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불편해진 교사와 학부모 사이
10월에 대부분 학교에서는 공개 수업과 상담 주간을 실시하여, 학교 구성원과 학부모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교사와 학부모의 만남은 원래도 서먹서먹한데, 최근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로 인해 교사와 학부모의 사이가 더 불편해졌습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색한데, 교사와 부모의 대화는 주로 학생이 문제 행동을 일으켰을 때 이루어집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하더라도 부정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하니 기분 좋게 마무리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8월 31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보면 수업 활동을 지속적으로 침해한 경우 보호자에게 학생 인계를 요청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제 공식적으로 학생이 문제 행동을 일으키면 학부모에게 데려가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조치가 시행되면 걱정되는 점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간 가정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수업을 방해한 학생의 보호자에게 그 사실을 알렸을 때, 가정에서의 대화를 묘사해 보겠습니다.
엄마: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는데, 역사 시간에 수업을 방해했다며? 어떻게 된 일이야?
학생: 별거 아니야.
엄마: 뭐가 별거 아니야? 역사 수업 시간에 떠들었고, 선생님이 주의를 줬는데도 고치지 않고 말대꾸도 했다며?
학생: 짝한테 잠깐 뭐 물어봤는데, 나만 지적하잖아. 역사가 나를 미워해서 그러는 거야.
엄마: 선생님한테 역사가 뭐니? 그리고 선생님이 괜히 그러셨겠어? 네가 처음부터 잘했으면 이런 일 없잖아!
학생: 엄마는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지 마!
(큰 소리가 나자 아빠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빠: 무슨 일이야?
엄마: 얘가 글쎄 선생님에게 대들었대요.
아빠: 뭐? 너 공부는 못 해도 예의는 잘 지키라고 아빠가 강조했지?
학생: (아빠가 무서워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다)...
아빠: 너 그렇게 할 거면 학교 그만둬! 얘 내일부터 학교 보내지 마!
엄마: 뭐 그렇게 까지 해요. 잘 타일러야지 화를 낸다고 해결돼요?
아빠: 화가 안 나게 생겼어? 당신이 가정교육을 잘 시켰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잖아.
엄마: 내가 뭘 못했는데요! 애가 이렇게 되는 동안 당신은 뭐 했는데요?
아빠: 뭐라고!!!
상상해서 썼지만 공감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매년 비슷한 사례를 경험하고 있거든요. 학교에서 학생의 문제 행동을 보호자에게 알리면 가족 구성원 사이가 나빠지고, 심하면 가족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습니다. 학생의 태도가 좋아지는 이상적인 결과는 거의 얻을 수 없습니다.
학생의 문제 행동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
그렇다면 학생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사가 하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의사는 질병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환자와 가족에게 질문하고, 질병을 고치기 위해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을 보호자에게 안내합니다. 마찬가지로 교사는 학생, 보호자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 행동 개선을 위한 행동 요령을 보호자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제 사례를 통해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올해 초 종종 1교시 후 등교를 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유를 추적해 보니 포켓몬 빵의 스티커를 구하기 위해 큰 마트가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구입하고 등교했기 때문에 늦었습니다. 학생의 보호자와 주변 교사에게 물어보니 작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ADHD 약을 복용하는 중이었고, ADHD의 여러 특징 중 하나가 ‘특정한 사물에 대한 집착’이라는 것을 <ADHD 아동의 재능>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특정 사물에 대한 집착은 인정하고, 욕구를 긍정적으로 해소하는 방향을 찾자'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의 판단을 보호자와 공유하기 위해 어머니와 상담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부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빵을 충분히 사주세요. 저녁에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셔서 미리 구입하세요. 점점 줄여나가 방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줄여나갈 때는 설명하시며 설득해야지 야단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아이가 동의하지 않으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기다리셔야 합니다. 관심과 흥미를 가질만한 다른 것들도 함께 찾아보시면 좋습니다.”
이러한 조치 후 학생은 똑같은 이유로 지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가 또 발생했지만요.
학생의 문제 행동을 해결하려면 학교 구성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18년의 교직 생활과 10년의 부모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감히 말하자면 학부모는 학생의 문제 행동을 고칠 수 없습니다. 아이가 일으키는 문제 행동은 부모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대처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원인을 분석하여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해결 방법을 알고 있더라고, 자녀에게는 그것이 잘 적용되지 않습니다. 저는 가르치는 직업을 가졌지만 집에서는 교사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결론적으로 교사가 학생의 문제 행동을 학부모에게 알려준다고 해서, 학부모 혼자 문제 행동을 변화시키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부모의 도움 없이 학생을 바꾸기는 불가능합니다. 학생 주변에 있는 여러 어른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보면 교직원과 학부모의 협력이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2019년 전라북도, 광주광역시, 경기도 등에서 차례로 발표한 ‘학교자치 조례’를 다시 꺼낼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자치 조례'는 학교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단위 학교에서 학생회, 교직원회, 학부모회를 구성하여 학교를 운영하도록 규정한 조례입니다. ‘광주광역시 학교자치에 관한 조례'에 규정된 학교자치회의는 학생회, 학부모회, 교직원회 각 자치기구별 임원 2명과 학교장으로 구성하도록 되었는데, 학교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이 학교 운영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또한 학교자치의 의미와 사례로 구성된 <학교자치를 말하다>라는 책에서 ‘학교자치기구 의견청취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민원을 학부모의 의견으로 존중하면서, 학부모가 중심이 되어 ‘학교의견 청취기구'를 만들면 교직원의 업무를 가중시키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는 특정한 사람을 분리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공동체를 만드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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