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애플에서는 단순하게 일합니다, 박지수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어렵습니다. 자기 생각을 정돈해 단순하게 하려면 굉장히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죠. 일단 단순함에 도달하기만 하면 산을 옮길 수 있습니다."
- 스티브 잡스 -
대학생 때 스티브 잡스가 위 인용구와 비슷한 인터뷰를 한 영상을 봤던 것 같다. 그때는 단순하게 도달한다는 의미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단순한 게 뭔지 아주 어렴풋 알 것 같다. 스스로 정의 내려본다면, 모든 곁가지를 쳐내고 진짜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단순함이라 부를 수 있지 않나 싶다.
위처럼 단순함을 강조하던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은 어떤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길래 단순하게 일할 수 있는 걸까. 실제 애플에서 4년간 일한 저자는 이 책에 그 단순함을 추구하는 애플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내용 중 인상 깊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애플의 모든 직원은 서로에게 완벽함을 바란다. 이건 애플의 자연스러운 기업문화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적당히 넘아가는 방식이야말로 애플에서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업무처리이다.
내가 만든 제품이 세상을 바꾸고, 수억 명의 소비자를 감동케 한다란 보람으로 혹독한 업무량과 무자비한 완벽주의를 견디는 것이다.
애플에서는 회의 시간에 무조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상대 프레젠테이션을 매섭게 비판해야 한다는 내용이 정말 많이 등장한다. 내 팀과 관련된 회의가 아니더라도 다른 팀 발표자료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 팀의 업무 이해도나 전문 지식수준이 높아야 한다. 그렇게 서로 논쟁하며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애플이다.
애플은 세상에 없는 제품을 내놓기보단, 무결한 유저 경험 생태계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둔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기준으로, 가급적 다양한 시각으로 업무를 바라보는 문화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많은 기업이 이 세 가지 키워드를 기업 문화로 내세우지만 실제로 이를 지향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살을 빼려면 멋진 계획보다도 지금 당장 한 끼를 건강하게 먹는 게 중요하듯, 오늘 하루 임직원들이 일하는 방법을 바꾸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 하루 속에 창의, 도전, 혁신이 있다면, 기업 문화로 올바르게 자리 잡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하게 독려하고, 그 과정에서 실망하는 것. 실망이 아무리 커도 기대를 놓지 않는 것. 이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내놓는 것. 이게 조직 운영의 전부라면, 애플처럼 애당초 기대를 높게 두고 따르게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선 독특한 문화라 설명했지만, 읽는 내내 정말 잘 설계된 시스템처럼 느껴졌다. 읽는 동안 훌륭한 사람들과 완벽을 추구하며 일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게 한 책, "애플에서는 단순하게 일합니다"였다. 애플 문화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