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는데(외부 매체 기고 글 외에 사실 글 쓰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틈틈이 브런치와 미디엄 같은 곳에 다시 글을 쓸 생각입니다. 외부 기고가 아니기 때문에 쓰고 싶은 주제, 분량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겠네요. 원래 제 분야인 IT분야(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와 가끔 썼던 음악이나 커리어와 같은 영역도 쓸 생각입니다.
새로운 분야의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조금 넘었다. CSO를 맡고 있기에 전략이 중요하지만, 아직 소규모라 직접 자료를 만들거나 반복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회사의 전략 분야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아마 초기 스타트업 C레벨이라면 비슷한 상황일 텐데 실무를 챙기다 보니 전략은 뒷전인 경우가 있다. 전략을 수립하고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하는 상황인데 정작 눈앞의 급한 업무만 챙길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틈틈이 기업의 전략 관련한 글을 찾아 읽고 있는데 눈에 띄는 글이 있고, 좋은 영상까지 보게 되어 간략하게 정리해 남겨둔다.
맥킨지
맥킨지는 기업이 재무, 시장, 경쟁 우위, 운영 모델이라는 네 가지 렌즈를 통해 전략을 바라봐야 한다고 믿는다.
재무 관점에서 동종 업계와 비교하여 재무 성과를 벤치마킹한다. 이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때 객관적인 기준이 되며, 현재의 궤도를 따라갈 경우 미래가 어떻게 될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시장 관점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수익성 있게 성장할 수 있는 시장 부문인지, 진입을 고려해야 할 다른 매력적인 시장인지 판단한다.
경쟁 우위 관점을 통해 현재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승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지, 충분히 빠르게 이길 수 있는지, 지속 가능한 이길 수 있는지 판단한다.
운영 모델 관점을 통해 전략 목표에 맞게 인력과 프로세스, 기술 리소스를 할당하고 설계한다.
맥킨지는 전략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
무엇이 올바른 질문인가?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우리는 돈을 벌 것인가?
우리는 어떤 미래를 계획해야 하는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잠재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의 통합 전략은 무엇인가?
어떻게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어떻게 적응하고 학습할 것인가?
모니터 딜로이트
딜로이트는 전략에 대해 '경쟁사 대비 지속 가능한 우위와 우수한 재무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해당 업계에서 기업의 입지를 다지는 통합된 선택의 집합'이라고 정의한다.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반복적인 '폭포수'는 5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 목적 정의(목표 및 포부)
2. 시장 선택 (진출할 시장)
3. 해당 시장에서 어떻게 승리할지에 대한 판단
4. 승리를 위한 필요 역량
5.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결정
맥킨지와 딜로이트 내용은 일반적으로 접하는 내용이고 어떻게 보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다.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 판단하고 결정해서 전략을 세운다.' 물론 위 내용은 컨설팅 회사가 바라보는 전략에 관한 관점의 일부고 전략에 관해 더 많은 프레임워크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전략이 좋다.
HBR
HBR은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계획 (Strategy is simple. It's a plan to create value.)
2. 어떤 일은 하고 어떤 일은 하지 않는 선택
HBR은 전략을 시작할 때는 이익(Profit)에 포커싱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Value)에 포커싱해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가 이것이 중요하다.
고객, 직원, 공급업체를 위한 가치 (Value for customers, employees, suppliers)
HBR은 전략이란 빅아이(I)의 상단과 하단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문자 I의 상단은 지불 의향, 하단은 판매 의향을 의미한다. 이때 가치는 상단과 하단이 늘어나면 가능하다.
지불 의향(Willingness-to-pay)은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의향을 의미한다. 가격과 상단의 간격은 Customer delight 즉, 고객 만족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아침 출근길에 커피 한잔을 살 때 $8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데 커피 가격이 $2라면 $6만큼 고객 만을 느낀다.
판매 의향(Willingness-to-sell)은 직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보상 금액이다. 만약 직원이 A와 B 회사를 고를 수 있다면 어떤 점을 고려할까? 업무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내 커리어에 적합한지, 연봉이나 보상은 충분한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좋은지 등을 고려한다. 판매 의향은 실제 받는 보상과 실제로 받아들이는 최소 보상 금액의 차이다. 직원의 기대치와 실제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제시할 수 있는 보상의 차이다. 만약 채용 과정에서 직원은 $100,000의 연봉을 생각하는데 기업이 $120,000을 오퍼 한다면 $20,000 차이는 Employee satisfaction 즉, 직원 만족이다.
빅아이, 즉 전체 가치에서 고객 만족과 직원 만족을 제외한 중심에는 기업의 이익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체 가치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방법은 지불 의향을 올리거나, 판매 의향을 낮추면 된다. 그러면 I의 길이가 길어진다(=가치가 커진다).
지불 의향을 높이는 방법은,
1. 제품의 품질을 높인다.
2. 제품의 지불 의향을 높일 수 있는 보완재를 판매한다. (ex:면도기의 면도날, 프린터의 잉크 카트리지)
3.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한다 (ex: 소셜 미디어-인스타그램)
판매 의향을 낮추는 방법은,
1. 기업이 직원에게 더 많은 돈을 지급한다. (ex: 잡마켓에서 경쟁력이 높아진다)
2. 더 나은 직업으로 만든다(ex: 매력적인 근무조건, 교육 프로그램 제공, 재택근무 등 너 나은 근무환경 제공)
다만, 이때 직원에게 더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창출되는 가치는 없다.
아래 왼쪽 그림처럼 보상 라인이 위로 올라가면서 직원 만족의 범위는 넓어지지만 실제로 가치 자체가 커지진 않는다. 하지만, 회사나 업무 자체를 개선하고 직원들이 원하는 직무로 만드는 등 직원의 판매 의향을 낮춘다면 I의 하단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실제 가치는 증가한다.
실제 사례를 예로 들면, 미국 전자제품 소매점인 베스트바이(BestBuy)가 있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스트바이가 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부분의 전자제품 소매업체가 폐업했고, 아마존과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한때 베스트바이는 한 분기에 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새로운 CEO가 부임할 정도로 위기였다.
앞선 내용처럼 전략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계획이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치를 창출하려면 지불 의향을 높이거나 판매 의향을 낮추면 된다.
새로 부임한 CEO는 배송 방식을 혁신했다. 더 나은 배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의 지불 의향(상단)을 높이고 고객 만족을 높여 가치를 키웠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레노버 등 공급업체를 찾아가 '만약 애플의 방식을 따른다면 아름답지만 수백만 달러가 들어가는 매장을 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베스트바이 안에 훨씬 적은 비용으로 독립적인 브랜드 매장을 베스트바이 안에 열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이는 공급업체의 위한 가치를 높인다.
이런 전략은 직원들의 판매 의향을 낮추는 방식이었다. 베스트바이 매장 내 마이크로소프트나 소니 스토어를 위해 일한다면 수많은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 특정 제품에 대해 더 잘 알기 때문에 고객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도와주기 수월해지고, 업무가 수월해지면서 업무 만족도가 올라간다. 실제로 베스트바이의 직원 설문조사참여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결국 고객이 베스트바이를 찾게 만들어 지불 의향을 높였고, 직원 만족도가 올라가면서 판매 의향이 낮아졌다. 제품/서비스 가격과 직원 보상이 위아래로 각각 움직이면서 결국 기업의 이익도 늘어났다. 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던 기업이 흑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전략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계획이다.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가격보다 높은 지불 의향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의 직무 만족도를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베스트바이의 사례는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우선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다. 기업의 전략은 다른 것보다 고객, 직원, 공급업체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HBR에서 제시하는 빅아이를 우리 기업에 맞게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