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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노트 Jan 18. 2023

매출을 올리는 방법 (2)

세일즈, 고객이 돈을 쓰는 이유를 만들어 주기


https://youtu.be/DIKbwNJpP9I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프레젠테이션 영상, 특히 아이폰의 콘셉트 3개가 휙휙 돌아가며 하나로 합쳐져 아이폰이 소개되는 장면만큼은 수십 번을 돌려보았다. 어릴 때는 발표할 기회가 많았다. 먼저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말을 조리 있게 한다는 이유로 단상에 설 기회가 종종 있었다. 발표를 하기 전날이면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봤다. 잡스가 아이폰을 소개하기 전, "Are you getting it? (이제 감이 오시나요?)"라고 말하며 고객의 환호가 터지도록 이끄는 장면에서는 희열까지 느꼈다.


딱 한 번 그와 같은 기분을 발표 자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경기도에서 진행한 빅데이터 관련 공공 교육을 몇 달간 진행했는데 교육의 마지막이었던 경진 대회의 수상작을 뽑기 위해 시 대표를 뽑는 발표 자리였다. 우리가 준비했던 아이템의 발표를 마무리하고 손을 내리자 듣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발표를 이렇게 잘하면 본인들이 이길 수 없다는 피드백은 덤이었다. 그 자리에서 만큼은 스티브 잡스처럼 되는 꿈을 꿀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경진대회 날이 밝았다. 사람이 많았고 그곳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남경필 전 의원도 있었다. 약간은 떨리는, 살짝은 들뜬 마음으로 발표를 했다. 전에 감탄사가 터졌던 만큼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발표가 끝나고 의례적인 박수와 함께 날카로운 질문을 하나둘씩 받기 시작했다. '공공데이터를 어디부터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아이디어는 재미있어 보이는데 과연 수요는 얼마나 있을지' 등의 질문이었다. 여차저차 답변을 하고 "발표 잘 들었습니다"라는 말을 최종적으로 듣고는 단상에서 내려왔다. 뭔가 심사위원의 반응에서 영 내키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느낌대로 결과도 그리 좋지 못했다.


한편, 어느 매체의 기자분이 오셔서 "말씀을 잘하셔서 그런데 인터뷰 한번 가능할까요?" 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말을 조리 있게 하고 발표를 잘 한 건 맞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듣는 대상이 바뀌었으면, 듣는 대상에 맞게 아이디어를 설명했어야 했다.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훗날, 대학생 때 겪었던 이 경험을 토대로 '세일즈'의 개념을 정립하게 되었다.




매출을 올리는 방법의 첫 번째로 돈의 개념에 대해 설명을 했다. 돈이란 신용을 수치화한 형태이다. 그렇기에 신용을 쌓아 돈으로 교환하는 게 매출을 올리는 근원적인 방법이다. 이 개념을 말할 때 종종 비유하는 게 뿌리가 내린 나무와 뿌리 없는 나무이다. 뿌리 없는 나무는 마케팅이라는 물을 아무리 뿌려도 결국 자라나지 못한다. 뿌리가 단단하게 내린 나무는 마케팅이라는 물을 굳이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란다. 이게 매출이 올라가는 형태이다. 이 예시로 '고기리 막국수'의 성장을 언급했다.


https://brunch.co.kr/@beennote/286


그렇다면 신용이라는 뿌리를 내려야 하는데, 이 신용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뿌리'라는 단어에 그 힌트가 있다.


https://youtu.be/qp0HIF3SfI4


해당 영상은 1700만 조회수로,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 사이먼 시넥은 본인의 저서와 강연에서 골든서클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골든서클이란 생각, 행동,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뇌 구조와 유사하게 그린 모형이다. 

보통의 기업이 골든서클의 외부에서 내부(WHAT -> HOW -> WHY)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위대한 기업과 인물은 정확히 반대로, 내부에서 외부(WHY -> HOW -> WHAT)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이다. 이때 사이먼 시넥은 애플의 예시를 주로 든다.


일반적인 기업의 예시

WHAT
"우리는 뛰어난 감각을 자랑하는 컴퓨터를 만듭니다."

HOW
"유려한 디자인과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입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애플의 예시

WHY
"애플은 현실에 도전합니다.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라는 가치를 믿습니다."

HOW
"현실에 도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려한 디자인,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을 만듭니다."

WHAT
"그렇게 애플은 맥북을 탄생시켰습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고객이 팬이 되게 하고 구매하도록 만드는 요인은 WHY이다. 돈이란 신용이 수치화된 형태라는 개념에서 본다면, 고객은 판매자와 상품의 WHY를 통해 구매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신용이란 곧 WHY가 된다. 고객이 우리의 아이디어를, 상품을,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곧 우리의 뿌리인 셈이다. 여기서 질문을 해보겠다.


