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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코치 김경록 Mar 04. 2021

안정이라는 착각 (Feat.2020&Covid-19)

유연하지 못한 마음은 부러집니다.

2019년 12월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것이었죠.


개인적인 목표에 박사학위는 언제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2021년에 입학하는 일정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안정권에 들어서면 공부와 일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강사라는 업이 자리를 잡으면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고, 박사과정에서 하는 연구들이 제 강의에 이론적 배경과 깊이를 더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강의를 하는 데 있어서 꼭 박사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박사를 꿈꿔왔던,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지금 쓰는 글은 안정이라는 착각에 대해서 쓰고 있으니까요.


'2021년에 박사과정을 시작하겠다'는 생각은 왜 바뀌었을까요?
왜 2020년에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이 질문의 답변이 이 글을 쓰는 핵심적인 이유가 되겠네요. 그리고 그 답변은 제목에서 벌써 눈치채셨을 겁니다. 2019년은 저에게 있어서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고 몇 단계 성장하는 한해였습니다. 제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고, 공저로 또 한 권의 책이 출간되면서 총 2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로 인해 하반기에는 전국을 다니면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2017년 초 회사를 그만두고 목표했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보상받는 기쁨 그리고 이제 됐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라면 2020년도 지금과 같은 상황, 그리고 더욱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제 좀 안정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습니다. 프리랜서 그리고 1인 기업가의 특성상 항상 불안정한 일 그리고 소득이 저를 괴롭혔었거든요.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소득도 안정되겠다는 생각이 들다 보니 점점 박사라는 목표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마법같이 박사에 입학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지도교수로 생각했던 교수님이 새로운 과정을 만드셔서 1기 입학생을 찾고 있었고, 졸업한 지 7년이나 지난 석사 동기들이 대거 박사과정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입학 상담을 위한 교수님과의 면담에서 어느 정도 장학금도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입학을 안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3차 모집 기간에 지원해서 합격했습니다.


합격자 발표를 보고 마음속에서는 이미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어찌 보면 망상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옛날부터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위를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학원 입학을 통해 제가 능력만 가지면 지도교수님의 추천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망상에 가까운 목표를 설정하게 됩니다. 물론 해외에서 공부한다는 사실이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가지면서 하기에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여기서부터 꼬이게 된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의는 안정되었다고 생각했고 기존보다 투자하는 시간을 줄여도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을 대학원과 언어에 투자해서 공부하자는 생각이었죠.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코로나가 더욱더 가속화하기도 했지만 분명 잘못된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강사 그리고 강의에 더욱더 투자하지 않고는 기존의 상황을 유지할 수 없는 게 명확했습니다. 안정되었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착각인 거죠. 변화에 대해서 강의하면서 안정적인 것은 계속해서 노력과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라고 말은 하면서 실상 제가 말하는 대로 살지 못했던 것입니다. 또한 외국에서 공부할 정도의 실력을 갖기 위해서는 2~3년 동안 공부에만 매진해도 확률이 50%가 넘지 못할 텐데, 돈도 벌면서 이것까지 다 하고 싶다는 것은 명백히 욕심이었습니다. 잠을 줄이고 더욱이 노력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잘못된 목표 설정과 망상은 동기부여에 아주 취약합니다. 절실함이 없는 거대한 목표는 더욱이 그렇죠.


안정성은 변화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높아진다. 안정적이라는 것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착각 속에서 시작한 2020년의 시작은 좋았습니다. 그간 뒷전으로 미뤄뒀던 영어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연구방법론에 대한 공부 또한 예습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주 보람찬 1월이었습니다. 하지만 2월이 되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2월이면 3월부터 시작되는 교육일정에 대해 문의가 오가고, 일정들이 잡히기 시작하는 게 정상인데 모든 것은 멈춰있었습니다. 정식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학교 강의도 연기가 되었습니다.


어라 이게 아닌데..? 이러면 안 되는데..?
이건 박사과정이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걱정을 해야 하는 거 같은데..?


막막한 3월이 시작되니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학기는 시작하는데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고 안정되었고 믿었던 생각들이 너무 급작스럽게 바닥까지 떨어지니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작년 연말에 생각했던 2020년의 환상들이 아예 무로 돌아가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코로나가 제대로 정리되기도 전이라 저 또한 그 누구의 원망도 하지 못한 채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무너지니 몸이 같이 무너졌습니다. 3월 중순 Kf-94 마스크의 영향도 있었을 테지만 지하철에서 과호흡이 와서 죽기 직전의 고통을 느끼고 나니 그간 버텨왔던 몸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몇 달을 병원을 다니고 치료를 받고 집에 숨어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긍정적인 사고는 전혀 불가능했고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린 것만 같은 순간들이었습니다. 두 번째 개인 저서 계약도 진행했지만 도저히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게임뿐이었습니다. 이 시기를 통해서 마음이 무너져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말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시기를 잘 활용했으면 상당히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할 때 내릴 수 있는 결정일 뿐입니다.


다행히 하반기에는 외부 프로젝트의 총괄 기획 및 PM을 맡게 되면서 조금씩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외부 활동을 하고 성과를 내니 성공에 대한 경험이 강화되고 중첩되면서 다시 정상적인 사고 체계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감당 안될 정도로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강제된 일정이 행동하게 만들었습니다. 도망치고 싶은 적도 여러 번이지만 두뇌 속에 있는 성공에 대한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제는 우울했던 순간들을 돌아보고 다독여 줄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습니다. 이제는 정리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겠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나니 분석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힘든 일도 잘 버텨왔는데 왜 이렇게 까지 우울했던 걸까요?


'이제 됐다. 이제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바로 그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니 고통스러운 순간이 더욱더 크게 다가왔던 것입니다. 부정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만약에 2019년이 계속해서 힘들었다면 2020년의 힘듬도 버텨낼 수 있었을 겁니다. 어렵고 힘든 상태가 디폴트 상태, 고정값이 었을 테니까요. 그럼 계속 힘들라고? 행복하지 말라는 건가?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상황을 예측해도 내가 관리할 수 없는 외부환경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런데 내가 정해놓은 목표에, 그리고 내 마음에 유연성이 없다면 당연히 부러집니다. 저의 상황도 그러했습니다. 목표를 정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목표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루겠지만 목표 자체는 보상(결과물)에 치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정에서 이루어나갈 수 있는 것들 그리고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범위의 목표가 나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그 결과 이루어지는 보상은 부수적인 이득이지 그것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에게 보상은 무엇이었을까요? 외국에서의 공부와 학위 그리고 교수 이런 것들이 저를 더욱더 굳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보상에 초점이 맞춰지니 그 결과를 이룰 수 없다는 상황이 저를 더 좌절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제 목표가 제가 만들어낼 연구의 성과, 사업의 성장 등 과정에 집중할 수 있는 목표로 유연했다면 저는 부러지지 않고 흔들렸지만 잘 서있을 수 있었을 겁니다.


유연하지 못한 사고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불안하지 않아도 불안하게 느끼게 하고, 안정적이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내 마음의 유연성을 키우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꾸준히 노력하는 강도를 높여간다면 가장 안정적인 상태에 놓일 수 있게 됩니다. 저도 2020년을 통해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유연성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 무언가 불안하다면 내가 세상을 유연하게 보고 있는지 아니면 고착되어 한쪽만 보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고민하던 많은 일들이 생각보다 손쉽게 해결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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