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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떱 Jul 17. 2017

그 날의 광주로 향하는 드라이브

[택시운전사] (2017)

서울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만섭(송강호)는 식당에서 우연히 다른 택시 기사가 10만원짜리 손님 예약이 있다는 이야기를 엿듣는다. 돈이 급했던 만섭은 그 택시를 예약한 외국인 손님을 가로챈다. 이 외국인은 독일에서 온 위르겐 힌츠페터/피터 (토마스 크레취만). 일본 특파원 피터는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광주에 가기로 마음먹는다. 아무 상황도 모르고 손님을 태운 만섭과 아무것도 모르는 기사가 불편한 피터는 광주로 향한다.


[택시운전사]는 실화인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전체적인 정보를 주지 않고 그저 영화 속 인물들의 “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우리도 몰라요.” 라는 대사로 정확한 답을 회피한다. 외부와의 통신조차 끊긴 광주의 현황을 세상에 알리려는 피터와 그를 도와 택시를 운전하는 만섭의 이야기지만 영화 자체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사건보다 소통의 중요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힌츠페터보다 만섭을 따라 움직인다. 평소 만섭의 모습을 보여주는 초반부에서는 영화 전체를 코미디 영화로 착각하게 재밌는 상황들을 만든다. 계속 웃기게 흘러갈 것 같던 영화는 그들이 광주에 도착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광주에서 젊은 시위대를 처음 만난 만섭은 서울에서 본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모르고 데모나 하는 대학생”들을 떠올리고 고깝게 생각한다. 그랬던 만섭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광주 사람들과 얽히기 시작하며 감정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피터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인데 왜 만섭의 시선을 담을까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피터는 이미 광주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온 기자이기 때문에 아무 상황을 모르는 만섭이 보는 광주가 더 사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독일 기자는 분명 제 3자의 시선으로 광주를 보고 있지만 직접 찾아온 자발적인 관찰자이다. 오히려 손님을 따라 생각지도 못한 현장에 도착한 만섭이 억지로 상황에 얽혀 오히려 외국인인 힌츠페터보다 더 객관적인 관찰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관객과 영화가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역시 만섭이다. 영화는 관객들을 평범한 인물인 만섭의 일상을 보여주어 이입하게 만들고 늘 그랬던 일상 중 하나처럼 광주로 간다. 광주에 도착한 만섭은 현장에 돌아다니며 사건을 목격하기보다 광주 시민들과 작은 일들로 얽히며 관객들에게 광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사람의 꿈은 뭔지 저 사람이 가진 걱정은 어떤건지 같은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만섭과 관객이 광주 사람들에게 공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렇게 영화를 보다보면 알게 모르게 영화 속 캐릭터들과 가까워진 우리에게 뒤에 그려지는 장면들은 더 크고 무겁게 다가온다.


[택시운전사]는 실화보다 많은 각색이 되어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 각색은 소통이 더 중요하게 만든다. 통역이 없어 서로 제대로 대화할 수 없었지만 결국 친구가 된 피터와 만섭, 여러가지 자잘한 사건들을 통해 광주 사람들과 공감하게 된 서울 택시기사 이 모든 장면에서 인물 사이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준다. [택시운전사]는 당신을 태우고 1980년 5월의 광주로 데려간다. 창 밖의 광경은 괴롭지만 이 2시간짜리 드라이브는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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