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배트맨. 새로운 형식. 새로운 시리즈.
안녕하세요. 강민혁입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도서 번역은 처음이 아니지만 제 이름을 달고 발매되는 첫번째 책이네요. 만화책은 처음이지만 매우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배트맨의 탄생을 다루는 책이다 보니 왠지 더 의미가 있어지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배트맨: 어스 원]에 대한 소개 먼저 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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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강도에 손에 부모님을 잃은 브루스 웨인은 수많은 시간동안 수련을 통해 싸움의 고수로 자라나고 훗날 범죄자들에게 두려움을 주겠다는 상징인 배트맨이 됩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배트맨 이야기죠. 배트맨은 실수없이 너무나 완벽한 모습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하지만 [배트맨: 어스 원]의 브루스 웨인은 허술합니다. 직접 만든 그래플러도 망가져서 줄이 꼬이고 점프도 제대로 못해서 바닥으로 떨어지죠. 오히려 초능력없는 배트맨에겐 더욱 현실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새로운 배트맨의 오리진은 어떨까요?
[배트맨: 어스 원] 1권이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주제는 “인생에 대한 선택”입니다. 아들에게 평범한 삶을 살게 하고 싶다는 토마스, 친구가 남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 알프레드, 그리고 배트맨으로 살겠다고 선택한 그들의 아들 브루스, 가족을 위해 신념을 버린 고든까지. 지금까지 배트맨의 주역이었을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고 이야기가 진행되며 곧 이 선택에는 변화가 찾아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어스 원 시리즈의 특징은 스토리가 단행본으로만 공개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같은 스토리를 진행하더라도 포맷의 변화는 이야기를 쉽게 다르게 만듭니다. 한달에 짧은 이슈 한권씩 스토리를 연재하며 큰 스토리 아크를 구성하는 연재 만화는 당연히 이슈 한 권 안에도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죠. 추리 장면도 조금 액션 장면도 조금씩 배치해야 이슈에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그러다보니 단행본에서 한 스토리를 모아 읽으면 알게 모르게 호흡이 끊깁니다. 한 권으로 한꺼번에 이야기가 발표된다는 게 긴 호흡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장점이 됩니다.
여기저기 떡밥을 배치하고 그걸 거둬들이며 긴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제프 존스의 장점이라면 어스 원 형식의 만화가 가진 장점과 만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제프 존스와 함께 호흡을 맞춰 온 개리 프랭크는 멋진 이야기를 그려내죠. 덕분에 탄생한 어스 원은 한 권에서 이야기를 끝내도 흐름이 끊기는 일이 없습니다. 액션 장면이 많은 페이지에 몰릴 수 있고 흐름이 긴 대화도 포함될 수 있죠. (이 장점은 차후 발매될 [배트맨: 어스 원] 2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연재 방식의 차이가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을 새로운 경험을 구성해 냅니다.
이런 연재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구성해 나가는 어스 원은 비정기적이더라도 꾸준히 새로운 작품들과 새로운 히어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품은 슈퍼히어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배트맨에 대해 잘 알거나 얕게 대충 설정만 알고 있는 분들께 추천하기 좋은 책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새로운 특징이 재밌게 느껴지는 작품인 동시에 캐릭터를 자세히 소개하죠. 제가 평행우주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21세기에 맞춰 만들어진 새로운 유니버스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배트맨 이야기를 번역하는 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