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레)
5월의 어느 날 엄마로부터 카톡이 왔다.
"히말라야 트레킹 가는데 좀 알아봐 줘..."
혜초여행사라는 곳의 링크를 보내오셨고, 들어가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익숙한 도시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레(Leh)"
그리고 바로 답 톡을 줬다.
"엄마 거기 엄청 힘들어... 해발고도가 3500m가 넘어. 안 가시는 게 좋겠어"
엄마는 죽기 전에 갈 수 있을 때 갈 거라고 말씀하셨고, 한 마디 답장이 왔다.
"같이 갈래?"
잠시 고민을 했고 결국 같이 가기로 했다.
'레'라는 도시는 2004년 7-8월 인도 35일 배낭여행 중 일주일 간 있었던 곳이다. 모든 기억이 다 나지는 않지만, 고산병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 힘들었던 곳이고, 내려올 때는 같은 버스에 탄 백인 여성이 소리를 고레 고레 지르며 살려달라고 했을 정도로 무서운 고산병이 걸리는 도시이다.
그리고 우리는 농담처럼 말했다. 고산병은 부자들만 걸리는 병이라고.. 돈 없는 배낭 여행객은 고불고불한 낭떠러지가 있는 도로를 20시간 넘게 1박 2일로 해발 5000m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며 올라가서 고소가 약간 적응되어 올라가서 고산병 증세가 덜했는데, 배낭여행객 입장에서 부자들은 바로 비행기로 해발 3505m에 내리니 100% 고소증세가 와서 그렇게 불렀다.
프로젝트로 바빴던 6월, 7월은 금방 흘러갔고, 히말라야의 8월이 어느덧 다가왔다.
아침 일찍 인천공항에서 나를 포함한 16명의 트레커들과 1명의 가이드분이 만났다.
나만 빼고 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3명의 여성. 14명의 남성.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의사 3명(한 명은 등산하다가 어깨 쪽 뼈가 부러 저 철심을 박고 오셨다. 그리고 어디 대학병원장...), 세무사 2명, 농협 이사, 어디 대표 등등, 1월 허리 수술하신 분( 그런데 여길왜??) 등등... 왜 힘든 곳을 이렇게 찾아가는 것도 궁금했고, 다쳐도 죽지는 않겠구나라고 느끼긴 했다.
미니와인과 맥주 한 캔 때문인지 8시간의 비행은 금방 흘러갔다. 인도 델리 공항에 내렸으며, 한국과 비슷하게 후덥지근했다. 인도는 4번째, 35일간 여행, 6개월간 어학연수?, 14일간 출장, 그리고 이번은 7일간 여행?으로 4년 만에 재방문이라 낯설지만 낯설지는 않았다. 우리들은 바로 공항 근처 숙소로 이동했고, 저녁을 먹고 다음날 레로 가는 새벽 비행을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아침 일찍 델리 공항으로 이동했고, 우리는 레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늘에서 원형 무지개도 보고 기분 좋게 시작하는 줄로만 알았다. 창밖으로 나타나는 레. 산에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가 보이지 않는 동네이다. 18년 만에 재방문이라니. 다시 올 줄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다.
우리들은 짐을 풀고 잠시 쉰다음, 오후에 반나절 레 관광을 했다. 사원과 오래전 왕궁. 날씨는 뜨겁고, 고산병 증상 때문에 사원과 궁에 올라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었고, 숨도 찼다.
저녁에는 인도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에 가서 한식 아닌 한식을 간단하게 먹고 다음날 트레킹을 위해 일찍 몸을 뉘었다.
어머니가 어제부터 고산병 증상 때문에 고생을 하셨고, 약을 먹고 해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고, 새벽 3-4시에는 너무 머리가 아파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셨다. 2017년 뇌동맥류 시술을 받으셔서 걱정되어서 새벽에 돌아가는 방법을 일단 찾아보고, 가이드에게도 일단 카톡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남겼다.
일단 새벽 6시가 넘어서 어머니는 일단 다시 올라가신다고 말씀하셨다.
9시에 우리들은 호텔 로비에서 출발을 했다.
소렌토급의 차를 타고 약 2시간 넘게 달리고 달렸고, 계곡 입구에서부터의 중간중간에는 배낭을 메고 트레킹 중인 외국인들이 드문 드문 보였다. 그리고 출발지인 스키우(3,380m) 히말라야 마카벨리 한가운데 도착을 했다.
