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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다정함 Aug 07. 2023

한국 사회 안에서의 마약

병들었기에 더 쉽게 병드는 사람들

유아인이 프로포폴, 코카인, 대마초 등의 마약 복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한국은 유명인, 소위 공인이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엄격한 편이다. 영국에서 사실 대마초 정도의 약물은 경찰도 단속하지 않고 유럽과 미주 국가들에서 다양한 종류의 마약은 비범죄화되고 있다. 마약을 긍정하거나 나아가 합법화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마약이라는 호칭으로 모든 종류의 약물을 해로운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유아인을 향해 쏟아지는 댓글을 보면서 이 수많은 사람들의 잣대가 이미 유아인을 힘들게 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의 삶은 나름의 이유로, 혹은 단지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힘들 때가 많고, '해야 하는 것들' 혹은 '보여야 하는 것들' 때문에 병들곤 한다. 술처럼 마약도 그 순간의 괴로움을 잊기에 좋은 수단이었을 것이다. '취한다는 것'은 마약이나 술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지 않을까? 술은 대마초나 코카인 등에 비해 중독 위험이 높은 약물이라고 보는 입장도 다분하다.


마이클 폴란의 마음의 바꾸는 방법(넷플릭스 시리즈로도 만들어져 있다)에 보면 LSD와 실로시빈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약물들은 코카인과 케타민과는 달리 환각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약물로서, 오히려 마음과 정신의 치유, 그리고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소위 히피문화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를 지나고 나서 이러한 약물은 불법화되었고, 그에 따라 활발히 진행되던 연구들도 중단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차 모든 종류의 불법화된 약물은 '마약'이 되고 제약 회사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위험성 약물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다. 


영국이나 많은 나라에서도 마약 중독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한국도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기에, 마약을 단지 단속의 대상이 아닌 마약을 하게 되는 이유들을 대해 문제 해결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작년 이태원 참사 당시에 마약 부검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참담하다. 마약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해 버리고 개인 한 명 한 명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을 넘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잘못이라며 덮어버리려고 했던 것이다. 


장발장의 이야기처럼, 한 사람이 어떠한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의 이유는 단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경우가 많다. 유아인이라는 한 사람의 몰락을 수많은 매체를 통해 재생산하면서, 손가락질을 하면서 무엇이 나아지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을 통해 마약은 덜 유통되게 되고 사람들은 경각심을 가지게 될까? 한 스타의 몰락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은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에서 잘 드러내고 있다. 


더 많은 단속은 마약에 취약한 사람들을 더 어두운 음지로 몰게 될 것이다. 병든 사람들은 또 다른 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우리 모두 나름의 병들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사회가 정한 잣대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고, 그 잣대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개인의 취약성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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