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를 그만두고 3년 차
나: 여보, 나 사회복지사 그만둔 지 얼마나 됐지?
아내: 글쎄, 3년 넘지 않았나? 잠깐, 내 인스타에 남겨뒀지...... 20년 11월이네.
나: 와, 아직 3년이 안된 거야? 5년은 넘은 것 같은데.
사회복지사를 그만두고 3년 차, 난 아직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를 그만둔 것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함이 없다. 사회 복지에 기여하는 활동은 지금도 하고 있다고 믿으며, 직업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했었다.
"과연 내가 비영리 조직을 벗어나 영리 조직에서 잘할 수 있을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불안한 설렘을 한가득 안고 도전했던 일들도 다양하다.
어르신 돌봄 로봇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에 대한 연구/기획
치매 어르신 돌봄을 위한 스마트패드 앱 서비스 기획
부동산 매매 의사결정을 돕는 프롭테크 앱 PM(Product Manager)
자산배분 투자로 연금 운용을 돕는 핀테크 앱 PM(Product Manager)
회피하지 않고 직면했던 도전의 순간들마다 인생의 변곡점과 배움을 선물해 주었는데, 나만의 스토리가 쌓여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도전했던 위의 일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스타트업'에서 일했다는 것. 맞다. 나만 능동적이라면 취할 수 있는 도전의 기회들이 넘쳐나고, 도전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그 매력에 푹 빠져있다. 벌써 3년째.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일 때마다 기존의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늘 성찰의 기회를 주는 것 같다. 도화지 위에 스케치했던 커리어의 밑그림들을 지우기를 반복한다. 밑그림 위에 왜 색칠하지 못하냐고 뭐라 해도 별 신경 쓰이지 않는다. 밑그림을 그리고 지우는 반복 속에서도 성취하는 것들이 많았으니까. 이번에도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핀테크 앱 서비스의 CX 담당자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금융 앱 서비스 CS와 CX를 담당하는 회사의 유일한 실무 직원이 되었다.
프롭테크 앱 PM의 역할로 서비스에 기여했을 때, 그저 잘하고 있는 줄 알았다. 금융을 다루는 핀테크 앱 PM으로 앱 론칭까지 서비스 기획 과정에 참여했을 때, 비로소 느꼈다.
'내가 했던 일은 PM의 일이 아니었구나.'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조사하고 문제를 정의하여, 이를 해결하면서도 BM(Business Model)에 적합한 서비스를 기획을 하고, 이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는 PM의 아주 기본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고객의 문제에 집중하지 못했다. 고객 행동 데이터를 제대로 조사하려고 하지 않았고, 단지 프로덕트 자체나 기능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긍정적인 시장 평가로 이어지길 바랐다.
PM으로서 역할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다른 도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제대로 역할하지 못했던 핀테크 앱 서비스를 론칭하는 데, CS와 더불어 CX(고객경험)를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PM으로 일할 때, 늘 갈망해 왔던 고객 경험과 고객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역할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난 아직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게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