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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Jun 21. 2024

BAIT, 취향은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브컬처로 합치는 일본과 미국의 서브컬처.


베이트의 접근법은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한 슈프림과 닮아 있다. 1990년대 슈프림의 창업자 제임스 제비야는 당시 스케이트보드 의류 브랜드의 품질 저하를 지적하며 좋은 품질의 의류 제작에 나섰다. 그는 뉴욕의 스케이트보드 마니아와 서브컬처 애호가들을 위한 아지트를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슈프림이다.

슈프림은 초창기부터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스케이트보드 데크를 선보였다. 유명 아티스트들과 작업하기도 했지만, 그들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대중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과의 작업 또한 중요하게 여겼다. 제비야가 신경 쓴 것은 거리 문화가 지닌 '평등함'이었다. 그는 슈프림 제품을 통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것을 기대했다. 오히려 "야! 이거 멋지다"와 같은 길거리의 생생한 반응에 주목했다. 제품 그 자체보다는 제품이 불러일으키는 경험과 감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제비야는 언제나 슈프림의 기반이 되는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의 관심사는 언제나 거리의 젊은이들과 그들의 문화였다. 동시에 균형 잡힌 접근을 고민했다. 유명 아티스트와 그렇지 않은 이들을 가리지 않고 고루 작업했다. 제비야는 "슈프림이 유명 아티스트와만 비싼 제품을 만든다"는 인상을 싫어했다. 그것은 본래 스트리트 브랜드인 슈프림의 정체성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이트는 주술회전, 토이스토리 같은 유명애니메이션부터 마니아층이 강한 애니메이션까지 모두 다룬다

베이트 역시 이런 슈프림의 철학을 반영한다. 베이트는 유명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지 않는다. 주술회전 같은 최신작부터 알려지지 않은 옛날 작품까지 아우른다. 베어브릭, 건담 등 마니아층을 확고히 구축한 제품들과 더불어, 스타워즈, 피너츠 등 대중적인 작품들도 균형 있게 다룬다. 이러한 베이트의 전략은 매장 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만든다.  이런 점에서 베이트 또한 슈프림과 맥을 같이한다.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하되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문화 향유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협업을 통해 탄생한 제품들로 사람들의 자유로운 표현과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베이트만의 고유한 길이 엿보인다.


도쿄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서울과 도쿄는 변화의 속도가 사뭇 다르다. 서울은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다양성이 혼재되어 발전하고 있다. 반면에 도쿄는 점진적인 속도로 도시를 개발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였다. 폭발적인 공간과 트렌드가 넘치는 서울에 비해, 도쿄가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이 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지 두 도시는 각자만의 속도로 변화에 적응하고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베이틑 애니메이션은 일본을 강조하고, 의류는 미국스타일을 강조한다. 동시에 디 두 가지를 섞는다

미국에서 넘어온 편집샵인 베이트는 도쿄브랜드와 도쿄라는 도시의 속도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베이트의 기획이 LA보다 도쿄에서 한층 더  힘을 받는 이유는 일본 서브컬처 때문이다. 도쿄를 비롯한 일본 사회에 단단히 자리 잡은 다양한 서브컬처 취향들이 일본사람들로부터 소비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단단한 바탕이 베이트가 미국과 일본의 서브컬처취향과 브랜드를 연결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 베이트는 이 토양 위에서 자라나 미국과 일본의 서브컬처를 자유롭게 오가며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취향은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반.

서울과 도쿄 모두에서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누구보다 시간을 가치 있게 활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도쿄에서도 두드러진다. '시간효율성'을 뜻하는 '타이파'와 '가격효율성'을 의미하는 '코스파'가 트렌드 단어가 되었다. 나아가 이 두 개념을 합친 '시간과 가격 효율성'을 추구하는 '스페파(공간효율성)'까지 등장했다. 2024년에는 월파(건강효율성)다. 이렇듯 단어 자체가 트렌드가 된 것은 사람들이 '가치 있는 시간' 보내기를 그만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형식을 벗어나 실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이런 경향은 서울과 도쿄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대의 가치를 이끌어내려는 현대인들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지금은 경험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된 시대다. 이제 시간과 공간, 비용의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양 도시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형식을 넘어선 실질적인 가치 추구가 현대 대도시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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