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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 Feb 01. 2019

따뜻하고 가슴 아린 보랏빛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환상의 공간,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임시 안식처인 모텔촌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런 모텔 중 하나인 '매직캐슬'에 살고 있는 모녀 핼리와 무니, 그리고 이웃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영화가 <플로리다 프로젝트>이다. 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영화평 중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것은 "처연하도록 아름답게 심장을 파고드는 영화"라는 말이었다. 정말 객관적으로 놓고 보자면 매직캐슬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홈리스 가족들의 삶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밝아질 것 같지 않은 쓸쓸한 모습이다. 핼리 역시 하나뿐인 딸 무니와 어떻게든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어둡다고 할 수만은 없다. 아름다운 영상미도 한몫을 하지만, 주변의 상황이나 본인들이 처한 처지에 상관없이 너무나 해맑고 장난스러운 아이들의 역할이 크다. 사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아이들의 모습이 마냔 예쁘고 순수하지는 않다. 이웃의 차에 침을 뱉고, 어른에게도 심한 말을 서슴지 않는 조금은 충격적일 수도 있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핼리의 딸, 무니는 약간은 애어른 같은 모습을, 그리고 어린아이답지 않게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무니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매력에 빠져들어서 정이 들게 된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의 거친 말이나 행동들은 주변의 환경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고 받아들인 것일 뿐이다. 그 내면에는 역시나 어리고 순수한 모습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를 통해서 션 베이커 감독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예전부터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담담하게 잘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확실히 <플로리다 프로젝트> 역시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만은 없는 영화이다. 너무나도 예쁜 보랏빛 페인트가 칠해진 매직캐슬 모텔, 아름다운 영상미, 밝은 아이들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무니의 엄마인 '핼리' 캐릭터가 참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아이들 앞에서도 욕설을 숨기지 않고, 불법적인 행동에 멋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아마 듣기만 해도 "엄마로서는 최악인데?"라고 생각이 들만하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마지막이 되어서는 "과연 핼리가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핼리는 딸 무니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본다.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보려고도 하고, 그게 잘 안되자 보조금 지원센터에도 찾아가 보지만 직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향수와 같은 물건들을 싸게 대량 구매해서 길거리 불법 판매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에는 좋지 못한 어두운 길로 들어서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무니가 길거리에 내앉거나 굶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핼리는 항상 무니의 시선에 맞춰 대화를 하고 무니의 크고 작은 장난에도 먼저 무니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힘들고 지치는 상황에서도 딸과 대화를 할 때만큼은 다정함이 묻어났다. 그래서 영화의 끝부분으로 갈수록 안타깝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적어도 핼리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만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따뜻하고 가슴 아린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멋진 액션과 CG가 넘치는 영화들도 즐겁고 좋지만, 이렇게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하는 메시지가 담긴 영화들도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쓰러진 나무 위에서 무니와 젠시가 나누는 대화)

무니 : 있잖아, 내가 왜 이 나무를 제일 좋아하는지 알아?

젠시 : 왜?

무니 : 쓰러졌는데도 계속 자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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