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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glewood May 29. 2018

50대 창업기 (創業記) -회사 밖은 정말 지옥일까?

단순화하면 많은 것이 쉬워진다.

외식업을 창업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너무 막막했다.  일단, 어떤 음식을 어떤 고객에게 어디에서 어떻게 팔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내 나름대로 정한 것이지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steady seller vs. best seller

  식당을 창업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치는 선택은 어떤 종류의 음식(점)을 선택하느냐이다. 중국음식, 일본 음식, 한식, 보쌈, 족발, 피자, 베트남 쌀국수, 치킨, 회, 장어, 추어탕, 삼겹살, 소고기, 스테이크, 연어......

경험이 없는 내가 너무나 많은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그래서 다른 구분으로 접근해 봈다 - 유행을 타는 음식(best seller)과 유행을 덜 타지만 꾸준한 음식(steady seller). 


유행을 타는 음식(점)은 연어 무한 리필, 소고기 무한 리필, 찜닭, 코다리,  **핫도그,  쌀국수....

유행을 덜 타는 음식(점)은 중국 음식, 횟집, 치킨, 피자, 추어탕, 삼겹살, 돈가스, 족발, 보쌈..


 유행을 타는 음식점은 단기간에 높은 수익도 기대되지만 반대로 유행이 짧을 수도 있고 다른 경쟁자의 출현도 우려되었다. 찜닭이 대표적으로 유행을 탔던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보기 어렵다. best seller 였지만 steady seller는 못되고 끝났다. 요즘 유행하는 에*이 같은 베트남 음식(점)이 잠시 유행을 타는 best seller 음식으로 끝날지 유행을 덜 타면서 steady seller로 남을지는 아직은 판단을 하기에는 빠르다. 


best seller 이면서 오래가는 음식(점)을 하면 좋지만 외식업이 처음인 나에게 그런 능력은 없다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특히 50대에 창업하는 경우에는 실패하면 다시 회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유행을 덜 타는 steady seller 음식으로 경험을 쌓고 추후에 유행에 민감한 best seller음식으로 가는 방향으로 정했다

이 많은 책중에서 눈에 띄는 책은 얼마나 될까?



입지 ( location ) 

어디선가 가게 성공의 80%는 입지에서 결정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일단 사람 눈에 뜨여야지 뭔가를 할 수 있다. 입지가 나빠도 맛만 좋으면 된다는 말도 있지만 이런 집은 정말 오랜 기간을 지내면서 아름아름 소문난 가게이기에 전문성이 없는 나에게 적합한 말은 아니다. 


사무실 밀집지역과 거주지 중심의 상권으로 나름 구분하여 정리해 보았다. 사무실 밀집 지역은 점심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지만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1시간 정도 임을 고려하면 2회전도 어려워 보였다. 또한 주말과 많아진 휴일은 사무실 밀집 지역 음식점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매출의 기회는 줄지만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 같은 고정비는 변동을 주기다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본 매상은 보장이 된다. 하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고 회전율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식사를 끝낼 수 있는 음식이 유리하다.


홍대 근처와 대학로는 주중과 주말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 매력적인 상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홍대라고 모두 홍대가 아니다. 여기에도 중심 상권과 변두리가 존재한다. 변두리 상권은 주말에만 반짝하고 항상 사람이 많은 중심은 권리금이 처음 창업하는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사무실 밀집  지역의 점심시간


 거주지 상권은 여성 손님 비중이 높다. 점심시간에 손님이 집중되기는 하지만 오후 2시까지도 꾸준하게 손님이 있다. 그렇지만 꼭 회전율이 좋지는 않다. 여자 손님들, 특히 주부들은 회사원이나 남자들에 비하여 식사시간이 여유롭기 땨문에 식사 시간이 길다. 하지만 주중에 만족한 여성 고객은 주말에 가족을 동반하여 재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주중에는 직장인의 유입이 가능하고 주말에는 근처 거주지에 사는 손님을 공략할 수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강남이나 광화문 같은 대도시 중심은 전형적인 직장인 상대 지역이고 임대료도 비싸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결과 직장인과 근처 거주자를  손님으로 유도할 수 있는 신도시를 선택했다.




전문화 vs. 다양화

다양한 메뉴가 손님에게 매력적일 수도 있지만 엄선된 메뉴만을 제공하는 전문점이 최근의 경영 환경에 유리하다. 메뉴가 많으면 여러 재료의 신선도 유지가 어렵고 팔지 못한 재료의 손실도 많다. 또한 미리 준비할 재료가 많으면 주방 인원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수익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많은 메뉴는 결국 음식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주방 인원이라도 바뀌면 레시피가 많아 음식의 수준이 일시적으로 나빠질 우려가 있다. 손님은 한 번이라도 음식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다시 오지 않는다. 

3가지의 음식도 제대로 맛내기가 쉽지 않다.


흔히 범하는 실수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메뉴가 20,30개를 넘기기 쉽다. 이 음식도 찾는 사람이 있고 저 음식을 찾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메뉴를 줄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인터넷과 먹방 방송이 많아지면서 손님이 기대하는 음식의 완성도는 높아졌고 정보는 많아졌다. 최종적으로 주메뉴는 15가지 미만으로 가능한 업종을 찾기로 했다. 찾는다기 보다는 그런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차별화

시장 조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접한 음식점은 커피와 고깃집이 제일 많았다. 커피는  20미터 안에 반드시 하나는 있었고 심지어 같은 건물에 두세 개의 커피점이 있었다. 고깃집도  비슷했다. 생삼겹살, 오겹살, 무한 리필 삼겹살, 소고기 무반 리필, 한우 전문점, 화로구이, 석쇠구이..., 어차피 커피는 원래부터 리스트에 없었기 때문에 제외하면 남은 것은 대부분은 고깃집이었다. 고기는 무한 리필과 같이 양으로 승부하거나 하*돼지같이 고기를 초벌 구이하던지, 아니면 숙성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고깃집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고깃집 창업이 많은 이유는 누구라도 쉽게 창업하기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삼겹살과 같은 음식은 기본적인 재료를 갖고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차별화가 가능한  메뉴를 찾기 시작했다.

고기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기준을 갖고 대상 음식(점)을 줄여 나갔다. 유행을 덜 타면서 신도시에 적합한 음식(점)에서 15개 미만의 메뉴를 갖고 차별화하기 좋은 음식으로 범위를 줄여 나갔다. 처음보다는 조금 명확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고민거리가 남았다. 차별화는 어떻게 하지? 신도시도 이미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데 권리금 없는 가게를 찾는 것이  가능한가?


시장 조사를 하다 보면 steady seller,  거주지 중심 상권, 전문화, 차별화에 맞는 음식이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많았다. 각각의 기준에는 부합하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상한 조합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하면서 어느 정도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발로 뛰고 인터넷을 뒤지면 조금씩 그림이 완성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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