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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 Feb 21. 2024

프롤로그) 우리는 왜 여행을 할까?

내 여행의 의미와 목적 찾기

옷장 위 빼곡히 쌓여있는 슈트케이스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신년 계획을 세울 때 여행 계획은 꼭 포함이다. (이미 올해 여행 비행기표 예매 완료!)

지친 하루를 맞이할지라도 예약해놓은 여행 날짜를 생각하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Youtube의 여행 브이로그로 힐링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여행은 내 인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윗 리스트에 모두 공감한다면?

당신도 나와 같이 여행을 매우 즐기는 자!




우리는 왜 여행을 할까?

우리는 왜 여행을 좋아할까?



작년 겨울,

급하게 계획해서 예상에 없던 타이베이 여행을 다녀왔다.


즉흥적이고 준비할 시간이 없어 마음이 초조했던 상황이었던지라 이 여행의 계획은 <최근 여행을 다녀온 누군가의 시선과 경험>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 구글, 유튜브를 뒤져보며 갈만한 곳, 맛집들을 찾아보고 꼭 가야 한다는 곳들을 Klook에서 예약도 해본다. 네이버의 대만여행 카페도 가입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그들의 경험이 놀랄만치 유사하다. 유명 맛집들 몇 개, 야시장, 꼭 봐야 할 건축물들, 타이베이 외곽투어... TV 속 연예인이 소개하는 길을 나도 따라 걷고, 인터넷 누군가 다녀온 곳을 나도 가야지. 증명된 곳이니만큼 실패가 없어 보인다. 급했지만 나름 빽빽이 짜놓은 계획을 보며 여행에 대한 불안함은 줄어들고 기대감으로 채워진다.


하. 지. 만.

이번 타이베이 여행은 -슬프게도- 대체적으로 따분하고 빈 껍데기 같은 여행으로 느껴졌다.

장소의 문제가 아니었다. 타이베이 도시 자체는 매우 흥미로웠고 매력적이었다. 봐야 한다는 것들을 다 챙겨보았고, 맛있다고 한 맛집들도 다 찾아갔다. 사람의 문제도 아니었다. 대만 사람들은 친절하고 젠틀했다.


그런데 이 여행이 무료하고 의미가 없었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깊이 생각하다 보니, 여행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연결되었다.



'나는 왜 여행이 하고 싶을까?'

'나는 왜 여행이 좋을까?'

'굳이 많은 돈과 에너지를 들여 여행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새로운 공간과 경험에서 느껴지는 낯 섬의 그 오묘한 감정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타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소통 가운데 언어의 다름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어색함에서 새로운 얼굴의 나를 만나기도 하고(때론 눈빛과 웃음이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된다.), 철저히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무소속의 자유로움에서 내가 가진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기도 한다. 일상의 반복되는 루틴에서 벗어난 시원한 해방감과 함께 새로운 나의 하루가 쓰인다.


여행은 마치 내 인생에서 잠깐 빠져나와 아무도 몰래 잠시 다른 세계에 숨어있는 것 같은 판타지적 환상을 느끼게 해 준다. 새로운 공간은 나 스스로의 존재를 낯설게 느끼도록 만든다. 일상에서는 지리하게 마주하는 내가 아니다. 새로운 시각과 공간에서의 새로운 모습의 나를 만나고 발견한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 새로운 삶의 형태,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날씨 패턴, 그에 따라 새롭게 느껴지는 그들만의 패션, 이방나라 풍경의 낯선 색감, 처음 보는 형태의 건축물들, 그 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제스처, 새롭게 경험하는 쉼의 방식, 그 나라만의 식사습관 등.


때론 좋은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례하고 불공평한 대우를 받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 몸이 벌벌 떨리는 무서운 상황에 맞딱들이기도 하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불쾌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잠잠했던 일상을 깨우는 무거운 돌멩이는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 문제해결능력치 또한 상승한다. 오히려 불쾌했던 경험이 나를 자유하게 만들어준다.


풍덩 받아들인 새로움과 다양성, 당황스러움이 단조로운 나의 삶에 색을 입힌다. 낯선 그곳과 나 사이에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그렇다. 여행은 나의 삶을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여행을 통해 얻은 풍요로움과 다채로움이 다시 나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몸에 새겨진 여행의 경험은 일상에 돌아온 나에게도 온전히 남아있다. 그리하여 여행 후의 나의 일상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결국에는 여행이란 '나는 다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게 해주는 시간이자 '나는 어떻게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발견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이자 많은 시간과 돈, 에너지를 써가면서도 열심히 여행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나의 타이베이 여행은 남들이 찾아간 곳을 따라가기만 한 아주 수동적인 여행이었다.

여행의 계기만 있었지 명확한 목적이 없었다. 부끄럽지만 타이베이, 대만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았다. 나만의 시각이나 방향성이 없이 남들이 좋다고 한 곳들을 우르르 방문하고 사진 찍고 먹었던 여행에서는 당연히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같이 표류하는 여행자 중 한 명이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타이베이 여행이 가지는 의미가 있었다. 바로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된 것.

모든 여행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있는 걸까?


앞서 말한 대로 나에게 여행이란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이제는 이 키워드를 컨셉과 하나의 목적으로 가지고 여행을 하려 한다. 그리고 그 여행의 여정을 이 시리즈를 통해 써 내려갈 예정이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여행지는 바로 <싱가포르>.


싱가포르에 거주한 지 6여 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나는 이방인과 거주자의 사이를 매일 오간다. 아직 이곳이 잘 모르겠기도 하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설렘과 권태의 중간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나를 발견하는 여행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싱가포르를 발견해보고자 한다.


호기심을 잔뜩 장착하고 여행 책자에 적혀있는 곳이 아닌 것들의 발견을 통해 의미 있는 여행의 여정을 통해 내 싱가포르의 삶을 더 풍요롭게 행복하게 만들어가고, 이 글을 보는 이들에게도 여행과 삶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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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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