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해결하기
어제 미용실을 갔다 집에 돌아와서
이건… 아닌 것 같아… 응… 아닌 것 같아…
를 열 번 정도 내뱉었다.
정말이지 이렇게 잘 말린 파마를 원한 게 아니었다.
나는 분명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 정도의 머리를 원한 것인데 원장님은 파마하면 조금 있다 풀리니 열심히 말아주자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한 번의 기회비용에 사람마다 두는 가치가 이렇게 다르다.
그리고 나는 미용실 공포증이 있었음에도 다시 가서 머리 컬을 풀고 싶다고 얘기하는 사자의 용기를 냈다. 용맹스러운 나 자신, 칭찬해.
그렇게 원장님은 컬을 푸는 알 수 없는 액체를 머리에 발랐고 고데기로 머리를 폈고 머리를 감고 드라이를 해주시며 우리 이렇게 알아가는 걸로 합시다, 하셨다.
그렇다. 갈등은 중요하지 않다. 사이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갈등을 어떻게 해소시키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현대의 지성인답게 서로가 원하는 바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고, 아름답고 원만하게 갈증을 해결하였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이틀 뒤, 머리를 감은 후 아예 머리를 펼지 말지 다시 논하자고 빈틈없는 애프터서비스도 제안하셨다.
이 미용실에 이제 나는 뼈를 묻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