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를 때울 만한 게 없나 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 별로 걱정이 안 드는 건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망원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붕으로 덮인 길쭉한 골목 안을 우리가 망원시장이라 부르는데, 들어서기 전부터 주변이 벌써 시장 분위기이다. 우렁찬 목소리로 장정이 손님을 끌어 모은다. 시장 입구 건너편의 생선가게인데, 바닥에 깔린 생선을 두고 손님에게 흥정을 붙이는가 하면 오늘 생선이 물이 좋다고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나는 이 날것의 느낌을 사진에 담고 싶어졌다.
“저기! 거기! 핸드폰 이리 줘 봐요.”
생선 바닥을 건너뛰고 나를 향해 직진해온 장정은, 두껍고 긴 비닐 앞치마를 두른 그대로의 상태였다. 흰 목장갑을 낀 손을 내게 내민다.
“네?”
“방금 사진 찍는 거 다 봤어요. 빨리 핸드폰 내놔 봐요.”
본인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허락도 없이 찍었다고 열이 난 것이다. 조금 전 장사를 할 때와 다르게 아귀처럼 볼이 퉁명해진 그를 보자, 나도 갑자기 화가 났다.
“왜 이래라저래라하죠? 만약에 사진에 당신이 안 나왔으면 어떡하려고요?”
다행히 시장 어귀라 둘 간의 말다툼은 별로 눈에 안 띄었지만, 생선 장사엔 분명히 차질을 빚었다. 가게 더 안에서 지켜보던 사장님이 나와 열이 난 장정을 다독거린다. 나는 계속해서 핸드폰을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사진을 찍는 것 또한 공개적인 일에 활용하지 않는 이상 내 자유라고 설명했다. 말다툼하는 동안에도 손님은 계속 들어오고 결국에 그는 생선 바닥 건너편으로 되돌아갔다. 시장에서 끼닛거리를 챙겨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장정의 모습까지 찍힌 생선 가게 풍경을 내 사진첩에서 지웠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밤에 망원동을 혼자 산책하고 있었다. 오늘도 쓰레기 더미가 전봇대를 쓰러뜨릴 듯이 나왔고, 환경미화원분께서 골목골목을 돌며 그것들을 수거해가는 중이었다. 나는 이 동네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져 멈춰서 핸드폰을 꺼내려는데, 얼마 전 생선가게 장정과의 그 일이 떠올라서,
“혹시 일하시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도 될까요?”
조심스레 다가가 여쭤봤다.
“안 돼요. 뭐 작가 그런 건가? 찍지 마요.”
나는 ‘알겠습니다.’하고 진 듯이 물러났다. 내 중요한 취미 한 가지를 잃어버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