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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쓰 Oct 04. 2019

파리에서의 일상: 브런치와 디저트 (1)  

시앙스포 교환학생 일기 #15

나는 단 맛을 굉장히 좋아한다. 브런치도 좋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카페도 좋아한다. 한국에 있을 때도 브런치 카페에 자주 갔고 디저트도 항상 챙겨 먹었다. 너무 단 걸 좋아해서 줄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하기 때문에 자제하느라 자주 못 먹는 아쉬운 음식이 단 디저트 종류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저트의 천국으로 불리는 파리는 항상 내 참을성과 의지를 시험한다. 파리에 왔으니 적당히 브런치 카페나 디저트 등을 가서 즐기되 그 정도가 지나쳐지지 않도록 참는 중이다. 물론 비싼 물가도 (둘이 브런치카페에 가서 먹으면 최소 35 유로, 심하면 40유로 중반까지 나온다 = 거의 4-5만 원) 내가 참는 데 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보통 끼니를 해결할 때는 식료품점에서 재료를 사서 같이 사는 언니, 동생과 함께 요리해 먹는다. 하지만 약속이 있는 날들에는 외식을 하게 된다. 그렇게 외식을 하면서 갔던 브런치 카페, 디저트 등을 좀 기록해두고 싶다.


1. Colorova (콜로로바) 주소: 47 Rue de l'Abbé Grégoire, 75006 Paris ★★★★☆

이 곳은 내가 아주 사랑하는 단체 활동을 함께 했던 유럽을 잘 알고 음식도 잘 고르는 언니가 추천해준 '믿고 간' 브런치 카페이다. 파리에 온 초기에 추천받고 나서 언제 가나~ 했는데 런던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후배가 파리에 여행 와서 함께 가게 되었다. 메뉴판은 대부분의 프랑스 카페처럼 꽤 간단한 편이었다. Entree 1개와 plat 2개를 주문했는데 주문 과정에서 까먹었다고 plat만 줬다. 조금 상황이 웃겼지만 양은 plat 2개로도 충분했고 식전 바게트까지 충분히 (7조각 정도) 줬기 때문에 괜찮았다. 그리고 이 곳을 갔다가 피에르 에르메를 가기로 했기 때문에 괜찮았다.

약간 일본 분위기가 나는 브런치 카페인데, 음식이 굉장히 예쁘게 나온다. 맛은 담백하고 건강한 맛! 브런치 카페에 가서 점심 메뉴를 시켰더니 그냥 잘 나온 플레이트 하나 같았다. 먹은 건 라비올리와 단호박 무스, 그리고 미트볼과 감자 무스였다. Entree로 시킨 것은 베이컨이랑 이것저것이었는데 못 시도해봐서 아쉽다. 분위기 최고, 건강한 음식도 최고! 하지만 자극적인 맛은 아니다.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추천.


2. Hollybelly (홀리벨리) 주소: 5 Rue Lucien Sampaix, 75010 Paris ★★★★★

홀리벨리는 5구에 하나, 19구에 하나 있다. 가려고 찾아보느라 알았는데 19구에 있는 것은 수요일에 닫는다. 오전 일찍부터 하기 때문에 거의 아침 같은 브런치를 먹기 좋은 곳인 것 같다. 꽤 유명한 곳인 것 같았다. 자리가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다 차 있었고 현지인이 굉장히 많았다. 파리에서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대학교 학회 선배가 리옹 근처에 머물고 계신데 파리에 오신 날 함께 브런치를 먹은 곳이다. 내가 시킨 것은 팬케이크에 계란 프라이와 베이컨이 있는 달달한 시럽이 뿌려진 메뉴, 선배가 시키신 건 위에 크림과 무화과 등의 과일이 올라간 팬케이크. 그리고 둘 다 london fog라는 밀크티를 각각 뜨겁게, 차갑게 먹었다. 차가운 밀크티는 뜨거운 거에 1유로 추가한 5유로였다!

분위기 자체는 좀 어둡고 동그란 탁자가 다닥다닥 있는 오래된 파리 카페보다는 힙하고 모던한 미국식 팬케이크 하우스 느낌이었다. 맛도 자극적이고 살이 찌는 맛이지만 그만큼 맛있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나올 때 느끼는 기분에는 맛 자체보다도 같이 가는 사람과 그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도 큰 영향을 미친다. 너무 밝고 예쁜 선배를 파리에서 만나 긍정적이고 좋은 말들을 많이 들은 시간이었어서 그런지 내 기억에는 너무 좋게 남을 곳인 것 같다. 또 누가 파리에 온다면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3. Cafe de Flore (카페 드 플로르) 주소: 172 Boulevard Saint-Germain, 75006 Paris ★★★☆☆

카페 드 플로르는 sustainable development law를 함께 듣는 고려대학교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와 같이 간 카페이다. 이 곳도 예전부터 추천을 받았던 곳인데, 맛보다도 그 역사가 깊은 곳이라 그런 것 같다. 파리의 문학가, 예술가 등이 많이 갔다는 학교 근처의 카페들 중 하나이다. 여기랑 학교를 가기 위해 saint-german-de-pres 역에 내리면 보이는 Les Deux Magot(르드마고)랑 둘이 역사 깊은 카페의 양대산맥인 것 같다. 아직 르드마고는 못 가봤는데 언젠가 갈 일이 생기지 싶다.

여기서는 친구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으면서 연어 club sandwich랑 오믈렛을 먹었다. 오믈렛은 다른 맛을 시켰는데 주문이 또 잘못 들어갔나 보다. 그래도 오믈렛은 오믈렛이라 그냥 먹었다. 오래된 파리 카페인만큼 야외 자리는 다 동그란 탁자에 딱딱한 의자고 작아서 좀 불편하다. 역사가 깊기 때문에 한 번쯤 방문한 거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4. Cafe Pierre Herme (피에르에르메) 주소: 53 - 57 Rue de Grenelle, 75007 Paris ★★★★☆

굉장히 유명한 마카롱 집이다! 여기랑 라뒤레가 유명한 것 같은데, 라뒤레에서는 에끌레어밖에 못 먹어봤다. 피에르에르메의 마카롱은 내가 먹어본 것 중 손꼽힌다 (다양하게 먹어봤다). 두 가지 맛이 나는 게 좀 신기하다. 시작과 끝이 다른 맛이 나는 게 여기 마카롱의 특징인 것 같다. 처음 간 건 같이 수업 듣는 친구랑 마카롱만 후식으로 먹으러 갔을 때고 두 번째 간 건 고등학교 후배를 데리고 간 때. 두 번째 갔을 때 알았는데, take out 해서 먹는 거랑 카페에서 자리 잡고 먹는 거랑 가격이 조금 다르다. 두 번째 갔을 때는 deux mille feuille를 먹었다. 여기서 약간 충격적이었던 포인트가 있다. 나는 지금까지 밀푀유가 프랑스어인 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카페에 가기 직전에 불어 수업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deux mille은 2000이었다. 즉 2000 겹이라는 의미에서 deux mille feuille인 것이었다. 즉 '밀푀유'가 아니라 '밀 푀유'인 셈이다. 나만 신기하게 느낀 건가? 난 너무 신기했다. 사실 길거리를 걷다가 이렇게 불어인 줄 몰랐는데 불어였던 게 많아서 좀 놀라는 경우가 몇 개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건 참 맞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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