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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Sep 27. 2023

경주2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약속이나 한 듯 젊은 엄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다들 비슷한 기다림으로 서로 육아에 관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그중에 한 명인 누나를 따라 나도 은근슬쩍 무리에 속해 있었다.


“저기 버스 들어오네.”     


한 명이 외치자, 엄마들은 사담을 전부 다 팽개치고 들어오는 유치원 버스를 반겼다. 노란색 버스에서 노란 옷 입은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어 내리는데,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엄마 품으로 안기는 모습이 병아리 같았다. 그런데 내리는 줄이 끊기도록 우리 조카 도윤이의 모습이 안 보인다.     


“선생님, 도윤이는요?”     


누나의 물음에 선생님은 다시 올라타시더니 버스 자리 뒤쯤에서 잠이 든 한 아이를 깨워 데리고 나오신다. 창문 바깥에서 나는 그 광경을 자세히 지켜봤다. 한 손은 선생님한테 붙들려 나머지 한 손으론 잠이 덜 깬 제 눈을 비벼대는 모습이 우리 조카, 안 본 새에 저렇게도 많이 자랐다. 나는 누나를 대신해 조카를 번쩍 들어 올려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      


“도윤아 삼촌 왔다! 삼촌!”     


그러자 곧바로 삼촌이란 걸 알아보는 조카. 일 년 만인 나를 알아봐 주는 게 너무 고마워서 나는 하루 종일 같이 놀아줄 거라고 혼자 속으로 다짐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놀이터로 가서 친구들과 뛰노는 너의 모습을 열심히 눈으로 담았다. 이 삼촌이 꼬맹이일 때하곤 다르게 씩씩한 모습도 보기 좋고, 놀이터에서 가장 어렵다는 놀이기구를 해내는 것 또한 자랑스러웠다. 덩달아 같이 뛰어다니는데, 힘이 드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내가 도윤이를 책임지는 동안 누나는 또 한 가지 숙제를 마치고 돌아왔다. 바로 어린이집 버스에서 내리는 둘째 도아를 맞이하는 일.      


“도아야 삼촌 왔네! 삼! 촌!”     


둘째 조카야말로 삼촌이란 발음도 못 뗐는데 당연히 나를 기억 못 할 것이다. 너무 빨리 다가가면 놀랄까봐 손부터 살짝 만져봤더니, “삼뚄” 거리면서 요게 유모차 안에서 내 쪽으로 오겠다고 몸을 뒤척인다. 나는 너무 반갑고 고마운 나머지 조카를 번쩍 들어오려 안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런데 도아의 애교는 누나네 집 안으로 들어오고나서부터가 시작이었다. 거실 저 끝에서 “삼뚄” 부르며 달려오더니 물풍선인 마냥 제 몸을 날려버린다. 앉은 자세로 있던 나는 그 귀여움이 터지지 않도록 기꺼이 안아 주었다. 내가 물풍선이랑만 놀자, 이번엔 가만히 있던 도윤이가 내 품을 차지하겠다고 또 달려든다. 나를 갖고 경쟁이라도 벌이는 두 조카를 바라보면서 울컥하는 맘은 왜인 걸까. 지금 너무 행복한 나머지, 나중의 너희에게도 이 삼촌이 매력적인 삼촌이어야 할 텐데 라는 조바심마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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