22마리의 말, 3명의 가이드, 5명의 헬퍼 및 요리사, 3명의 마부가 미리 있었다. 그리고 3박 4일을 책임지는 식량 등 물자들까지.
도착하자마자 우리들은 트레킹에 필요함 짐을 챙기고 물 1L 한통과 도시락을 보급받고 바로 출발했다. 첫날은 고소 적응을 위해 3,380m 에서 출발을 하고 오래 걷지 않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첫 트레킹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다니....'
"출발"과 동시에 첫 번째 이탈자 발생.
물갈이를 하신 덩치 좋은 분이 첫 말을 타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중간에는 낙마도 한 번하시고 ㅠㅠ
계곡으로는 물이 흘러서 드문드문 나무가 있었지만, 건조한 땅 그 자체였다. 1시간 30분간 걷다 보니 12시 40분, 점심시간이 다가왔고, 점심 먹는 곳에 도착했다.
참기름, 참치, 김으로 만든 주먹밥은 꿀맛이었다. 우걱우걱 다 먹어치우고, 13시 05분, 우리는 숙박지인 해발 3,739m인 함루자로 이동을 시작했다.
또 계곡을 열심히 걷다 보니, 우리의 짐을 실은 말과 나귀들이 우리 옆을 지나간다.
잉? 1시간을 걷다보니 2시 5분에 오늘 숙박지 함루자, SARA-PA에 도착을 했다.
원래는 헬퍼들이 우리 텐트까지 쳐주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우리들이 일단 오늘 숙박할 텐트를 스스로 쳤다.
저녁 시간은 18시... 티 타임은 16시. 뭘 하나... 인터넷도 안되고, 첫날이라 피곤하지도 않아서, 시간이 지루했다.
숙박지 주변에는 보리? 밀? 인지 모를게 이쁘게 심어져 있었고, 다른 외국인들도 캠핑 사이트에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말들도 힘들었는지 누워서 편히 쉬는 말도 있었고...
어느덧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왔고, 우리는 이런 곳에서 저녁으로 한식을 먹을 수 있었다.
"멍멍..." "낑낑..." 밤새 개가 울어댔다. 제대로 잠을 들 수가 없게 말이다.
밤새 낑낑되는 개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일어나서 개를 확인하러 가니, 가시덤불 바로 옆에 개가 바짝 묶여 있다. 이러니 개가 울 수밖에 ㅠㅠ 어제 먹다 남은 Life is an egg 삶은 달걀을 주니 잘 먹는다.
우리들은 6시 30분에 아침으로 간단하게 된장국과 스팸, 달걀, 그리고 김을 먹었다. 이게 무슨 호사인가!
또 7시에 출발 준비를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똑같다. 걷고 걷고 쉬고. 어머니를 챙긴다고 엄마 뒤를 열심히 걸어갔다. 내 페이스에 맞지 않고, 2명분의 물과 음식이 있으니 어깨는 더 무겁고 더 힘들었다.
하늘은 끝내주게 이쁘긴 하다.
라다크 쪽은 티베트 불교가 대부분이어서 중간중간 사원과 옴마니 반메 훔이 적힌 돌 그리고 5색 깃발을 자주 볼 수 있다. 100루피를 기도를 하고 시주를 하고 왔다.
중간에 중학교가 나와서 걷고 있는데, 사람이 빤히 밖을 쳐다보면서 인사를 한다. "쥴레"
멈춰서 학교로 가니 2명의 학생과 1명의 선생님이 있다. 우리들은 기부금을 100-1000루피씩 자유롭게 걷어서 기부를 하고 또 떠난다.
신기하게 물 근처에는 나무, 밀밭이 있고, 집이 있다.
중간에 꽤 넓은 천이 나왔다. 가이드들과 외국인 남성들이 힘을 합쳐서 나무다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건너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걷는다......
저 꼭대기에 왜 집이 있는 거지...
이때부턴 몇명의 힘든사람이 또 발생하여서 말을 타고 가시는 분들이 또 생겼다. 평지 같아 안 힘들어 보이지만, 해발 고도가 높아 산소가 적어, 정말 한걸음 한걸음이 힘들다.
