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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다정함 Oct 26. 2023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그 평범한 마음

"한 번 차분한 마음으로 들여다봐. 너는 왜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인지."


엄마가 한 말이다. 내가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라는 대화를 하다가 하게 된 말인데,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못한다. 깊이 들여다보는 행위는 물론 중요하나, 그렇게 들여다본다고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이유를 찾을 수는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욕심은 많았고 남들보다 잘나고 싶었다. 분명 한국의 강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환경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서울대에 간 사람을 우러러보는 태도 및 분위기에 익숙해져 살았다. 서울대 및 그 외 몇 대학을 가지 못한 사람들은 한심한 사람들이었다. 모든 사람들 동등하게 대우해 주는 것 따위, 지금도 없는데 그때는 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고 반항기가 많았다. 나는 남들과는 달라! 식의 태도가 있었고 그 태도가 어쩌면 미술의 길을 가게 했는지 모른다. 그 길의 대부분은 하루 10시간에 달하는 입시 미술이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나의 10대는 집, 화실, 집 화실이었다. 그림 평가 시간이 되어 그린 그림들이 바닥에 깔려있으면 선생님의 손에 들린 마커가 어서 내 그림 쪽으로 다가가 A를 써주기를 바랐다. A+가 써지는 날이면 볼이 발그레, 웃음을 숨길 수 없었고, B-를 받는 날이면 풀이 죽었다. 


남들과는 다르게, 특별해지고 싶다는 마음은 점차 약해져 갔다. 욕심의 근원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특별해지는 것이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였을까? 욕심의 근원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였다. 잘했다, 넌 특별하다, 칭찬받고 싶었다. 하지만 점차 나는 그 칭찬에 목메어 특별해져가지 않는 나를 발견했고, 나는 내가 생겨먹은 대로 그 상태로 있는 것이 특별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특별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특별했다. 


되려 평범함에서 행복을 찾게도 된다. 일상의 순간들이 특별해지고 더 큰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보다는 지금 이 상태에 느끼는 평온함 속에 있고 싶다. 


그래도 엄마는 여전히 나를 보고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다 한다. 아직도 남들의 칭찬이 고플 때가 많은 게 사실이다. 갈길이 멀다. 아니, 하루하루 그저 나로서 살아가면 된다.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고 예전에는 화를 냈던 내가, 이제는 껄껄껄 하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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