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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glewood Sep 29. 2017

싫은 일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

생각할 때마다 두 배가되는 망설임

대부분의 영업 사원들은 월요일 아침에 미팅과 더불어 일주일 간의 활동 계획을 작성한다.

업종에 따라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활동계획은 주로 기존 거래처이거나 거래할 가능성이 있는 신규 거래처와의 미팅을 계획하는 것이다. 보통 아침에 거래처와의 약속을 위해 거래처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된다. 보통의 경우 신규 거래처 개발을 위해 번호만 알고 있는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본인의 간단한 소개와 방문의사를 전달하여 미팅 약속을 잡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신입사원은 미리 전화를 위한 스크립트를 준비해서 시작하고 경험이 많은 직원의 경우에는 스크립트가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 기존 거래처와의 통화는 담당자 안부를 묻거나 혹시 있을 수도 있는 개선 사항을 물어보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가 있다. 하지만 신규 거래처 개발을 위해서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전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거래처처럼 가볍지는 않지만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런 종류의 전화를 받고 거는 것은 영업 세계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 기존 거래처 중에서 거래를 끝거나 주문을 줄이는 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신규 거래처 개발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영업의 일부 시간을 신규 업체 발굴에 쓰고 있다.



3년 전에 관리부에서 영업부서에서 전보된 이 과장의 업적이 1년 전부터 조금씩 감소해서 지금은 영업부 직원 평균보다 40% 정도가 낮다는 담당 임원의 보고가 있었다. 영업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기존 거래처 관리이고 업무의 20% 정도만 신규 거래처 발굴이기 때문에 매주 약속 잡는 전화만 하면 평균 정도의 매출은 유지가 가능한 업무였다. 이 과장은 원래부터 잘 알고 있던 직원이었고 앞으로의 커리어 관리를 위해서 영업에 보낸 것이라, 다른 직원보다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알기 위하여 면담을 실시했다.


몇 번의 면담을 통해서 발견한 것은 


1. 생각이 많다.

 이 과장 스스로가 전화를 걸기 전에 생각이 너무 많았다. 월요일 9시 30분에 전화하면 너무 일찍 전화하는 것이 아닌가? 오전 11시에 전화하면 점심 먹기 전인데 배가 고프면 예민하니 점심 이후에 전화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안면도 없는 사람에게 갑자기 전화하는 게 실례는 아닌가? 우리 회사를 모르면?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2. 전화하는 것 자체가 두렵다.

영업 직원에게 거래처에 전화하는 것은 하루에 세끼를 먹는 행위처럼 일상적인 것이 되어야 하는데, 이 과장은 마치 번지 점프하기 전의 긴장감을 갖고 있었다.  


면담을 마치고 이 과장에게 " 이 과장은 외부업체에서 전화받는 것이 싫은가요?"라고 물었더니, " 전혀 싫지 않죠, 늘 하는 게 전화받는 것이데요."  , 다시 물었다. " 전화받기 좋은 때에만 전화가 오니요?" " 아니요, 바쁠 때도 오고, 시도 때도 없이 옵니다." "그럼, 바쁠 때 오면 화를 내나요?" " 아니요, 업무적인 전화인데 어떻게 화를 낼 수가 있나요? 단지, 다시 전화하자고 하고서 끊습니다."


" 그럼, 이 과장의 거래처 사람은 전화하면 다른 반응을 보이나요?" " 아니요, 대부분은 저와 같이 대하는데요."

" 그런데, 왜 이 과장은 거래처에 전화하기를 망설이는 것처럼 보이지요?" " 아침에는 거래처 사람이 미팅 중일 것 같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점심 먹기 전에 하기도 뭐해서, 오후에는 일반적으로 많이 이동하는 업무 특성상 운전 중일 것 같아서 계속 미루게 됩니다." " 미루다 보니 아침보다 오전이 더 힘들고 오후에는 더욱 망설이게 됩니다."




가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번지 점프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출연자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점프대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한다. 올라가서도 몇 번의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더니 결국에는 포기하고 내려오는 것을 보게 된다. 나도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그 출연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 출연자가 가장 점프하기가 좋은 타이밍은 두 번째, 세 번째 도전이 아닌 처음으로 도전할 때이다. 다시 점프대에 서면 설수록 두려움이 배가되어 도전이 더욱 어려원 진다.


누군가에게 싫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처럼 하기 싫은 일은 한번 미루면 고민의 크기는 두배가 되고 다시 한번 더 미루면 네 배가 된다. 싫은 일은 크기가 작을 때 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 조금 더 생각하면 상대방은 나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노상 있는 일이고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 과장의 걱정과 과한 배려가 스스로를 어렵게 한 것이다.


물론 이 과장이 편하게 거래처에 전화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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