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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10. 2024

미나 페르호넨 엘라바 1, 공간은 관점의 시작이다.

미나 페르호넨은 '패션과 삶의 디자인에는 경계가 없다'라는 신념을 가진 일본의 감각적인 패션 브랜드다. 옷과 텍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2019년 2월에는 도쿄 바쿠로초에 "minä perhonen elävä 1"이라는 식료품 가게를 오픈했다. 패션 브랜드가 식료품 가게를? 처음에는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미나 페르호넨의 철학을 생각해보면, 옷만큼 삶과 밀접한 식재료를 다루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미나 페르호넨 엘레바'에서 '엘레바'는 핀란드어로 '생활'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만큼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을 설명하는 단어도 없기 때문이다. 미나 페르호넨을 만든 미나카와 아키라는 '엘레바'라는 단어의 뜻을 공간에 고스란히 반영하기 위해 '엘레바 1'을 많이 장식하지 않았다. 바닥흠도 그대로 살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공간의 맛을 살리고자 했다.


작고 작은 '엘레바 1'은 생각보다 볼 게 없다. 그렇지만 조용한 분위기와 빛이 내려찌는 그릇과 화분을 보다보면 '아름다움을 찾는 안목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멋진 편집샵은 많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만드는 편집샵은 귀하다. 특히 '엘레바 1'같이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를 세심하게 전시한 공간은 찾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곳에 머물다보면, 이곳이 '일상생활에서 오랫동안 소중히 사랑할 수 있는 제품과 세심한 제작을 하는 작가들과 만나는 장소를 콘셉트'로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미나 페르호넨 엘라바 1은 단순한 식료품 가게를 넘어 일상에 아름다움을 불어넣는 특별한 공간이다. 엄선된 식재료와 도기, 그리고 독특한 예술 작품들이 어우러져 마치 상점과 갤러리가 조화를 이루는 듯한 분위기다. 1층에는 산지 직송 유기농 채소와 과일, 내추럴 와인, 조미료, 통조림, 건어물, 구워진 과자 등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하다. Ome Farm의 유기농 채소, 후쿠다 상점의 말린 고구마, 하코크래프트 콜라 등 품질과 맛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선정된 제품들이 일상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나는 하코 크래프트 콜라키트를 구매했다. 직원분은 설탕 1킬로에 설명서를 참고해서 콜라시럽을 만들고 탄산수에 타먹으라고 하나씩 과정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2층에는 시판 도기와 작가들이 직접 만든 도기를 함께 판매하는데, 나무와 도기를 포함한 독특한 예술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어 마치 갤러리를 방문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주기적으로 작가들의 협업 작품도 전시되어 새로운 감성을 자극하며,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하고 있다.

엘레바 1이 위치한 바쿠로초는 예전부터 섬유 거리로 알려져 있었다. 최근에는 예술지역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나 페르호넨이 바쿠로초를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이는 미나 페르호넨의 패션과 예술을 아우르는 철학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처럼 미나 페르호넨 엘라바 1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각을 깨우는 특별한 경험을 전하는데 집중한다. 패션, 식료품, 예술을 아우르는 이 공간은 미나 페르호넨의 '삶과 디자인의 경계 없음'이라는 철학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만연한 시대. 엘레바 1은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품질, 역사, 스토리, 디자인까지 꼼꼼하게 검토하여 선보인 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오랜 시간 쌓아온 깊은 우정처럼, 작지만 강한 브랜드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공감하며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이러한 면모를 알 수 있는 것이 손글씨를 통한 상품소개다. '엘레바 1'은 제품 한개한개마다 손글씨로 상품을 소개한다. 상품소개 하나하나마다 단순한 제품 설명을 넘어,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다. 그 안에는 마치 친구가 좋아하는 물건을 소개하는 듯한 따뜻한 목소리가 느껴지며,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내가 엘레바를 방문한 날에는 공간을 메우는 음악이 참 좋았다. 날도 좋았다. 작은 공간이지만 한참을 머물렀다. 통 창 안으로 들어오는 봄 햇살은 무척 따스했다. 따스한 빛은 공간 곳곳을 어른거리며 비추고 있었다. 쇼룸, 식료품점, 편집샵을 겸비한 공간은 경계를 구분 짓지 않았다. 그 무엇보다 미나 테르호넨의 결이 공간에 녹아 있었다.


단순히 가구를 배치하고, 멋진 조명을 걸어놓는다고 해서 그곳이 좋은 공간이 된다고 할 수 없다. 공간을 둘러싼 정서를 공간과 함께 숨 쉬게 해야 공간이 색깔을 갖는다. 즉, 아름다움을 찾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도쿄 편집샵은 이러한 심미안에 기반해 서로 다른 취향이나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섞어가면서 자신만의 특정한 스타일과 취향을 표현한 공간들이 많다.

여기서 주목할 건 '심미안'이다. 심미안의 사전적 정의는 '아름다움을 살펴 찾는 안목'이다. 누군가는 심미안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한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아름다움을 살펴 찾는 일, '그 자체'가 끊임없는 고민과 보는 일에서 시작한다. 어떤 면에서 과거 미술이 하던 일들,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안목'을 전하는 일들을 이제 '브랜드'가 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브랜드는 이전보다 더 공간과 제품을 통해 사람들의 안목을 이끌고 있다.


'무엇이 아름다운가?'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도쿄 편집샵들이 특정한 스타일이 있다고 해도 그건 그 편집샵들의 톤 앤 매너들이다. 오히려 도쿄편집샵에서 자신에게 와닿는 게 전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와닿는 게 없었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아름다움'도 느끼지 못한 것이 '아름다움을 모른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내 관점과 맞지 않아'라고 이야기하면서, 보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수도 있다. '아니다'를 알기에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게 되는 것이다.

즉, 라이프스타일은 자신만의 감각, 심미안을 기르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엘레바 1과 같은 공간은 이러한 개인의 심미안 발견과 라이프스타일 형성에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이 주는 가치, 그것은 바로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개인의 취향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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