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책 Oct 19. 2020

뛰는 가슴으로 닻을 올리다

부부, 100대 명산 완등을 마치다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수도권의 인기 명산을 올랐습니다.

청계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파주에 있는 감악산 까지...

아내는 내 보행속도에 맞춰 느긋하고 여유있는 산행으로 리드를 했습니다.

산행 소요시간은 늘어났지만, 더 이상 정상을 밟지않고 중간지점에서 돌아오는 치욕스런 위화도 회군은 없었습니다. 습관이란 참으로 무서운것이 한 번 

굳어지면 자꾸 번복되기 마련인가 봅니다. 몇 차례 정상을 밟고나니 중도 유턴은 없어지더군요. 

그 당시 산악 포털 사이트인 ‘ 한국의 산하 ’를 즐겨 찾았습니다.

상세한 산행기가 담겨있으며 코스와 난이도를 살필 수 있어 산행 전 마음의 준비를 갖추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도표가 특히 내 눈을 끌었으며, 

 ‘한국의 100대 명산 ’과 ‘ 한국의 산하 인기 명산 ’카테고리로 구분되어 

명산의 이름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계절별 인기명산으로 묶어놓은 카테고리는 주말 산행지를 선택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산림청이 선정한  ‘ 한국의 100대 명산 ’이라는 리스트는 어딘가 모르게

임팩트가 강했습니다. 산림청이라는 국가 기관이 주는 공신력과

100이라는 꽉 찬 완전수의 매력이 임팩트있게 다가온 것입니다.

100대 명산에 속한 산들을 면면히 살펴보니, 먼저 국립공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모든 산들이 들어 있었으며, 군립공원도

단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럼 한국의 100대 명산은 어떻게 탄생하였는가?

‘ 2002년 ‘세계 산의 해 ’를 기념하여 그 해 10월 산림청에서 선정 및 공표한 대한민국의 명산 목록이다. 이 목록은 학계, 산악계, 언론계 등 13명의 전문가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추천받은 105개 산과 산악회 및 산악 전문지가 추천하는 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선호도가 높은 산을 대상으로 산의 역사, 문화성, 접근성, 선호도, 규모및 생태계등 5개 항목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심사 후 선정하였다. ‘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 대한민국 100대 명산 - 나무위키 )

100대 명산은 전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어릴적 국민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팔도강산’ 이라는 드라마가 

문득 생각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김희갑, 황정순 부부(두 분 다 이미 작고하셨다)가 아들, 딸을

팔도에 시집 장가 보내고서 그들을 찾아가며 벌어지는 가족 드라마입니다.

부모와 아들과 딸들의 희노애락이 담겨있는 팔도강산은 ‘ 팔도유람 ’

이라는 부제를 달아도 괜찮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생각의 외연은 확장되었습니다. ‘ 산도 타고, 국토 기행 ’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겸사 겸사의 매력이 강하게 나를 붙들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아내의

생각에 달려있었습니다.

넌지시 지나간 소리로 아내에게 100대 명산의 화두를 던졌습니다.

예상 밖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 할 수 있겠어요? 힘들텐데... ”

덤덤하고도 쿨한 아내의 반응에 놀라움에 앞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상대방이 나름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제안하면 마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치를 발견한 기쁨도 있었습니다. 

기억하건데 지금껏 살아 오면서 굳건하게 세웠던 목표를 달성해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작심삼일과, 시작은 좋았으나 끝을 맺지 못한 용두사미의 습관은 예사로운

일이 되어 버렸고, 여우의 신포도 우화처럼 합리화를 덧씌워 결행이 무너져 버렸던 지난날들은, 마치 숙취로 인해 하루종일 찝찝하고도 우울해진 기분으로 보냈던 날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100대 명산이라는 신선한 화두를 삼아 과거에 빚진 우울한 자책감을 탈출하고, 게다가 아내가 동행한다고 하니 부부 전국유람으로도 뜻깊은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막연하게 생각해보아도 건강과 최초의 목표 달성과 부부 전국여행등 여러 잇점이 나를 끌어 당겼습니다.

지금 보다 더 좋은 기회는 오지않을 것 같았습니다.

내 뜻과 방향대로 한번 살아봤으면 했습니다. 회사를 위해,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친구를 위해, 우리는 저마다 ‘ 나 ’를 잃고 ‘ 누구 ’를

위해 살아갑니다. 이제는 기꺼이 아내와 나를 접대하며 살아볼 생각입니다.

“ 다리가 떨릴 때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해야 한다. “ 고 했습니다. 지금 내 가슴은 뛰고 100명산의 닻은 이렇게 올려졌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부부, 100대 명산 가는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