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차담회 혹은 밤의 고해소
요즘 이상하게 무언가를 할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마감이나 출근, 약속한 일들을 아슬아슬하게 겨우 해내고 있어요. 가까운 사람은 괜찮은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모임은 너무 버겁습니다. 이런 무기력함을 호소했더니 지인이 새로운 처방을 내리더군요. 서점에서 매주 새로운 손님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응? 새로운 사람이 힘들다니까?
그러니까, 더더욱 방구석으로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의 세계를 들어보라고.
갑자기 얼마 전 방문한 손님이 떠올랐습니다. 서점에 들어오자마자 약간 들뜬 얼굴로 제게 “시간 있으세요?”라고 물었는데, 제가 순간적으로 “왜요?” 하고 반문했어요. 남자 손님이어서도 아니었고, 너무 바빠서도 아니었고, 왜 그랬을까... 그저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알고 보니 그분은 외국에서 공부하는 중에도 밤의서점 인스타와 라이브를 꼬박꼬박 챙기던 분이었죠. 뭐 점장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상냥하고 가끔은 무뚝뚝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조언대로 서점 손님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점장 카운터에서 차 한 잔 놓고 이야기하는 ‘밤의 차담회’라고 할까요. 성당에서 고해성사 하듯 누군가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일들을 털어놓거나, 지금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고민을 이야기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2018년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책들을 읽고 있는지 등등 자유롭게 이야기하시면 됩니다.(단, 서점 창업 문의는 사절이에요) 점장은 집중해서 듣고 가끔 질문 정도만 할 거예요. 전문 상담가가 아니니 특별한 어드바이스를 해드리진 못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잘 모르는 낯선 이에게 이야기함으로써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저 역시 고슴도치처럼 자꾸 안으로 침잠하려는 습관에서 벗어나, 손님들의 세계를 들으며 더 넓어지려고 합니다.
그럼 우리, 밤의서점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