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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다정함 Mar 20. 2023

엄마와의 통화

요가와 컴퓨터, 그리고 나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확히는 카카오톡 보이스톡이다. 나는 런던에 있고 엄마는 서울에 있기에 주로 보이스톡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는 약간 신이 났는지 내가 통화를 못한다고 하자 아쉬워하는 눈치여서 요가 수업이 끝나고 바로 전화를 했다. 요는 엄마가 아주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는 것인데, 요가원에서(엄마도 나도 요가를 한다) 알게 된 40대의 젊은 사람(엄마의 표현이다)이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법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가족에게 물어봐도 너무 기본적인 내용이라 잘 알려주려고 하지 않고 귀찮아하는 내용을 이 40대의 젊은 사람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알려줘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에그 타르트도 사줬다고 한다. 나는 40대의 젊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웃겨서 ‘아니 엄마, 40대면 그래도 살만큼 살았는데,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라고 했더니 엄마 눈에는 그 사람이 삶을 헤쳐나가는 청년처럼 보였나 보다. 


엄마는 신이 나서 두 손가락을 노트북 터치 패드에 대고 위로 올리면 다른 창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나, 터치 패드를 꾹 누르지 않고 살짝만 터치해도 클릭이 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며 신세계라고 한다. 엄마는 최근에 장자와 다른 철학에 관련된 수업을 듣고 있어서 발표문을 웹사이트에 올려야 했던 것인데 요가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겨서 수업도 듣게 되고 그 덕에 컴퓨터도 배우게 됐다며 기뻐했다. 엄마는 앞으로 이렇게 청년들과 어울리며 배우고 대화하며 밥을 사줄 예정이라고 한다. 그 말에 나는 ‘맞아 엄마,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대’라고 했더니 엄마는 ‘아 나는 말이 좀 많긴 하지만’하고 웃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50대의 엄마도, 40대의 젊은 사람도, 30대의 나도 삶이라는 과업 앞에서 좌충우돌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중반이 되어가며 아, 나도 어른이 되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곤 하는데 나는 나의 삶을 나대로 살아가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엄마는 요새 공부를 하며 아주 즐겁다고 한다. 배움의 즐거움에 빠져서 엄마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40대의 젊은 사람도 나와 같은 미술 작가라고 하는데, 그 사람도 작가 생활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계속해 헤쳐나가며 자신만의 답을 찾고 있을 것이다. 


나이에 따라 해야 하는 것, 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부담을 조금씩 지워나가려고 한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면서 '정상적'이라고 부르는 삶을 살지 않다 보니, 내 삶이 때로는 초라하고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서른 중반의 나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40대의 젊은 사람이 되었을 때는 물질적 풍요보다는 마음의  풍요를 가지고 싶다. 요가를 하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childish가 아닌 childlike의 태도로 살아가자 하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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