 행동 특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시간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면 제도를 바꿀 수는 없지만, 지용이가 분노의 감정을 표현할 때 왜 그러는지,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를 조금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