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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다정함 Oct 27. 2023

나는야 불쌍한 예술가

이 소리는 이제 그만

징징거리는 게 내 특기다. 어렵지 않게 자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나는 늘 불평거리를 찾아낸다. 


우리 집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불평이 조금은 줄었다. 진짜 힘든 일에는 불평조차 짐으로 느껴진다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그냥 입을 닫고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들을 찾아 했다. 부모님한테 더 이상 돈 달라는 소리를 할 수 없게 되자 (성인이 된 어른으로서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내가 이렇게 자랐다) 밥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은 내가 스스로! 벌어야 했고 고정 수입을 만들면서 남는 시간에 예술을 해야 했다. 예술보다 돈이 우선이 되자 시간이 없게 느껴졌고, 쫓기는 마음에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때로는 서러워서 다 때려치울까 엉엉 울었다. 그러다 예술가들은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다 불평해 댔다. 지원금이 부족하다, 맨날 경쟁이다 등등. 


사실 경쟁이 싫었던 게 아니라 내가 선택받지 못한 게 싫었던 거다. 지원금 역시 내가 받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받아서 배가 아팠던 거다. 어린 시절 엘리트 사교육을 받고 자란 내가 할 소리는 아닌 듯 하지만, 그래도 정말 정부에서 한 달에 군말 없이 백만 원, 오십만 원이라도 주면 좋겠다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예술인이라고 특혜를 왜 받아야 하나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심지어 나는 대부분의 예술을 혐오하는 지경에 이른, 반미술적 성향이 강한 미술인이다. 이런 나에게 정부가 돈을 주는 것도 옳지 않은 듯하다. 아니면, 미술계의 다양성을 위해 나에게도 돈을 주는 게 옳나? 이런 답 없는 질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돈은 아무 데서도 안 준다!!! 가 현재의 답이다. 


이제는 그만 닥치고 예술을 하려 한다. 아니 적어도 내 신세타령은 그만하려고 한다. 고정 수입이 없이 부모님의 신용카드를 긁는 작가들이 주변에 수두룩하다. 그들을 비판하는 건 아니고,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사는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이상한 건, 그런 사람들이 가장 신세타령을 많이 한다. 그야말로 고통받는 예술가다. 농담이 아니라, 그들은 진짜 고통받고 있다. 근데 조금은 그 이야기들이 지겨워진다. 


누구에게나 힘든 인생이지만, 내가 사는 런던에서도 상대적으로 빈곤층인 노동자 계층 사람들에게서 더 따뜻한 마음, 인생의 지혜를 얻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삶을 이해하고 있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대신, 그 삶의 한 부분을 너그럽게 나누어 주곤 한다. (물론, 다 케바케지만.) 


모두의 인생이 고통이다. 징징대는 시간에 예술이나 비예술을 하자. 군말 말고 지원금 신청서를 쓰자. 


덧붙임: 지금 한국 국가 지원서 신청 기간이라서 불평이 많아졌다. 진짜 군말 말고 지원금 신청서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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