그리고 15시 13분 2번째 야영지인 해발 3980m 한카(LAYLAK-PA)에 도착했다.
이 때부턴 산소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청색증? 이 손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행하게도 나에게는 아직까지는 특별한 고산 증상은 없었다.
저녁은 또 푸짐하게 한식이 나왔다. 살이 찔 것 같은 이 기분...
개 짖는 소리와 말의 딸랑 소리를 들으면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헬퍼들이 주는 차로 아침을 맞이 한다.
마시고, 먹고, 싸고, 걷고, 자고, 짖고...
오늘은 니말링 4,730m 사이트로 이동하는 날이다, 첫날, 둘째 날은 고산 적응을 위해서 높이를 거의 안 높여서 그렇게 힘든 것은 없었는데, 오늘은 750m 정도 고도를 높인다.
출발하자마자 바짝 올라간다. 헉헉. 앞에 가시는 분의 배낭을 밀어드리니 더 힘들다. 그리고 또 평지가 나온다.
걷고 걷다 보니 2개의 호수가 있는 곳에 올라왔고 여기서 쉬면서 점심을 먹었다. 무거운 과일, 감자는 말의 먹이로 줘 버렸다. 뒤로는 6400m 킹야체 설산이 보인다.
점심을 먹고 또 걷고 걷는다. 그리고 드 넓은 초원에 다음 야영지가 보인다. 여기가 해발 4730m 라니 ㅋㅋ
바닥은 물을 흠뻑 먹은 잔디가 있고, 주변 곳곳에는 소똥, 말똥이 있다.
이때부터 고산 증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속은 불편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깻잎까지 준비했지만, 3 잎 정도를 밥에 싸 먹었지만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밤을 기념하는 케이크를 주방장이 만들어주었다. 이걸로 저녁을 때웠다.
고산병 약과 타이레놀을 먹으니 조금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조그만 움직여도 힘들었고, 기온 또한 5도 이하로 떨어져서 많이 추웠다.
밤새 또 개 짖는 소리와 추위로 인해 제대로 잠에 들지 못했다.
오늘은 다른 날 보다 30분 일찍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고상병 약을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시작한다. 정말 하늘은 이쁘다.
아침으로는 된장국과 각종 반찬들이 마지막 날을 알리며 총출동했다. 고산병 증상으로 입맛이 없었지만, 어제 제대로 못 먹은 탓인지 약을 먹어서 조금 괜찮아진 탓인지 모르겠지만,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후루룩 한 그릇을 먹었다.
그리고 넓은 천을 건너며 이제 마지막 5150m 콩마루 라 패스를 향해 걸으며 올라갔다. 경사가 급해서 또 어르신 한 분의 배낭을 밀어주었다. 헉헉.
뒤로는 어젯밤 머물렀던 텐트들이 작게 보인다.
그리고 평지를 조금 걷다 보니 이제 마지막 고지가 눈앞에 다가왔다.
근 5000m가 되다 보니 한걸음 한걸음 숨이 찬다. 41분을 올라가니 정상! 8시 48분. 잠시 뒤에 올라온 서양 여자는 8시에 출발을 했다나..??
또 5색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다른 분들은 수십 분 이후에나 올라오셨다. 그리고 단체샷을 찍고 이제 긴긴 하산. 9시 48분.
걷고 또 걷고 또 걷는다. 정말 지겨운 하산길.
1시 55분쯤. 촉도라는 마을에 도착했을 했다. 나머지분들은 3시 40분쯤 되어야 마지막 분들이 도착을 했고,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아무도 안 다쳤다. 다행이다.
저녁으로 티베트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주변에 사람들 중 몇 명은 트레킹 중에 만난 외국인들...
아침 일찍 한국으로 돌아가 기기 위해 레에서 델리행 비행을 하고,
오후에는 '궁'이라는 한국음식점에서 삼겹살, 파전, 김치찌개, 오징어 볶음을 먹고 박물관에 가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인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하였다.
또다시 긴 비행.
한국에 도착하니 역시나 빠른 인터넷.
한국이 최고다. 집 떠나면 개고생.
그런데 왜 살이 쪄왔을 가... ㅋㅋㅋㅋㅋㅋ
아무도 안 다치고 엄마와 잘 다녀왔다. (혐짤 주의)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