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란가 Nov 30. 2023

무슨 책을 그리 재미있게 읽었니?

밤 10시 학원을 마치고 들어온 E(12)가 책 한 권을 들고 소파에 앉습니다.

“뭐 좀 먹을래,  씻고 잘 준비하고 책 보는 게 어때?”

이럴 땐 아무리 닦달해도 마이동풍입니다.

잠자리에 드는 모습 보고 자려했으나, 결국 먼저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아빠가 지키는 가족’이라는 안정감과 믿음을 위해 ‘아빠가 가장 늦게 잔다!’는 약속은 이날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혼자 한 약속이라 타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사 잊고 단잠을 자고 있던 1시쯤 된 것 같습니다.

“아빠! 아빠는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린다면 무엇을

그릴 거야?” 아마 책에서 본 내용인가 싶습니다.

궁금한 거 대답 듣기 전엔 물러서지 않는 캐릭터라 편한 잠자리를 위해 잠결에 뇌를 가동해 봅니다.

“글쎄…. 아…. 내 얼굴?”

“오! 신선한데? 그런데 거울 보고 그리면 되잖아?”

“거울 속 내가 진짜 나일까?”


흠칫 대화기 멈췄습니다.

‘거울 속 세상이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은 어떻게 하지? 내가 눈을 땠을 때도 거울 속 나는 그대로 있을까?’

그래서 거울이나 그림자를 소재로 하는 공포 영화가 많은 모양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책을 읽는 E의 모습을 바라보면 흐뭇하기도 하지만.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할까 걱정도 됩니다. K-청소년에게 잠에 대해 왈가왈부하기엔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한 노릇입니다.

오늘 저녁엔 E는 보이지 않는 무엇을 그릴지 얘기 나눠봐야겠습니다. “무슨 책을 그리 재미있게 읽었니?”

작가의 이전글 '빌런'보다 '히어로', 동네아저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