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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영 May 22. 2022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그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악기를 전공했는데 우울했어요. 우울증을 겪었죠. 연극을 하면서 우울증이 사라졌어요. 대학로 극단에서 배우도 하고 대표를 하다가 최근에 일이 꼬여서 정리하고 훌쩍 왔어요. (a씨 여 28세)


-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있어요. 최근에도 작품을 하다가 일이 생겼어요. 그래서 2월부터 준비해 왔습니다. 인생의 버킷리스트였거든요. 5월 말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비행기표 포기하고 6월에 돌아가려구요. 매일 와인 맛있게 마실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b씨 여 26세)


-2월에 중사로 전역하고 4월 말에 순례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생전 처음 외국여행이라 많이 떨리고 쫄기도 했는데 3주 넘게 이 길을 걷다보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다만 오기 전에 천주교에 대해서 좀 알고 왔으면 더 의미가 있었을텐데 아쉬웠습니다. 순례길 마치면 유럽 여행을 더 하다가 귀국하려구요. 귀국한 다음에는 글쎄요 뭐 사업을 할까 싶은데 더 생각해봐야죠(v씨 남 28세)


-제대하고 3개월 동안 공장에서 알바한 뒤 돈 모아 왔습니다. 신학생인 형이 다녀왔었는데 발톱이 빠져 피가 줄줄 나는 상황에서도 무척 좋았다며 저에게 추천을 해줬습니다. 순례길 끝나면 수도회 들어갈 예정입니다. 사실 저도 모 교구 신학생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교구는 침몰하는 배 같아요. 결국 자퇴했어요 (c씨남 24세) 


-특허 관련 일하다가 2년만에 사표쓰고 왔습니다. 서른 전에는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d씨 남 29세)


-해운회사에 15년쯤 다녔죠. 올해 1월에 사표쓰고 나왔습니다. 회사 사람들이 모두 놀랐습니다. 나름 임원 코스를 밟고 있던 중이긴 했으니까요. 그런데 계속 여기에 있다가 너무 뻔한 인생이 펼쳐질 거 같아서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와이프도 동의를 해줬구요. 2월부터 4월까지 가족들이랑 차로 유럽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저는 순례길을 걷겠다며 여기로 왔습니다. 그런면에서 와이프가 쿨해서 허락을 해줬습니다(e씨 남 43세)


-안식년 휴가로 왔어요. 통신회사를 27년 다녔네요. 예전에 사리아에서 산티아고까지 5일간 걸었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곡 전 구간을 완주해봐야겠다며 안식년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다행히 멕시코에 있는 아는 언니가 동행해줘서 함께 걸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종교적인 문화'가 이 길의 가장 큰 경쟁력인 것 같아요. (f씨 50대 여 중반)


-대전에서 왔어요. 4월 말에 출발했는데 언니랑 함께 6월 말까지 걷기로 했어요. 남들처럼 빨리 가지 못하니까 천천히 가려구요. 이런데서 뵈니 반갑네요. (g씨.여 50대 중반)


-엄마랑 왔어요. 아직 학생이구요. (h씨. 여 20대 후반)


-시골에 사는데 농사를 짓긴해요. 크게 짓진 않고. 내가 성격이 급해서 남편에게 너무 모진 말도 많이하고 그랬어요. 그런 마음을 좀 삭혀보려구 이 길을 걷겠다고 했지. 그런데 떠나기 전날에도 밭에서 잡초 뽑다가 남편이랑 또 싸웠네. 이 길을 걸으면 마음이 좀 너그러워질까요? (i씨 여 50대 중반)


-남미 선교로 공부하다가 휴가차 나왔다가 알리지 않고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벌써 3번재에요. (모 신부님 34세)


-3일부터 부르고스에서 출발했지. 휴가로 왔어. 어느 본당이신가? 아 내가 00 성당에 있었는데. 지금은 00동 성당에 있어. 길게 걸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네(모 신부님 40대 후반 내지 50대 초반)


-나도 젊었을 때 신문사에서 일했네. 아 기자는 아니었고 여기서 또 교우를 만나닌 반갑네. 처남이랑 같이 왔어. 끝까지 걸어가려고. (73세 남 경남 함양)


-토목공학과 나오고 건설회사 들어갔다가 1년 안 다니고 나왔어요. 그리고 지난해부터 여행 다니고 있구요. 산티아고 오려고 스페인어도 공부했네요 저는 작가가 되려구요.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그냥 내 길이 아닐거야 하면서 살았죠.(j씨 31세 남)


-국내 성지 다 마치고 이제 자전거로 유럽성지 순례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형님이라고 불러요. 외국계 기업에서 은퇴했지. 어느 본당 다녀요? 아 거기? 나 00동 성당이에요. (p씨 67세 남)


-남편과 저랑 같이 사표쓰고 왔어요. 길을 걸은 다음 생각해보려구요. (30대 부부 T씨와 Yl씨)


-우리도 길게 걷지 못해서 생장에서 팜플로나까지 걷고 중간에 점프한 뒤 사리아에서 산티아고 까지 걸어요. 부부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과 행복이 있어요. 함께 나눌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은지 혼자 살면 잘 모를거에요(청담동 본당의 50대 부부)


기타 몽고에서 온 20대 처자, 일본에서 온 20대 처자, 헝가리에서 온 20대 청년, 아르헨티나에서 온 60대 아저씨들 등등등 


저 분들에게 나는 언론사 기자이거나 노조위원장이기도 했고 그냥 휴가 나온 샐러리맨이기도 했고 천주교 신자였으며 수많은 코리안 순례자 중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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