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평화로웠던 마을에서
나의 최애 여행지 중 하나인 슬로베니아의 피란.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오래된 해안 도시다.
좁은 골목골목, 베네치아 고딕양식의 건물들이
내 눈을 사로 잡고 내 발을 스르르 이끈다.
2년 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이 곳에서
촬영을 한단 소식을 듣고 엄청 놀란 적이 있다.
이 시골을 도대체 어떻게 찾은거야!
정말 나만 알고 싶은 도시였는데!
드라마 영향으로 이후 방송에도 몇 번 나오고,
우리나라 여행객들도 많이 찾아가는 곳이 되면서
유명 관광지 대열에 서서히 들어서게 되었다.
피란에서는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하나 있다.
일몰을 보기 위해 마을 가운데 종탑에 올랐었는데
직원이 내가 내려오기도 전에 종탑 불을 끄고
문도 잠그고 퇴근을 해 버린 것.
꼼짝 없이 무방비 상태로 갇혀 버리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드라마처럼 핸드폰마저 방전!
큰 나무 문을 두드리며 도와달라고 소리치길 한참,
그 앞을 지나던 가족들에 의해 무사히 구출되었다.
소금을 사러 들어간 샵에선 혼자 온 아시안 여자가
신기했는지 어느 나라에서 왔길래 이 시골까지
왔냐며 놀라면서도 반겨주는 직원이 있었고,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레스토랑에선
나에게 ‘너무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해주었다.
별 거 아닌 말과 행동만으로도,
그 마을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행복해지는 건
그 땅의 기운이 좋아서였던걸까.
*피란은 류블랴나에서 버스로 이동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