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에 53이었던 내가, 73이 되기까지

지금도 난 그때 나를 먹여 살린 기억으로 버틴다

by 인생이란

20살 때, 키는 183인데 몸무게는 53이었다.

말이 안 되지.

근데 진짜였다.

말랐다 못해, 부서질 것 같은 몸.

거울 보면 어깨뼈가 튀어나와 있고, 바람 불면 옷이 날아갈 것 같고.


사람들은 그랬다.

“와, 너는 아무리 먹어도 안 찌지? 부럽다.”

그게 칭찬 같았냐고?

솔직히 말하면 그 말, 들을 때마다 좀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나는 진짜 열심히 먹었다.

닭가슴살? 단백질쉐이크? 그런 거 몰랐다.

엄마한테 김치볶음밥 해달라고 졸랐고,

돼지고기 많이 구워 먹었고,

학교 다닐 땐 학식 반찬 잘 나오는 날 노려서

밥 리필 3번씩 했다.


식비도 아끼고, 몸도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운동도 꾸준히 했다.

턱걸이 하고, 푸쉬업 하고,

어깨 넓어졌단 말 한마디에 기분 좋아지고,

체중계가 60 넘겼을 때는 혼자 조용히 박수쳤다.




근데 그 과정,

아무도 몰랐다.

아무한테도 말 안 했다.

누가 내 몸무게 얘기 꺼내면, 그냥 웃고 넘겼다.

그저 남들 눈엔 “좀 말랐네”였을 테니까.


근데 나한텐 이게 내 몸 하나 바꿔낸 인생 최대 프로젝트였다.

남들 눈엔 별거 아닐 수 있어도,

내겐 20kg 전부가 내 의지였다.


돈도 없고, 운동 지식도 없고, 유튜브도 없던 시절.

그냥 한 숟가락 더 퍼먹고,

하루에 한 번이라도 팔 굽히면서 만든 73kg.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숫자가 아니라 확신이었다.




나는 나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확신.

지금도 그 생각이 문득 나를 버티게 한다.

감정이 휘청일 때, 체력이 바닥날 때,

그래도 그때 나를 먹여 살렸던 내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도 어찌 됐든, 버티고 있는 거다.


이 몸은, 아무도 대신 만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그때 나를 살렸고, 지금도 다시 나를 챙기며 산다.

73이라는 숫자 뒤에는,

김치볶음밥, 학식, 돼지고기, 그리고 10년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

생각보다 오래 마음속에 묻어놨던 얘기였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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