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는 건 힘들어도 무너뜨리긴 아주 쉽지 - 꾸준함이 꽃 그 자체인 이유
어느덧 등록해 둔 하프 마라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목표를 목전에 두고 힘을 빼버리는 이상한 관성이 있었다. 간절히 원했던 목표일수록 그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면 하던 것들을 멈추고 나태함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이다. 그 깊은 내 안의 병이 뭔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심리적 부담감이 이런 식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게 뭐가 되었건 이런 습관은 나에게 아주 치명적이다. 그간 어떻게 노력을 해왔는지는 결과로 그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가 없다고 해도 나 스스로 만족할 만한 시간이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결과가 없이는 스스로도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나 스스로도 내가 보낸 시간들을 결과를 중심으로 판단하게 된다.
분명 과정 중에 꽤나 노력했던 것 같았지만 결과를 얻지 못하면 스스로 '그래, 부족했지.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라는 후회가 생기고, 딱히 노력한 것 같이 않았는 데도 얻어진 결과에 대해서는 '아, 그러고 보면 이렇게 노력을 했었던 것 같아!...' 하고 올려치기가 된다. 나 스스로도 이렇게 잔인한 결과 위주인데 세상이 개인을 대하는 잣대는 말해 무엇할까.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지독히도 오르지 않던 속도가 한 달간 주 3회 5Km를 뛴 결과 1Km 5분 40초대로 떨어지고, 10Km를 뛰고 나서도 10Km를 뛰었다는 걸 잊어버릴 정로도로 그리 힘들지 않게 뛸 수 있는 수준까지 닿았다. 그러고 나지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진 것도 있었고, 여러 외부적 요인들도 있었지만 일주일을 한 번도 뛰지 않고 흘려보내버렸다.
그리고서는 갑자기 조급한 마음이 들어 다시 러닝을 시작했는데 웬걸 매우 피로하고 속도도 원상 복귀되었다. 뛰기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헉헉 거리며 또다시 나는 나의 마음의 병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쌓아 올리기는 어렵지만 무너뜨리기는 아주 손쉽다는 것을 다시 뼈저리게 확인하며. 그러고 보면 참 공평하게도 느껴지는 것이 꾸준함을 유지하면 결과는 따라오기 십상이나, 그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무슨 일이 되었건, 꾸준히 무언가를 지속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너는 뭐가 돼도 되겠다.'라는 말이 단전에서 튀어 오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이겠지. 어릴 때는 꽤나 꾸준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참 핑계도 많아진 어른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속상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결국 자기가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이 다라고 생각하는 데, 그래서 나는 꼭 이 병을 치료하고 꽃을 피워내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