고객이 우리 가게를 찾는 이유를 설명해 봅시다.
그 이유가 우리 매장이 존재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고객이 우리 가게를 찾는 이유가 우리 매장이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면 튼튼한 뿌리를 가진 셈이다. 즉, 고객과의 신용 관계가 공고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대전의 성심당은 전국에서 빵을 사기 위해 고객이 몰려오는 전국 대표 빵집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지 않는다. 대전에 뿌리를 둔 성심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대전 사람들에게는 성심당이라는 뿌리를, 관광객에게는 대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가치 소비라는 신용을 준다. 혹자는 전국으로 브랜드화했으면 더 잘 되지 않았을까 하고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다. 그에 대한 답변은 아래 기사의 내용으로 하며, 결국 어떻게 신용을 다시 쌓아 올리고 고객이 매장을 찾는 이유를 만들지가 관건이 된다.



일찌감치 전국 프랜차이즈로 보폭을 넓힌 대구 삼송빵집(삼송BNC)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03억원으로 14.5% 줄었고 9억원의 적자를 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향토 빵집들이 차별화된 맛과 마케팅 전략 없이는 전국 시장에서 대형 프랜차이즈와 경쟁하기 쉽지 않다”며 “성심당의 경우 지역색을 되레 짙게 한 게 ‘가치소비’ 성향을 보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https://sgsg.hankyung.com/article/2022050665231



반대로 고객이 우리 가게를 찾는 이유가 우리 매장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니라면, 고객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 뿌리를 기반으로 한 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매장과 가게가 고객과 이런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맛에 자부심이 있었지만 더 맛있는 가게가 나타나면 떠나고, 가격에서 메리트가 있었지만 더 가성비 있는 매장이 생기면 그곳으로 떠난다. 반복되는 굴레에 빠지게 된다.


해법의 개념은 단순하다.


고객이 우리를 찾는 이유가 우리 매장이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이 뿌리에서부터 출발하면 되는데, 이를 만들어내는 건 생각보다 정말 정말 어렵다. 고객과의 공고한 신용을 쌓기 위한 이 어려운 과정을 단계별로 잘 거치기 위해 나는 세일즈라는 개념을 매장에 심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프레젠테이션과 나의 경진대회 프레젠테이션의 차이는 세일즈의 유무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세일즈를 '고객이 아이디어/상품/제품을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에는 애플의 혁신을 기대하는 고객들이 있었다. 잡스는 그에 맞는 혁신을 제시하며 프레젠테이션의 말미에 "이런 아이폰이 단 돈 $499"라고 말한다. 요즘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장표이다. 수십 번을 돌려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 장면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일즈 하고 있었구나'하고 깨닫게 해 주었다. 반면 나는 특정 고객을 염두하지 않았고, 아이디어를 설명만 했지 설득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세일즈를 하지 않아 고객에게 아이디어를 구매할 이유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세일즈는 고객이 돈을 쓰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기존 매장에서 판매를 하는 방식을 잘 생각해 보자. 제품을 내놓고 고객이 구매해 가길 기다리고 있진 않았나? 수많은 WHAT(맛, 플레이팅, 분위기, 가격)의 우월성을 홍보하는데 그치지 않았나? 고객이 우리 매장을 찾아주는 WHY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가? 고객이 WHY를 통해 구매하도록 충분히 세일즈하고 있는가?


다시 한번

고객이 우리 매장을 찾는 이유를 설명해 봅시다.
그 이유가 우리 매장이 존재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이 개념을 머릿속에 넣고 세일즈를 통해 고객이 돈을 쓰는 이유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세일즈의 핵심은 '설득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설득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고객의 니즈를 알아야 하고 그 니즈를 충분히 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창 세일즈에 관심이 있었을 때, 개인적으로 경험한 세일즈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설명해 준 '고객이 구매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법'이 머릿속에 박혀있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면 손에 들고 있는 짐부터 내려놓도록 유도해. 손이 자유로워지면 조금 더 편하게 제품을 둘러볼 수 있거든. 손이 자유롭다는 부분도 있지만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되는 심리적인 요인도 있어."


세일즈란 이런 단순하지만 복잡한 과정이다. 고객이 돈을 쓰는 이유를 만들고 신용을 쌓아가는 과정. 이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고객과의 신용을 단단히 세우다 보면 매출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오르게 된다. 무엇보다 일시적이지 않은, 지속가능한 매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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