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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Sep 03. 2023

"벼락거지의 부동산 구입기" ( 13 )

부동산을 투자 가치가 아니라 삶의 가치로 바라볼 수 있었던 사건에 대하여

( 참고로 저는 예수믿는 사람이고요 ... 종교적인 배경으로 쓰여진 글이니 만큼 제 종교에 대해서 존중하지 않으신 분들은 지나쳐 주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신천지나 이단 사이비 기독교와 진심으로 얽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수적인 장로교회를 출석하고 있습니다 )


......


사실 자랑이라고 하면 자랑이고 아니라면 아닌건데 ... 집을 구하면서 내내 기도하던 부분이 있다. "투자가치에 눈이 돌아가서 판단을 그르치는 일은 없게 해 주세요" <- 무척이나 경계하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거기에 걸맞는 집을 구한 것 같기는 하다. 이 집이 지어진지 10년이 아직 안되었다. 헌데 내가 구입한 가격은 분양가보다도 한창 밑이다... 물론 요즘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내가 운 좋게 매물을 잡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가치를 부동산 구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었더라면 아마 이 집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될 수도 없었다


사실 간단하다. 돈이 빠듯했다. 내가 살고 싶으면서도 또한 투자가치도 있는 집을 구하기에는 돈이 없었는데 결국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면 투자가치를 버려야 하는 것 아니겠나?? ( 물론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투자가치와 삶의가치 모두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 그 쪽이 시대의 대세가 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의 경제를 그렇게 밝게 보지 않는 사람이고 , IMF시절에 빚을 갚지 못해서 벌어지는 아비규환을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겪는 사람들을 봐 왔던 사람이고 ... 빚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좀 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글을 한번 써 보겠다 )


물론 투자가치를 중요하게 보고 집을 구할 수도 있긴 했다. 그렇게 되면 아마 내가 살고 싶은 삶은 포기를 해야 했겠지. 헌데 내가 앞으로 살 날이 그렇게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한 15년 정도를 잡고 거기까지가 내 삶이고 그 후에는 연명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아마 그 시기가 된다면 집을 팔던지 아니면 지분을 정리하든지 연명모드로 들어가서 거기에 맞는 집으로 옮길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부터의 15년은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집이 눈 앞에 있는데 투자가치가 없어 보인다고 해서 그 집을 포기하기에는 아까웠더라는 얘기지


물론 불편한 것들은 있을거다. 해마다 나무에 페인트칠을 해야하고 , 집의 각종 유지보수도 직접해야 할 거다. 얼마나 좋은 자재를 써서 집을 지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 일단 건축주의 말을 빌리면 최고의 자재를 썼다고 얘기는 하더라. 하지만 배관이나 전기계통의 문제는 정말 복불복인지라 ) 아마도 운이 나쁘다면 집 수리에 많은 돈이 들어갈 수도 있지.


헌데 그건 뭐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지금 철근 빼먹고 지은 집이 걸렸는데 그런 집이 전국에 어디 한 두채일까? 나는 오히려 철근 빼먹지 않고 정직하게 지어진 집이 절반 이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ㅎㅎ


3월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기도했던 부분들이 몇가지 있다. 내 삶을 담아낼 수 있게 해 주세요 ... 대출 없이 구입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투자가치라는 단어에 현혹되지 않게 해 주세요 ... 뭐 이런 것들


사실 뭐 투자가치라는 것이 일부러 피할만한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가치라는 단어에 혹 하게 되면 이런 생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번에 집 사서 한 껏 이익을 봐서 몇억 벌고 그 돈으로 더 좋은 집으로 옮겨가면 되지" 


헌데 ... 나는 이게 이제는 불가능 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어려워지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 거기에 현실적인 문제도 있는데 집을 사고 나면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서 최소 2년 이상은 거주를 해야 한단 말이지. 사실 이사갈 집을 정하고 / 계약을 하고 / 잔금을 치루고 / 이사를 들어가고 ... 이런 절차를 밟아가는 것이 이제는 버겁더라니깐 ... 아마도 나도 어느정도 이사가 마무리 되고 새로운 생활에 접어 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8-9달 정도는 쓰여지게 될 것 같아. 솔직히 에너지를 그렇게 쓰고 싶지는 않더라구 이제는 말이지 ...


