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만난 사이”가 유지되려면
새로운 사업을 맡게 되면서 4~5년 전에 소통했던 회사들에게 다시 연락을 할 일들이 생겼다. 일을 위해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연결되는 상황들이 생기니 사회 생활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인 것 같다.
일로 만난 사이. 혹은 비즈니스 관계. 다소 계산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일로 만난 사이가 오래간다”는 것만큼 직업적으로, 인성적으로 꽤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데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서로 계속 같이 가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나영석과 이서진. 유재석과 이효리. 박진영과 방시혁. 그들만큼 깊게 안 가더라도, 최소한 “일로 만난 사이”가 유지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우리는 왜 어떤 사람들과는 다시 일하고 싶고, 어떤 사람들과는 그렇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내가 “다시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할까? 에 대한 관점에서 고민을 해 보았다. 사실 수 없이 많은 것 같지만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건 다음 3가지 인 것 같다.
'일로 만난 관계'가 유지되려면 필요한 것
첫째.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둘째. 더 나음을 추구하는 것
셋째. 상호 호혜를 추구하는 것
“Dream big. Get sh*t done. Have fun.”
링크드인의 전 CEO인 Jeff Weiner가 세운 인재상이다. 셋 다 중요하지만 일하는 사이로 만났을 때의 가장 기본은 Get it done,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강조한 게 아닌가 싶다)
돌이켜 보면 스스로 가장 부끄러움을 느꼈을 때는, (환경적인 조건이 뒷받침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의지력, 자기 관리 부족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인 것 같다. 같이 일하는 관계에서 내 몫을 하지 않으면 그 일은 상대에게 가게 된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과연 들까?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전제로 더 나음을 추구하는 사람을 만나면 드는 느낌은 두 가지이다. [자극]과 [존경]. 그리고 이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
영화 라라랜드에 나오는 대사다.
"People love what other people are passionate about. You remind people of what they've forgotten
사람들은 열정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들이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게 하니까.
다만 현재에 불평불만을 역설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부족함을 겸허하게 직시하고 더 나은 방향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는 것이 일로 만난 사이에서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그러려면 서로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드백이 그 사람에 대한 공격이 아니고, 결국 지금 같이 만들고 있는 결과물을 더 낫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관계의 기술도 필요하다.
제휴관계에서 일을 할 때, 가장 마음이 움직이는 포인트는 “나(우리 회사)의 이익을 고려한 제안”인 것 같다.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바에 대해서는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한쪽이 다른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관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상황”과 “상호호혜를 추구하는 태도”는 분리하여 볼 필요가 있다. 제휴 관계를 탐색하다가 그 결론이 “이해관계가 맞지 않다”일 수 있다. 그럼 그때는 같이 일하지 않고,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다시 제휴를 논의하면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대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만 한다면 그 ‘다음’의 기회가 왔을 때도 다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아직 일 할 날이 많이 남았다. 그만큼 일로 만난 사이는 계속 축적되어 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시간과 돈을 어떻게 썼느냐”만큼 “누구와 만나서 어떤 관계를 쌓았느냐”도 복리가 되어 우리의 미래의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