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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노트 Dec 19. 2022

퇴사 후 자영업자가 된다는 건


백종원 님의 채널에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유튜브 버전 골목식당이 시작했다. 외식업계에 젊은 세대가 유입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 대학생의 붕어빵 장사 브이로그가 인기를 타는 걸 보고서 외식업계가 젊어지는 트렌드에 대해 얘기해볼 때가 되었구나 싶었다.


우리나라는 외식업의 진입 장벽이 낮다.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을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들은 유튜브/블로그/인스타그램/클래스101 등에서 콘텐츠 셀링을 하거나, 스마트스토어 같은 오픈마켓을 통해 상품 제작 판매를 하는 등 '리스크가 낮은 창업'에 시선이 가 있었다. 이제는 그 흐름이 외식업으로 조금씩 넘어오고 있다.


내 글 유입의 상당 부분이 'GFFG'이다. 송년회를 다니고 있는데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외식업을 트렌디한 시장으로 읽고 있고 모두가 '노티드'를 언급한다. 작년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외식업계의 시장성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뿐이었다. 진입 장벽이 낮은데 트렌디하고 시장성마저 존재한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2년 정도 자영업을 경험했던 나의 소회를 한번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업으로 와인바를 차려보고 싶은데, 관심 있는 몇 명이 모여서 분업 형태로 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취미로 베이커리를 하는데 주변에서 다들 맛있다고 하더라고, 베이커리 카페는 시장이 좀 어때?"


요즘따라 부업으로 외식업장을 차리고 싶어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막상 자영업자로 현장에서 진흙탕을 구르던 시절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법인을 세우고 기업가로 나아가려 하니 자영업에 대해 묻는다. 시련을 딛고 일어선 사람의 말이 더 신뢰가 가는 건가 싶다.


외식업은 진입 장벽이 낮다. 그런데 난이도는 높다. 그렇게 안 보이지만 작은 사업체다. 공간과 메뉴, 고객 경험을 기획하는 일부터 시작해, 디자인과 인테리어, 원가 계산을 위한 관리 회계, 원재료 바잉,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고객 만족을 위한 CS 등 너무도 다양한 영역의 일을 소수의 인원이 감당해야 한다. 본인들은 "내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하고 놀랄 테지만.


이 일을 하게 되면 장점은 경영 수업을 체험판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고도로 집중해서 마케팅이 필요할 때 마케팅을 파고들어보고, 인사관리를 해야 할 때 노무에 대해 공부해보고, 세금 정산 시즌을 대비해 세무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는 체험판이다. 화이트칼라로 회사의 지엽적인 일부분만 볼 수 있던 나에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고 결이 다른 성장의 기쁨을 주었다.


단점은 심신이 쉽게 무너진다는 점이다. 자기 자신을 돌 볼 여유가 없어지고, 가장 낮은 위치에서 다양한 고객을 맞이 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더해진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하게 무너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환경이 주는 영향이 정말 크구나 느꼈다.


여러 가지를 다 고려하고서도 자영업에 뛰어들고 싶다면 꼭 해주는 얘기가 있다. 이건 직원들에게도 종종 하는 얘기 중 하나이다.


"눈에 보이는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마세요."


예를 들면 자영업자는 지출에 민감하다. 매출은 조금 줄어들어도 수익을 더 내길 원한다. 비용에 대한 수치를 본인 기준에서 아름답게 조합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시장에 딱 내놓는다. 이 지점에서, 나는 그 설계도가 고객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묻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에 관한 얘기이다.


"한 명의 고객이 재주문을 하는데 우리가 얼마의 비용을 투자하는지 아세요?"


사실상 비즈니스에서 가장 핵심적인, 마케팅 퍼널의 가장 끝 단에 있는 리텐션을 지출로 나가는 비용보다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자영업의 현실이다. 충성 고객을 한 명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이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고객 만족을 줄이는 어떤 형태의 행위가 고객 이탈로 이어졌다면,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수치들이 실제로는 비즈니스의 핵심이고 영업장의 기반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끊임없이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생각보다 체화해내는 사람이 없다. 나는 이 벽이 유리천장처럼 느껴졌다.


퇴사 후 자영업자가 된다는 건, 스스로 유리천장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일처럼 느껴진다. 생계가 1차 목표가 되고 비관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힘든 일이다. 자영업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외식업을 정말 좋아한다면, 외식업에 관심이 없었던 나보다는 훨씬 큰 인내력과 끈기를 발휘하여 전진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Why'


이 일을 왜 하려는지 명확한 이유만 있다면 나와 같은 고생은 좀 덜 하지 않을 거라 믿으며, 힘들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외식업계에서 능력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업계에 커다란 어젠다를 던지고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건설적인 노력을 함께 할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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