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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백 Jan 27. 2022

도로 위의 악순환

아프리카 공기가 좋을까?

내가 아프리카에 간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거긴 미세먼지 없지? 공기도 좋고, 너무 좋겠다!” 정말 아프리카는 공기가 좋을까? 글쎄, 자연 깊숙이 들어간다면 좀 괜찮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사는 이곳은 자동차 매연이 아주 심각하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 상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다큐멘터리로 보거나 주변에서 들은 얘기에 따르면 아마 여기와 비슷하지 싶다.


이곳의 자동차들은 대부분 중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중고차들이 아프리카로 수출되는데, 한국 차는 상태가 좋고 깨끗해서 인기가 많다. 가끔 새 차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저게 굴러간다고?” 싶을 정도로 어디선가 구르고 구르고 또 구르다 온 것들이다. 우리나라였다면 벌써 폐차시키고도 남았을 것 같은 것들을 어찌어찌 고쳐서 타고 다닌다.


오래된 마을버스에 빈틈없이 앉아있는 사람들, 거기마저 자리가 없어서 문에 매달려 서서 가는 사람들을 보면 가는 길에 차가 내려앉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문이 닫히지 않아 덜렁 거리기도 하고, 아예 문 없이 뻥 뚫린 것들도 있다. 그 옆으로는 말 그대로 ‘찢어진’ 택시들이 가득한데, 바닥에 구멍이 난 택시도 봤고 창문이 없는 택시도 봤다. 여기에 자가용과 시에서 운영하는 대형 버스들, 트럭, 오토바이 등등이 모여드니…


당연히 매연이 심각하다. 달려서는 안 될 것 같은 차들이 뿜어내는 검은 연기는 무섭기도 하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도 그 매연이 우리 차 안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져, 나는 항상 마스크를 끼고 있다. 남편은 그런 차가 보이면 앞질러 가려고 하는데, 항상 그런 차는 뒤쳐지는 걸 싫어해서 또 힘껏 달리며 검은 매연을 더 뿜어내곤 한다.


너도 나도 값싼 중고차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일까? 도로 위의 차는 점점 더 많아지고, 매연과 더불어 교통체증도 정말 심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길이 안 막히는 때를 찾기가 더 어렵고, 그래서 답답해진 사람들은 더더욱 질서를 지키지 않고 클랙슨 소음만 만든다. 매연, 교통체증, 소음공해, 오래된 차들 때문에 생기는 교통사고까지… 시작도 끝도 안 보이는 악순환이다.



어느 날 숨 막히는 도로 위에서 이 악순환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남편이랑 얘기를 나눴다.


“매년 모든 자동차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해서 너무 오래됐거나 문제가 많은 것들은 못 다니게 하면 되지 않을까?”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

“뭐? 저 차들은 뭐야! 저게 어떻게 통과했다는 말이야?”

“돈 주면 다 통과돼. 경찰이나 공무원들 한 명 한 명이 각자 몇 명씩만 눈감아 준다고 생각해봐.”



아, 이런. 여기에 부정부패까지 연결되는구나. 한 가지 원인만 있다면 그것만 고치면 될 텐데, 이건 복잡해도 너무나도 복잡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답을 얻지 못했다. 착한 독재자(?)가 되어 오래된 차들을 무조건 압수한다는 상상까지 해봤는데, 그랬다간 그걸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당장 돈을 못 벌게 되기 때문에 안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반 국민들은 안전하고 최소한 멀쩡한 이동수단이 필요하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국정을 잘 모르지만, 여기 고위공직자들은 제발 본인들 뒷주머니 채울 생각 전에 국민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편하게 살고 있는지를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누군가가 다각도로 망쳐놓은 곳이지만 나는 여전히 이 나라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이유가 있고, 이들에게도 그럴 힘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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