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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숟가락 Sep 27. 2023

스위치 누르지 않는 방법 터득하기

  여러 명의 아이가 급하다면서 교무실로 뛰어 들어옵니다. 교실에서 큰일이 났다며 빨리 와야 한다고 소리칩니다. 급하게 교실로 가니 누군가를 뒤에서 잡고 있는 친구가 보이면서 잡힌 아이는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습니다. 지용이와 옆 반 덩치 큰 아이였습니다. 지용이가 소리를 지르고, 뒤에 있는 아이를 발로 차려고 하면서 위협했습니다.


  힘으로 제압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가서 지용이 손을 먼저 잡았습니다. 저를 확인시켜 주기 위해 얼굴을 보여주니 행동을 멈추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어 웅크렸습니다. 그를 말리고 있던 학생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학생들을 내보내고 주변을 조용히 만들고 동그래진 지용이의 등을 계속 쓰다듬었습니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식은땀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안정을 찾은 후, 물을 먹이고 잃어버린 슬리퍼 한 짝과 렌즈에 금이 간 안경을 찾아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유를 들어보니 지용이가 스티커를 바닥에 던진 것을 본 친구가 스티커를 버리면 안 된다고 주우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투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참을 수 없었고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말합니다.


  ADHD 아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파괴적인 행동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용이는 ADHD의 특성 중 하나인 정서적 민감성이 강해 다른 아이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빨리 파악합니다. 라라 호노스 웹은 이를 ‘정서적 감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감기처럼 다른 이의 정서가 전달되면 아이는 그것을 쉽게 느끼면서 사람들을 더 깊이 있는 방법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느낀 감정을 그저 느끼기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데 그 감정이 분노일 경우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ADHD 아동의 재능>이라는 책에는 ADHD를 가진 아이가 보이는 파괴적 행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파괴적 행동은 그 상황의 불공정함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아이가 반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차이가 결함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나아가 자신이 다른 또래들에 비해 열등하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면, 분노감이 폭발하여 자신이 처한 환경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싶은 동기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마치 당신의 아이가 “만일 이 환경이 나를 거부한다면, 나도 무언가를 보여 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교실, 교사들 그리고 또래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환경을 거부하는 첫 번째 행동 방식이다. 이것은 자기 보호 방법의 하나로 이해될 수 있다.

 

  한 학기 관찰해 본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지용이는 ‘안 된다'라는 말을 들을 때 머릿속에서 어떤 버튼이 눌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주변에서 ‘안 돼', ‘하지마'라 는 말을 들으면 버튼이 작동해서 앞뒤가 안 보입니다. 물건을 부수고, 욕을 하고, 사람을 때립니다. 교사, 학생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안 된다'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교사만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에게, 어른이 아이에게,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상대방을 부정하는 말입니다.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보다 왜 그렇게 하고 싶은지 이유를 먼저 물으면 좋습니다. 다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친절히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행동이 발생할 때 2가지 방법을 썼습니다. 급하게 해결하지 않으려고 했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상식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면 허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안전하지 않다면 이해를 구했습니다. 어느 날 편의점에 택배가 와서 받으러 가야 한다고 외출을 시켜달라고 합니다. 과거의 나였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한다며 핀잔을 주었겠지만, 무슨 택배냐고 먼저 물어봤습니다. 들어보니 그 아이에게 꽤 중요한 물건이어서 외출증을 주면서, 다른 학생들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한 번은 지용이가 망치를 들고 다니는 것을 어떤 선생님이 보고, 위험해 보여 빼앗았다며 저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를 불러 망치를 가지고 온 이유를 물으니 블록을 부수려고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그대로 믿는다는 표현을 하고, 망치를 보면 다른 사람이 무섭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 집에 돌아갈 때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해하고 돌아갔습니다.


  제가 실행한 내용을 교사들과 공유하고 학생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학생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어 간단한 행동 방식을 전달했습니다. 그에게 ‘안 된다'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분노를 나타낼 때는 말이나 행동을 멈추고 선생님에게 알리고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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