모르지 뭐 ... 하나님이 언제 또 짐을 싸서 어디로 가라고 하실지. 그러면 그 말씀을 따라 순종할 생각은 지금도 하고 산다구. 사실 사람이 어디에 살고 어디를 생활권으로 가지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해서 솔직히 내심으로는 하나님이 어디로 가라고 사인을 주신다면 그냥 그 하나님이 보내시는 곳에서 작은 방 하나 얻어서 살고 여기는 베이스캠프 처럼 놔 두고 살고 싶은 생각이 지금은 많아. 모르지 뭐. 하나님이 통째로 다 옮기라고 하심 옮겨야 하는 것이겠지만


.... 내가 집을 구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 묵상했던 인물은 바나바였어. 초대교회의 유력한 인물 중의 하나였지. 예수의 제자들을 지탱해 주었고 , 사도바울의 회심의 결정적인 증인이었고 , 그의 사역에 아낌없는 도움을 주다가 사도바울과 틀어진 이후에 성경상에서 그의 존재가 사라졌던 바로 그 바나바


그 바나바의 등장이 극적이야.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처분해서 사도들에게 가져왔지. 이건 성령의 감동하심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 여기서 그는 재산을 가져 온 것 이상으로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부동산을 초대교회 교인들의 지낼 곳으로 내어 놓은 것이었지.


사실 나는 부동산은 꽤 영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사람들은 공간이라는 것, 땅이라는 것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존재거든 ( 물론 유목민족이냐 농경민족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 그래서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입성하고 난 다음에 땅을 분배하는 문제와 그를 둘러싼 경제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매우매우 중요한 일이었지 ( 희년법 얘기야 )


즉 부동산은 사람들을 섬기고 사람들을 위해 쓰여질 수 있는 아주 소중하고 필수적인 자산이라는 것이지. 그리고 바나바는 그것을 꿰 뚫어보았고 자신이 가진 자산이 사람들을 섬길 수 있다는 판단에 그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사도들에게 제공했고 그 곳은 실제로 초대교회 교인들이 삶은 살고 나누는 장소로 활용되었단 말이지


이렇게 부동산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그리고 또한 하나님의 섬김과 사역을 위해서 소중하게 쓰여질 수 있는 형태의 자산이라고 봐. 헌데 이런 가능성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눈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이 '투자가치' 라는 것이지


예를 들어 똑 같은 돈을 두고서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이 장소에 이 정도의 부동산이 필요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과 여기에 이거 사 놓으면 분명히 가격이 오르겠다고 생각을 하는 것 ... 이 둘이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사람들을 섬길 수도 있고 가격도 오르고?? ... 물론 가능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가격이 비싸겠지. 


가지고 있는 돈이 뻔 하다면 결국 투자가치냐 아니면 그 안에서 살아지는 삶의 가치냐 ... 를 따져서 둘 중 하나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봐. 물론 예상치 않게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땅을 샀는데 거기가 대박을 치는 일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우리의 생각과 판단의 영역을 한창 벗어나는 일일 것이고 


결론은 그거였어


나는 앞으로 15년 정도를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었고

또한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살아보고 싶은 삶에 대한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고

예수를 믿는 사람이었고

기왕이면 내가 구입하는 부동산이 하나님 보시기에 바르게 쓰여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이번에 사는 집으로 노후를 풍요롭게 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고 , 또한 성공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근거는 1도 없었지


그래서 결정하게 된거야. 그 집을 사기로 

기도하면서 따져 보니까 안 살 이유는 별로 없었어

구지 꼭 사야 할 이유라면

내 평생에 정직하게 모은 재산이라고 생각하는데 , 그걸 가지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보고 싶었거든 단 몇년이라도


그게 다야 ㅎㅎ


PS.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그냥 수월하게 매매가 이루어지는 부동산이라면 뭐 옮겨가는데 드는 스트레스나 걱정거리가 없겠지만 ... 만약에 경매나 급매물과 같이 조금이라도 시세보다 싼 매물을 구입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이사 한번 하고 나면 수명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는 느낌이 들더라니깐. 물론 앞으로 살면서 또 이런 유사한 일을 겪을 수 있을거라고 보지만 ... 사실 그걸 다시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 사실 

( 해서 뭔가 저렴하지만 불안한 부동산을 구입하시려는 분들은 자신의 멘탈이 과연 그걸 버틸 수 있을른지 .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 그래도 1년 정도는 생존이 가능한 자금이 있는지 등등을 잘 따져 보고서 하시라고 권하고 싶음. 그리고 최대한 금융제도나 보험같은 건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변호사는 꼭 만나서 상의해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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