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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쓰 Nov 12. 2019

보르도 여행: 와인, 와인 박물관, 음식

시앙스포 교환학생 일기 #27

재은 언니와 간 보르도 여행의 테마는 두 개: 휴식과 와인. 그리고 우리는 목적 달성을 충분히 하고 온 것 같다. 와인에 의한, 와인을 위한 여행이었고 여행은 왼쪽에 보이는 보르도 와인 맵 사진 하나로 설명된다. 


이 사진을 보면서 와인을 30병 이상 자세히 분석했다. 어느 지역의 포도로 만들어진 어느 와이너리의 와인인지, 평이 어떻고 후기가 어떤지 등을 꼼꼼히 분석하면서 와인에 한 층 더 가까워졌다! 원래는 맛만 음미했다면 이제는 아주 조금 더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거긴 하지만 그렇게 관심 있는 것에 대해서 천천히 공부하면서 체험하는 게 즐거웠다. 그리고 그런 취미를 공유할 사람이 있었어서 다행인 것 같다. 


재은 언니랑 맛있는 와인을 거의 12 종류 이상 맛보고 음미하며 자기 직전까지 무슨 이야기를 한 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저녁에 무슨 맛있는 것을 먹을지 고민하고 먹으면서 서로 만족스러워하는 그 시간이 모두 소중하게 기억될 것 같다. 와인 박물관에서 와인에 대한 이모저모를 배우고 난 뒤로 와인에 한 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긴 한다. 물론 아직 배울 건 많다!



- Restaurant Mets Mots (98 Rue Fondaudège, 33000 Bordeaux)

2박 3일 중 첫날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Mets Mots! 이 곳을 간 데는 짧은 일화가 있다. 재은 언니가 서점에 들러서 보르도 tour guide 책을 여러 장 찍어서 보내줬었는데, 그중에서 food에 대한 장이 있었다. 거기에 소개된 음식점 중 하나가 Mets Mots 였는데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11분 거리였다. 그래서 구글 지도에 쳐보고 평이 좋은 것을 보고 캡처해서 '여기 가자!'며 언니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언니도 딱 그 구글 지도 캡처본을 내게 보내려던 참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둘 다 신기해하며 그냥 가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갔는데 처음에는 예약이 다 찼다고 하여 못 들어갈 뻔했다. 그래도 다시 알아봐 주더니 들어갈 수 있었고 덕분에 정말 너무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마신 와인은 총 4잔! blanc 2잔, rouge 2잔이었는데 blanc으로는 muscadet 포도로 만든 와인과 보르도의 graves 지역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마셨다. rouge로는 melot 포도로 만든 와인과 saint-emilion 지역의 보르도 와인을 마셨다. 아직 와인 입문자인 우리는 조금씩 맛의 차이를 알아가기 위해서 다양하게 시켰는데 다행히도 모두 너무 맛있고 조금씩 달라서 재밌었다. 

Amuse bouche로 나온 호박 수프는 최고였고, 문어와 닭요리가 첫 코스였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다. 언니와 거의 눈물을 흘리면서 먹었다... 재은 언니는 특히 영국에서 맛있는 것을 많이 못 먹으러 다닌 설움을 말해주며 너무 행복해했다. 언니가 이렇게 행복해하니 뭔가 나도 엄청 기뻤다. 실제로 나한테도 너무 맛있었다. 

메인과 디저트도 최고! 재은 언니가 피에르 에르메의 몽블랑을 그리워했는데, 디저트로 비슷한 밤을 이용한 머랭 타르트와 와인에 절인 배를 이용한 디저트가 나와서 다행이었다. 둘 다 깨끗이 비우고 근처 까르푸에서 보르도 메독 와인과 리슬링 포도로 만든 와인을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2차전을 시작했다. 


- Le Murano (32 Cours du Chapeau-Rouge, 33000 Bordeaux)

두 번째 날 밤에 간 곳은 이 곳! 와인 박물관에 5시 넘어서까지 있다가 무거운 와인 두 병을 들고 빗속을 뚫고 온 우리는 너무 배고팠다. 다시 먼 곳을 갈 힘은 둘 다 없었다. 결국 또 구글맵을 가동해 근처 음식점을 모두 찾았다. 그중에서 평점 좋고 맛있어 보이는 곳을 찾아서 무턱대고 갔다. 그런데 이렇게 분위기도 좋고 인테리어도 예쁜 레스토랑일 줄은 몰랐다! 카르파치오를 entrée로 시키고 마카로니 파스타와 chorizo 리소토를 시켰다. 그리고 달달한 모스카토 한 잔과 보르도 메독 와인을 시켰는데, 내 입맛에는 모스카토가 너무 잘 맞았다. 심지어 스파클링이라 거의 물처럼 마셨던 것 같다... 파스타도 리소토도, 카르파치오도 성공적이었다. 특히 카르파치오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오른쪽에 보이는 카르파치오와 감자튀김이 정말 맛있었다. 감자튀김을 평소에 즐겨 먹지는 않는데 (감자를 안 좋아해서) 이 감자튀김은 정말 맛있어서 계속 집어 먹었다. 


Perrin Boulangerie Patisserie (55-57 Rue Fondaudège, 33000 Bordeaux)

이 곳 또한 매일 (총 3번) 간 파티 셰리였다! 꽤 유명한 파티 셰리였던 것 같다. 이 곳에서 까눌레를 매일 사 먹고 마지막 날에는 5개 더 사 오기까지 했다. 보르도가 까눌레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괜히 더 먹고 싶었던 것도 있다. 빵 말고도 케이크, 아이스크림, 디저트, 마카롱, 샌드위치, 샐러드 등 다양한 것을 파는 빵집이었다. 더 오래 있으면 더 여러 개를 시도해보았을 텐데 우리는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 배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보르도는 계속 하늘의 반은 흐리고 반은 맑았다. 완전히 갠 하늘도 거의 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계속 흐렸던 것도 아니다. 프랑스의 가을 겨울 날씨는 참... 그리고 솔직히 와인박물관에서 와인에 대한 지식을 많이 얻어서 온 것 같기는 한데 그 외에 보르도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의 광장도 구경하고 지롱드 기념비, public jardin 등도 방문했지만 그 외에 '관광'을 할 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여유롭게 도시를 느끼며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사람과 거닐고 수다 떠는 그 시간이 소중했다. 에어비앤비에서 만난 호스트 분도 너무 좋으시고 매일 아침으로 주신 크루아상이 너무 맛있었던 것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밤에 너무 편하고 넓은 침대에 누워서 자연스럽게 잠들 때까지 수다 떤 것 또한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재은 언니가 나랑 여행을 하면 급하고 숨찬 여행이 아니라 여유로운 여행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고 했다. 나는 여기저기 유명한 장소를 찍으러 다니는 것보다는 그 도시의 골목골목을 느끼고 자연을 구경하고 발이 이끌리는 대로 상점에 들어가 구경을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 여행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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