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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 Dec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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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감상을 즐기게 만들어 주는 브런치북, 고양이부부의 제주 민화 선물

그림은 직접 육안으로 원작을 봐야 한다는 주의로서 매달 마지막 수요일의 '문화의 달'행사에 맞춰 여러 전시회를 다녔던, 해외여행 일정에 꼭 미술관 투어를 넣었던 지난날들이 꿈만 같아지는 대 코로나 시대이다. 갈까 말까 고민했던 전시회 예약은 점차 장기화되는 코로나로 인해 취소시켜 버렸고, 온라인으로 대체되어 버린 전시회에 관심이 가지 않아 어느덧 그림 감상과 담을 쌓아가는 생활이 되었다. 사회적 존재라 여겨졌던 사람이 이렇게 홀로 격리되어야 하는 삶의 변화는 오래되지 않는 지난날의 여행과 그림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나의 작년 마지막 여행은 제주도였다. 숙소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세화 해변과 종달리 수국길, 초여름의 파란 하늘과 푸른 숲이 어우러진 물찻오름과 물영아리 오름, 송당의 한적함이 그리워 치열한 직장 생활을 떠나 잠시 쉬러 갔던 그 섬이 이제는 꽤 오랫동안 방문을 자제해야 하는 곳이 되었다. 지금도 내 옷장에는 플리마켓에서 산 해변 가운과 책장에는 독립서점을 돌면서 구입한 책들이 쌓여 있는데, 8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 쭈그려 앉아 그리워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루씨쏜님의 브런치북, 고양이부부의 제주 민화 선물은 지금 내가 결핍되어 있는 두 가지를 만족시켜 준다.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그려낸 민화는 형형색색의 발랄함으로 가라앉은 기분을 밝게 해 준다. 또한 사람이 아닌 고양이가 자전거를 타고 서핑을 하는 모습은 인체가 아닌 기본적인 고양이의 자세에서 영감을 얻어 묘사되어 관람자의 흥미를 돋아준다. 제주에서 겪는 여행 속 생소함이 온라인에서 쉬이 볼 수 있는 고양이의 자태로 그려져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한다. 고양이와 함께 그려지는 해녀, 동백꽃, 한라산, 귤나무, 돌담길 등의 소재는 동백꽃 군락을 지나가고픈 영화 촬영 장소를 향해 걸었던 올레길 5코스를 떠오르게 한다. 얕고 검은 돌담길과 집집마다 하나씩 심어진 귤나무가 어우러진 서귀포 어느 마을의 정경이 아름다워 여러 번 걸음을 멈추고 정취를 느끼며 나지막이 감탄사가 나오던 내 추억 속 제주도가 너무 그립다.


이 브런치 북은 총 20화로 이루어져 있다. 작년 4월을 끝으로 더 이상 연재되지 않고 있지만, 휴일에 한 번 마음먹고 쭉 작품을 감상하기에 알맞은 분량이라 생각된다. 작가 부부의 제주도 생활이지만, 이로 인해 각자 가지고 있는 제주도에 대한 추억이나 앞으로 처음 제주도를 방문할 이들의 기대감으로 코로나 시대를 견뎌내고 있는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리라 여기며 추천글을 매듭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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