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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피 Jul 30. 2022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불특정 다수를 나는 어떻게 대할까?



대학생 때까지는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했던 것 같은데 사회에 나와서 보니 생각보다 친절한 사람들이 적다고 느낀다. 취업 전까지는 시험, 입시, 취업 같은 것들이 대단한 경쟁이라고 생각하고 나름 고민도 했던 것 같은데 사회가 더 크고 경쟁이 심한 장이었다.


내가 느낀 학생 이후 사회인의 삶은 학생 때의 경쟁보다는 더 범위가 큰 생존을 위한 삶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한테 때로는 멀리 있으면서 때로는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 친절함을 베푸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불특정 다수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은 매우 적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노력이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한 번 마주치고 보지 않을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강남 한방 병원에 종종 가는데,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이 자리에 서서 환자인 나를 맞이해주신다. 차트를 확인하고 내 이름을 굳이 불러주면서 "oo님~ 어서 오세요~ 좀 괜찮으셨어요?" 하신다. 나는 그런 의사 선생님을 처음 봤다.



인사까지는 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자리에 서서 인사해주시는 선생님은 난생처음 봤다. 그리고 매번 문을 나설 때도 문 앞까지 오셔서 이따 침 맞을 때 보자고 배웅해주신다.



물론 매뉴얼화된 병원의 지침일 수도 있고, 그 선생님만의 환자를 대하는 방식일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밝게 인사하고, 상대의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 같다. 나도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



선생님은 그로 인해 더 친절한 고객들을 받게 되고, 그 선생님을 선호하는 환자들이 생겨서 병원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향력은 곧 기회와 돈을 의미하니 아마 본인이 그리는 꿈을 더 이른 시기에 맞이할 것 같다. (지금도 충분히 꿈을 이루셨지만 인간은 현재보다 더 좋은 걸 그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처럼 적었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예약을 해도 항상 기다린다. 그 선생님 좌우로 다른 선생님들 진료실도 있는데 나를 담당해주시는 선생님 예약 줄이 제일 길다. 항상 제시간에 가도 내 앞에 3명은 대기하고 있는 것 같다.



선생님은 침을 놓아주실 때도 아프진 않냐, 좀 괜찮냐 물으며 확인하신다. 그리고 침 다 놓고 헤어질 때는 "남은 한 주도 잘 보내고 오세요~" 하신다.



뭔가 매뉴얼화돼있기는 해서 어쩔 땐 재밌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불특정 다수에게 한결같은 친절을 베푸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 선생님은 앞으로도 더 잘 되실 것 같다. 진료받고 침 맞는 시간은 짧지만 갈 때마다 본받을 점이 많다고 느낀다.



그래서 침 맞을 때 엎드려있어서 말하기 힘든데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드린다. 말하기 힘드니 풍선 빠진 염소 소리가 난다.



한결같고, 일상에서 노력하고, 다정한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번에는 엄지발가락이 좀 휘는 것 같다고 작은 신발 신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 (so 따스,,) 진료받는 부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 감사했다.



나도 불특정 다수에게 친절과 다정을 베풀고 주는 사람, 기버가 되고 싶다.   노력해야겠다.  낫게 되면 뭐라도 드리고 싶다. 근데 이게 나만 그런 마음일까?



진료비도 비싸고 강남 중년 분들이 많이 오시는 곳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받을 기회는 더 많을 것이다.



아무튼 치료 끝나면 작은 거라도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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