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문장을 만나는 공간, 쿤데라
일에 찌들던 시절, 출퇴근길에서 내가 가장 집중했던 행위는 쇼핑이었다.
나름대로 필요하니까 사는 거라 여겼지만,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면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로 스트레스를 풀었었다. 단적인 예로 쓰지도 않을 커피체인에서 발행하는 다이어리를 받으러 저 먼 여주 아울렛까지 갔었다. 처음에야 고이 모셔놓고 들여다 보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방치되기 시작했고, 먼지만 뽀얗게 쌓여 있는 다이어리를 보자 그저 소유욕이 폭발하여 내 것으로 가져왔음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유욕이란 재화(財貨)에만 통용되지 않는다.
음악을 듣기 위해 흔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신청하지만, 나는 항상 음원을 구매하였다. 폴더명조차 가수명, 앨범번호, 앨범명으로 만들고, 곡은 순서대로 정렬해 놓은 이 음원들을 나의 외장형 하드 한 쪽에 정리해 두었다. 법정 스님조차도 한 때 키우던 '난'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을 가지셨는데, 한낱 중생이 어찌 없다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정도를 넘어서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라 스스로를 위안한다.
우연히 업데이트를 위해 앱스토어를 둘러보다 매우 흥미을 끄는 어플을 발견했다. 명문(名文)을 소유하고픈 나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서로 좋은 문장을 올리고 받아보는 어플 '쿤데라'였다. 아주 단순한 화면 구성으로 랜덤으로 글귀를 받을 수 있는 기능부터 좋은 문장에 좋아요 하트를 남기면 나의 페이지에서 두고두고 읽을 수 있기에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나는 책을 읽다 마음에 와 닿는 글귀를 만나면 차마 넘기지 못 하고 사진 찍어 놓는데, 이 어플을 이용해서 그 때 그 때 남겨놓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명언첩을 만들 수 있을 듯 하다.
노래 가사에서, 지하철 역의 시에서, 어린 아이의 삐뚤삐뚤한 문장 안에서 놀랄만한 단어와 문장을 자주 발견한다. 이따금 단어가 만연(漫然)하여 정리되지 않는 나의 문장을 마주할 때면 좌절이 스멀스멀 올라와 나를 배아프게 했던 문장들을 떠올리며 글쓰기를 멈추어 버리기도 한다. -실제로 이로 인해 꽤 오랫동안 글을 안 쓰기도 했다.- 이 때의 나에게 독서는 좌절의 수렁으로 걸어들어가는 길이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탐닉하는 자이므로 읽기를 멈출 수 없기에 앞으로 또 마주할 열등감에는 이 어플의 문장들에게 용기와 도움을 받을 듯 하다.
**그저 더 많은 이용자가 생겨 풍성한 명문(名文)을 만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추가 : 2021년 9월 현재에는 iOS에서만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