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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Sep 15. 2024

05. 바뀐 입시제도 & 마케팅

제가 마케팅을 하는 사람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대입제도의 변화된 내용에서 마케팅을 생각하고 있네요.


최근 바뀐 대입제도가 화제입니다.

대강 내신 등급을 10등급에서 5등급으로 단계를 반으로 줄였고 진로에 따라 선택했던 수학 과학 등의 시험을 모두 동일하게 봐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대학 입시제도는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선거보다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입니다.

솔직히 정치는 누가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내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인식도 있는 것에 반해 입시는 내 자녀의 삶에 실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이런 바뀐 입시제도에 신경이 쓰이더군요.


바뀐 부분이 있으면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 그 이유가 있겠죠.

벌써 여러 교육 전문가들이 분석 영상을 쏱아내고 있고 저 역시 찾아봤습니다.


그 가운데 한 가지 또렸해 지는 것이 더 이상 정량적인 방법으로는 평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점이었습니다.


과거의 평가는 분류를 세분화하고 난이도를 조절해 각 분야별로 더 공부를 체계적이고 열심히 한 아이들을 가려내 등수를 부여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뀐 제도에서는 그 등수가 의미 없게 됩니다.


기존의 1등급은 상위 10% 이내라면 바뀐 제도에서의 1등급은 상위 20% 이내의 학생들로 더 이상 내신으로는 정밀한 학업적 성취도를 가늠할 수 없게 됐습니다.


수능에서도 기존에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더 매진하게 했던 이유가 해당 분야에 더 특화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이 중요한 진로에서는 수학을 선택하고, 과학이 중요한 진로에서는 과학을 선택하게 해 그 수학을, 그 과학을 얼마나 열심히 해 이해도를 높였는지를 판단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따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내신도 수능도 변별력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변별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을까요?


맥락 없이 공부만 열심히만 한 사람은 필요치 않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시험의 성적보다는 그 아이의 학교생활이 어떠했는지가 더 중요해질 거라고 하더군요.

교우관계와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 학교생활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등등입니다.

물론 이것을 평가하는 사람은 교사겠죠. 이를 통해 교권이 회복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실제 입시에서도 성적보다는 대면 인터뷰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 입을 모읍니다.

무조건 성적 높은 사람보다는 이 전공에 얼마큼의 애정이 있고 기반지식이 있으며 이것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 그 맥락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죠.


아마도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이 하루가 다르고, 그 사용되는 분야도 시시각각 넓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저 해당 분야의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지시하는 것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존재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은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맥락을 알고, 왜 해야 하는지 이유와 목적을 아는 것이 로봇과 인공지능과 비교해 존재해야 할 이유이고 차별점이 된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그동안의 정량적인 방법으로 평가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정성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이런 내용들이 마케팅과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마케팅, 특히나 광고의 변화 과정은 과거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시기에서 현재는 데이터가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도 수치로 입증하고 증명하는 방법으로 어필을 해 왔고요.

이처럼 마케팅 전반적으로도, 광고라는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데이터와 수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부족함은 역설적이게도 수치적으로 부족함이 없는데서 오는 부족함입니다.


어떤 서비스도 수치적으로 완벽을 입증하지 못하는 서비스가 없습니다.

어떤 제품도 수치적으로 품질을 입증하지 못하는 제품이 없습니다.

산업이 고도화되면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의 질은 상향평준화가 됐습니다.

사실 무엇을 선택하던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즉 더 이상 정량적인 방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증명하는 것은 기본이지 핵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더 어필해 우리의 제품을, 우리의 서비스를 선택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량적인 방법만으로는 어렵다면 어떤 정성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것입니다.


저는 스토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돈 벌기 위해 이일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이 일을 왜 하는지, 왜 이런 제품을 만들게 됐는지에 대한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라는 것이죠.

그 스토리의 진정성에 따라 그 제품이, 그 서비스가 더 좋아 보이거나 더 믿을만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것이고, 결국 잠재고객들의 선택을 만들어 내겠죠.


최근에 한 병원 원장님이 요청을 하셨습니다.

환갑을 바라보시는 분이신데, 앞으로 10년은 더 일해야 할것같은데 병원 홍보를 위해 유튜브를 해보려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하시더군요.

먼저 원장님의 캐릭터를 잡으라 말씀드렸습니다.

병원의 유튜브라는 것이 대부분 시술의 Befor, After를 보여주기 일색이고 그렇게 실력을 입증하는 영상이 너무 많아 오히려 어느 병원을 선택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 똑같은 형식의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인간미 넘치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라고 조언을 드렸습니다.

그런 느낌이 나도록 도입부와 마무리의 스크립트도 작성해 드렸고요.

이병원이 괜찮은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분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데…’라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 부분에서 실력도, 가격에 대한 부분도 신뢰가 생길 수 있을 거라 판단을 한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홍보를 마케팅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고도의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 성장의 이면엔 치열한 경쟁이 있었고요.

그리고 이제는 경쟁은 하는데 누구와 무엇으로 경쟁을 하는지도 모를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제는 다른 가치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동안 잘하려고 노력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잊고 있었던 인간미를 어필해야 할 때입니다.

내가 왜 이일을 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이 제품을 만들었는지 사람들이 귀 기울일만한, 공감할만한 내 이야기를 꺼내 놓으세요.

분명 굉장히 파워풀한 마케팅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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